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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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태복음서 5:21-24 
설교일 2015-08-09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기념주일 
사용처 1. 20150811 구미참여연대.
2. 20150831 석간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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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옛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살인하지 말아라. 누구든지 살인하는 사람은 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한 것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나 자매에게 성내는 사람은, 누구나 심판을 받는다. 자기 형제나 자매에게 얼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의회에 불려갈 것이요, 또 바보라고 말하는 사람은 지옥 불 속에 던져질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제물을 드리려고 하다가, 네 형제나 자매가 네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나거든, 너는 그 제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먼저 가서 네 형제나 자매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제물을 드려라.

 

<마태복음서 5:21-24>


■ 들어가는 이야기

여름다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제가 입추(立秋)였습니다. 아직 여전히 덥기는 하지만, 이제는 기온이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그것도 이 시기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이겠지요. 오늘도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 위에 하늘의 풍성한 은혜와 땅의 충만한 축복이 함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해방

올해 8월 15일이 광복 70주년 기념일입니다. 해방을 생각할 때마다 성공회대학교의 한홍구 교수의 말이 떠오릅니다. ― 우리가 3.1운동 즈음에 나라를 되찾았으면 어땠을까요? 당연히 이완용을 사형시켰겠지요. 그런데 해방은 이완용이 늙고 병들어 죽은 뒤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보다 더 일찍, 4~5년 만에 독립했더라면, 그러니까 고종 황제가 살아 계실 때 독립했더라면 훨씬 더 세게 반민족행위자들을 처벌했을 겁니다. 고종 황제가 돌아가시고 3.1운동 무렵에라도 독립을 했더라면 대한제국이 됐든 대한민국이 됐든, 나라 팔아먹은 원흉들 1,000명 정도 처단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 한홍구, ≪특강―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한겨레출판(주), 2009), 63쪽. 다 지나간 얘기입니다만, 하도 아쉬워서 하는 소리지요. 해방 후에도 나라를 통째로 일본으로 넘긴 매국노들이나, 일본에 붙어서 동족을 괴롭힌 악질 친일파들이 단 한 사람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이 나라는 친일파 세상이 되었습니다. 과거청산이 안 된 상태로 70년 세월이 지나다 보니 아직까지 친일파들이 큰소리를 칩니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친여동생인 박근령 씨가 일본의 한 포털사이트와의 대담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본의 역대 총리와 천황폐하가 거듭 사과를 했는데도 자꾸 갈등을 빚는 것은 창피한 일”이랍니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한 번 바람을 피운 남편과 화해한 뒤에서 계속 (남편을) 타박하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일본이 지금까지 몇 차례 형식적인 사과를 했던 것은 맞지만, 사과를 했으면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사과는 그냥 ‘립 서비스’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가정을 깼다면 그게 사과 몇 마디로 상처가 아물 일입니까? 설령 아내가 사과를 받아들여주었다고 하더라도 한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 화해

일본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어떤 여자(71세)가 자기 남편(79세)을 때려 죽였습니다. 그래서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 6월 25일 이 할머니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경향신문 보도). 이 여자는 스무 살 때 자기보다 여덟 살 많은 남편(은행원)과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생활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남편이 45세, 자신이 36세 되던 1979년에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골프 치러 간다며 수시로 외박을 했습니다. 다른 여자와 사귄 것이지요. 여자는 이 사실을 알아냈고 남편으로부터 사죄를 받아냈습니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별 탈 없이 지냈는데, 지난해에 일이 터졌습니다. 늙고 병든(위암) 남편과 병원에서 과거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남편이 과거 일을 술술 불었습니다. 오래 전 일이니까 ‘시효’가 지났다고 생각했겠지요. 당시에 다른 여자와 여행을 다녀온 사실 등을 다 털어놓았습니다. 남편은 투병 중이었지만, 할머니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7월 24일 도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남편의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때렸습니다. 결국 일주일 뒤 남편은 숨졌고, 할머니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개인의 가정사도 이런데, 나라를 빼앗아서 온 국민의 삶을 망가뜨려놓고 입에 발린 사과 몇 마디로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게 말이 됩니까? 바람피운 사람은 자기 배우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받으면 될지 몰라도, 일본은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것도 피해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효입니다. 노자 할아버지는 오랜 옛적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큰 원한을 풀었다고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원한이 반드시 남기 마련인데, [억지로 푸는] 위선으로써 편안할 수 있겠는가?”(和大怨 必有餘怨 安可以爲善 화대원 필유여원 안가이위선, 도덕경 79장). 화해란 피해자가 받아줘야 되는 것이지, 가해자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 통일

