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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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창세기 2:22-25 
설교일 2014-09-21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사용처 1. 20201020 화 전대환의 오후3시. 


■ 성서 본문

주 하나님이 남자에게서 뽑아 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여자를 남자에게로 데리고 오셨다. 그 때에 그 남자가 말하였다.

“이제야 나타났구나, 이 사람!
뼈도 나의 뼈, 살도 나의 살,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남자와 그 아내가 둘 다 벌거벗고 있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창세기 2:22-25>


■ 들어가는 이야기

아침저녁의 쌀쌀함이, 지금이 가을임을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매년 9월 셋째 주일은 우리 교단에서 정한 남신도주일입니다. 남신도 여러분들과 그 파트너인 여신도 여러분과, 이 자리에 참여하여 주님께 영광을 돌리기를 원하시는 성도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우주의 기운이 집중되기를, 그래서 여러분의 삶이 축복 가운데서 아름답게 열매를 맺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오늘은 남신도주일 성서본문에 맞추어서 남자와 여자, 곧 ‘짝’에 대해서 함께 잠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 연애시절과 결혼생활

여러분이 잘 아시는 작가 박범신 씨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연애에 대한 말인데요, 연애시절의 장점은 ‘숨기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상대를 잠깐씩 만나기 때문에 자신의 나쁜 버릇이나 웬만한 단점은 은폐할 수 있지요. 그러나 결혼은 다릅니다. 한솥밥을 먹고 한 지붕 아래서 매일 함께 자면서 누구의 며느리나 사위가 되고 또 누구의 어머니나 아버지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는 은폐나 추상 또는 과장이 깃들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잔인할 정도로 낱낱이 드러납니다. 또한 일거수일투족이 남들과 대비됩니다. 그런 점에서 결혼 생활이란 피차 상대편의 은폐된 것, 미화된 것, 추상화된 것들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날의 연속입니다. 어떤 때는 ‘이 여자가 내가 연애했던 처녀시절의 그 여자가 맞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너무나도 낮선 얼굴에 충격을 받아서, 할 수만 있다면 결혼을 물리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그 점은 여자 쪽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 박범신,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이룸, 2003), 175-176쪽. 결혼하기 전에는 거짓말도 일부 통할 수 있고, 장밋빛 약속도 검증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서 몇 년을 지나면 그동안의 거짓말이 하나하나 드러납니다. ‘3년 가는 거짓말 없다’고 했습니다. '거짓말 돌려막기'도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이제는 다 내놓고 살아야 하는 것이 결혼생활입니다.

■ 결혼생활의 단계

요즘에는 결혼하기 전에 연애를 진하게 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제가 하려고 하는 이 말이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옛날 어른들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결혼을 하면 첫 3주 동안은 서로 관찰하는 기간입니다. 수십 년을 서로 모른 채로 지내다가 갑자기 만나서 한 집에서 살게 되었으니 관찰도 필요하겠지요. 그 다음 3개월은 서로 사랑하는 기간이랍니다. 이때를 일컬어서 이른바 ‘허니문’(honey moon)이라고 하지요. 꿀 같이 달달한 한 달 한 달이라는 말입니다. 거기까지는 꿈같은 세월이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결혼생활이 시작됩니다. 그 다음 3년간은 싸움의 시기입니다. ‘우리는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분들도 가끔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그건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비정상적인 부부입니다. 어떤 형식으로든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기에 싸움을 얼마나 잘했느냐에 따라 결혼생활의 성패가 갈립니다. 그 나머지 30년은 서로 용서하며 사는 시기입니다. 30년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수명이 길어져서 그게 50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상도 될 수 있겠지요. 사실 방금 말씀드린 결혼생활의 단계는 시인 유안진 씨 이야기인데요, 그의 그 다음 말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으로 이어지는 결혼은 여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 첫째 요소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신뢰’입니다. 둘째는 무엇이겠습니까? 둘째도 신뢰입니다. 셋째도 신뢰, 넷째도 신뢰, 다섯째도 신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째가 ‘애정’이랍니다. ― 유안진, ≪그림엽서 한 장 띄워≫(자유문학사, 1986), 119쪽. 20퍼센트 안팎의 애정만 있다면 나머지는 모두 ‘신뢰’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신뢰만 확고하다면 관찰기도, 허니문도, 투쟁기도 모두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용서의 시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 삶의 동력, 발견!

일본사람들 치고 바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유명한 하이쿠 시인이지요.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가 이겁니다. “오래 된 연못 / 개구리 / 풍덩!” 해묵은 연못에 개구리가 뛰어드는 소리! 그 연못 속에 개구리가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사람이 비단 바쇼만이 아니었겠지만, 바쇼는 그 단순한 장면을 유명한 시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것을 본 사람이 와트 한 사람이었겠스니까?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본 사람이 동서고금을 두고 뉴턴 한 사람뿐이었겠습니까? ― 구로야나기 테츠코(김난주 역), ≪창가의 토토≫(프로메테우스 출판사, 2003), 97쪽. 그들은 세심한 눈을 가지고 있었기에, 남다른 관찰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인류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업적을 남기지는 않더라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을 해서 그 긴 세월동안 함께 산다는 것은 대단히 위대한 일입니다. 3주, 3개월, 3년을 역동적으로 살다가 나머지 기간은 소 닭 보듯이 용서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결혼생활이라는데, 내공이 아주 높은 도인이 아니라면 그걸 성공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결혼생활을 무료하지 않게 추진시켜줄 동력이 필요합니다. 그게 뭐겠습니까? 제가 생각건대 그것은 남편 또는 아내를 ‘재발견’하는 일입니다. 흔히들 못생긴 꽃이나 사람을 이야기할 때면 호박꽃을 머리에 떠올리지요. 그러나 아침 햇살을 받으며 갓 피어난 주황빛 호박꽃을 보셨습니까?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런 말을 입에 담지 않을 것입니다. ― 박남준, ≪별의 안부를 묻는다≫(이룸, 2000), 34쪽.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 맺는 이야기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아십니까? 이런 내용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결혼생활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려면 남편 또는 아내를 새롭게 발견하려는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런 마음이 어디서 생깁니까? 책을 보면 생길까요? 학원에 다니면 생길까요?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주셔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매주일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며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는 것입니다. 하와가 처음 나타났을 때 아담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제야 나타났구나, 이 사람! 뼈도 나의 뼈, 살도 나의 살,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고 부를 것이다.” 배우자에 대한 인류 최초의 발견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발견을 통해서 더없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 2014.9.21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21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땅
920 “시작이 미약하다고 비웃는 자가 누구냐?”
919 만족의 손익분기점
918 가진 것을 다 팔아서 사야 할 것
917 원수 다루기
916 사랑을 위해서라면
915 낮술에 취하다!
914 굶주림입니까? 칼입니까?
913 집안에 감도는 기운
912 꼬드김과 설득
911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910 지혜는 옵션이 아닙니다!
909 큐비클에서 탈출하라!
908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907 알맞은 ‘때’
906 제자 공인인증
905 느헤미야의 기도
904 아름다움에 대하여
903 잠이 보약입니다!
902 하나님의 일, 사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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