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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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4-08-24 14: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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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태복음서 18:18-20 
설교일 2014-08-24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는 것은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거듭 너희에게 말한다. 땅에서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합심하여 무슨 일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자리, 거기에 내가 그들 가운데 있다.”

<마태복음서 18:18-20>


■ 들어가는 이야기

우리가 주님의 뜻 안에서 매주일 이렇게 만나는 것은 이만저만한 복이 아닙니다. 부자 되기를 꿈꾸는 것도 아니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원수 갚기를 모의하는 것도 아니고, 오직 ‘하나님의 나라’라고 하는 지상과제를 위해서 밤낮으로 기도하며 애쓰는 여러분 모두가 성령님의 충만하심을 날마다 새롭게 경험하게 되시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비

어제가 처서(處暑)였지요. 더위가 더 따라오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습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 하는 속담이 나올 정도로 여름의 힘을 잃는다는 절기입니다. 그래서 모기장도 걷고 논두렁의 풀도 깎고 산소에 벌초도 시작하지요. 전라북도 부안에는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처서 날에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 옛날부터 부안은 대추농사로 유명한데, 대추가 맺히기 시작하는 처서를 전후해서 비가 내리면 대추가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고, 혼사를 앞둔 큰 애기들의 혼수장만 걱정이 앞선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추농사뿐만 아니라 벼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가을장마가 극성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쩌겠습니까? 오면 오는 대로 맞아야지요. 천상병 시인이 쓴 ‹아기비›라는 시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비는 예수님이나 부처님도 맞았겠지. / 공(公)도 없고 사(私)도 없는 비라서 / 자연(自然)의 섭리의 이 고마움이여! // 하늘의 천도(天道) 따라 오시는 비를 / 기쁨으로 모셔야 되리라. / 지상(地上)에 물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것을.” ― 천상병, ≪요놈 요놈 요 이쁜 놈!≫(도서출판 답게, 1993), 154쪽. 하늘의 뜻에 따라 오는 비이기는 하지만,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실 기쁨으로만 맞이하기에는 요즘의 비가 너무 오염되어 있습니다. 머리카락 빠질까, 피부 상할까 염려하지 않고 마음껏 비를 맞을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자연의 섭리에 흠뻑 감사하면서 말이지요.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옛날 유대 사람들은 특히 비를 더 무서워했던 것 같습니다. 전도서 12:2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기 전에, 먹구름이 곧 비를 몰고 오기 전에, 그렇게 하여라.” 그렇게 되기 전에 하나님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 구름

그러다가 비가 그치면 신이 납니다. 아가 2:10-11입니다. “나의 사랑 그대, 일어나오. 나의 어여쁜 그대, 어서 나오오. 겨울은 지나고, 비도 그치고, 비구름도 걷혔소.” 우리나라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기도 하고, 비가 내려도 땅이 품어주고 나무가 머금어주는 덕에 어지간히 오는 비는 별로 무서워하지도 않습니다만, 거기는 사막지역이라 비가 많지도 않은 데다, 한번 쏟아지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더 무서운 존재였을 것입니다. 눈이 귀한 부산 같은 도시에 갑자기 폭설이 내리면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일 것입니다. 그리고 노아 시대의 대홍수도 비에 대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 몫 했겠지요. 어쨌든, 그런데 비라는 게 어디서 생깁니까? 구름이 비가 되어 땅에 내리지 않습니까? 이 구름을 뜯어보면 참 신비스럽습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 책상이 있지요. 그 책상이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봅시다. 우선 나무가 있어야겠지요. 목수도 있어야 하고, 시간도 있어야 하고, 기술도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원인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원인들이 존재하려면 또 다른 원인들이 있어야 합니다. 나무가 있으려면 숲이 있어야 하고, 햇빛과 비도 있어야 합니다. 책상이 하나 존재하려면 우주의 모든 것들이 함께 모여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구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거기에 책상이 보입니다. 모든 것 속에 하나가 들어 있고, 하나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多中一,一中多). ― 틱낫한(진현종 역), ≪아! 붓다≫(반미디어, 2004), 281쪽.

■ 두세 사람

이렇듯, 세상의 모든 물질은 어느 하나도 따로 떨어진 것이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 안에 내가 들어 있고, 내 안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들어 있습니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 그들이 필요하고 그들이 존재하기 위해서 내가 필요합니다. 세상에 독불장군이란 없습니다. 다 얽히고설켜서 사건도 만들어지고 작품도 만들어집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함으로써 인류 역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지만 저는 그것을 세종대왕 혼자서 해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세계 해전역사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그것도 이순신 혼자서 해낸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1517년 10월 31일에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의 깃발을 올렸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 문학, 예술 수학, 물리학 등 각 분야에서 르네상스라는 거대한 물줄기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결정타를, 적절한 타이밍에 루터가 날린 것입니다. 요즘 프로야구 열기가 뜨겁습니다만, 야구경기를 보면, 어느 정도 수준의 팀 사이의 경기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으로 한 팀이 밀리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수비 하나, 안타나 홈런 한 방이 경기를 뒤집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공 한 개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합니다. 바둑에서도 프로기사들의 게임을 보면 처음부터 승패가 갈리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수백 개의 돌을 놓아가는 과정에서 단 하나의 실수가 경기를 패배하게 만들거나 승리하게 만듭니다. 고스톱도 그렇지요. 앞 사람이 ‘스톱’을 외칠 때 늘 느끼는 것이, 한 차례만 더 돌아서 내 순서가 내면 내가 스톱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세상만사 ‘한 끝 차이’입니다.

■ 맺는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합니다. 마태복음서 18:19-20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거듭 너희에게 말한다. 땅에서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합심하여 무슨 일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자리, 거기에 내가 그들 가운데 있다.” 이삼 만 명도 아니고, 이삼백 명도 아니고, 단 두세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세상을 뒤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름이 아무리 두터워도 1퍼센트가 모자라면 비를 내리지 못합니다. 물이 아무리 뜨거워도 99도에서는 결코 끓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정적인 1퍼센트, 결정정인 한두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두세 사람이 함께 모여서 한 뜻으로 기도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것은 진리입니다. 그러나 제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그냥 두세 사람이 아니라 인류 역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그런 사람으로 세워주시고 만들어주시고 써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바라며 축복합니다.

(※ 2014.8.24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21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땅
920 “시작이 미약하다고 비웃는 자가 누구냐?”
919 만족의 손익분기점
918 가진 것을 다 팔아서 사야 할 것
917 원수 다루기
916 사랑을 위해서라면
915 낮술에 취하다!
914 굶주림입니까? 칼입니까?
913 집안에 감도는 기운
912 꼬드김과 설득
911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910 지혜는 옵션이 아닙니다!
909 큐비클에서 탈출하라!
908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907 알맞은 ‘때’
906 제자 공인인증
905 느헤미야의 기도
904 아름다움에 대하여
903 잠이 보약입니다!
902 하나님의 일, 사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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