세계대전의 원흉은, 서양에서는 독일이고 동양에서는 일본입니다. 두 나라가 다 망했습니다. 그런데, 서방 연합국은 전쟁의 책임을 물어서 독일을 분단시켰습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전쟁 후에 그 사람들이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분단시켰다는 것입니다. 책임을 물으려면 독일의 경우처럼 일본을 분단시켰어야지요. 애꿎은 조선만 이중으로 피해를 본 것입니다. 이게 미국과 소련이 중심이 돼서 한 짓이에요. 한국전쟁 때 미국이 우리를 도와줬다고 해서 미국을 은인의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심정을 말하자면, 미국과 소련은 일본 다음으로 나쁜 나라들입니다. 애당초에 그들이 나라를 나누어놓지 않았다면 6.25 전쟁도 없었을 것이고, 분단의 아픔이 70년이나 이어질 일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어쨌든 지난 일이니 그렇다고 칩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꼴불견인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남과 편먹고 피를 나눈 형제를 치는 것’입니다. 가깝게 지내다 보면 형제간에도 다툼이 있을 수 있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네 왈패와 한 편이 돼서 자기 형이나 동생을 해코지하는 짓거리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구약성경 오바댜서에 보면 에돔에 대한 심판을 선언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에돔이 누구입니까? 야곱의 형이었지요. 에서와 야곱의 후손들이 각기 나라를 이루었는데, 에돔이란 나라가 이방인과 한 편이 돼서 야곱의 나라 곧 이스라엘과 유다를 능욕했습니다. 그 일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멀리 서서 구경만 하던 그 날, 이방인이 야곱의 재물을 늑탈하며 외적들이 그의 문들로 들어와서 제비를 뽑아 예루살렘을 나누어 가질 때에, 너도 그들과 한 패였다. 네 형제의 날, 그가 재앙을 받던 날에, 너는 방관하지 않았어야 했다. 유다 자손이 몰락하던 그 날, 너는 그들을 보면서 기뻐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가 고난받던 그 날, 너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지 않았어야 했다”(오바댜서 1:11-12).

■ 맺는 이야기

일본이 과거의 만행에 대해서 제대로 사죄한다면 일본과도 화해를 해야지요. 서비스는 ‘고객이 OK 할 때까지’인지 몰라도 사죄는 ‘피해자가 OK 할 때까지’입니다. 그러나 남과 북은 조건 없이 화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예수님의 명령입니다. 남북화해의 완성인 통일을 염원하는 저와 여러분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 있기를 빕니다.

(※ 2015.8.9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21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땅
920 “시작이 미약하다고 비웃는 자가 누구냐?”
919 만족의 손익분기점
918 가진 것을 다 팔아서 사야 할 것
917 원수 다루기
916 사랑을 위해서라면
915 낮술에 취하다!
914 굶주림입니까? 칼입니까?
913 집안에 감도는 기운
912 꼬드김과 설득
911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910 지혜는 옵션이 아닙니다!
909 큐비클에서 탈출하라!
908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907 알맞은 ‘때’
906 제자 공인인증
905 느헤미야의 기도
904 아름다움에 대하여
903 잠이 보약입니다!
902 하나님의 일, 사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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