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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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이사야서 35:1-4 
설교일 2012-12-23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처럼 피어 즐거워할 것이다.
사막은 꽃이 무성하게 피어,
크게 기뻐하며, 즐겁게 소리 칠 것이다.
레바논의 영광과 갈멜과 샤론의 영화가,
사막에서 꽃 피며,
사람들이 주님의 영광을 보며,
우리 하나님의 영화를 볼 것이다.

너희는 맥풀린 손이 힘을 쓰게 하여라.
떨리는 무릎을 굳세게 하여라.
두려워하는 사람을 격려하여라.
“굳세어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의 하나님께서 복수하러 오신다.
하나님께서 보복하러 오신다.
너희를 구원하여 주신다”
하고 말하여라.

<이사야서 35:1-4>


■ 들어가는 이야기

지난 수요일, 대통령 선거가 있었지요. 승패는 갈렸고, 이제 싸움은 끝났습니다. 여러분들 가운데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도 있겠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쪽을 지지했든지, 투표를 하신 분들은 큰일을 해내신 것입니다. 투표로써 국민의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신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가 크게 임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다툼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역사상 그 어느 때도 보지 못했던 큰 승부였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15,773,128표를 얻어서 승리의 당선증을 거머쥐었습니다. 투표자의 51.55%의 지지를 얻은 것입니다. 한편 문재인 후보는 열심히 싸워서 14,692,632표나 얻었지만, 패배의 쓴잔을 받았습니다. 그는 48.02%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국민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고,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국민들은 좌절감과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잘 아시는 대로,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던 양자대결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어서 당선되었고, 문재인 후보는 비록 낙선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야당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좀 별난 현상이 있었습니다. 각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을 직업별로 분류해보니까, 박근혜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직업군은 농업인, 임업인, 어업인, 주부, 무직자였습니다. 반면에 이른바 화이트칼라(사무직)와 블루칼라(현장직)는 문재인 후보를 훨씬 더 많이 지지했습니다. 월 소득별 지지자를 보니까, 한 달에 200만 원 이하를 받는 사람들은 박근혜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고, 월 200만 원 이상을 받는 사람들은 문재인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습니다. 고소득자라고 할 수 있는 월 500만 원 이상도 문재인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습니다. 학력별로 보면 학력이 낮을수록 박근혜 지지자가 더 많았고, 학력이 높을수록 문재인 지지자가 더 많았습니다. 이것을 보고 어느 보수주의자가 그러더군요. 파출부는 박근혜 지지하고 집주인은 문재인 지지했다고요. 그리고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 지역은 압도적인 박근혜 지지, 광주-호남은 압도적인 문재인 지지로 나왔습니다. 부산-경남을 포함한 다른 지역들은 그래도 예전 선거에 비하면 얼추 균형이 잡혔는데, 유독 대구-경북과 호남지역만 편중된 지지성향을 보인 것입니다.

■ 아픔

그런데 초등학교 반정 선거를 보면 대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반장이 되고,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부반장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반장선거에서 떨어졌더라도 학급 일에 참여해서 함께 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선거는 완전 승자독식입니다. 한쪽은 전부를 가지고, 다른 한족은 전부를 잃게 되어 있습니다. 이래서 아픔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우리 정치체제를 반장선거와 같이 바꾸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 우리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이번에 호남에서 문재인 몰표가 나왔지요. 그걸 두고 일각에서는 지역주의라고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전라도 사람인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될 때 광주에서 91%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경상도 사람인 문재인 후보에게 그들은 92%를 주었습니다. 광주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자기들도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이걸 지역감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그들이 왜 이렇게 어느 한쪽에 몰표를 주었을까요? 5월에 광주에 가면 제사 없는 집이 드물다고 합니다. 5.18 때 전두환이 죽인 사람들 때문이지요. 그때 엄청나게 죽었습니다. 그 피비린내 나는 살육에 대해서 그들은 30여 년 동안 오로지 투표로 자기들의 의사를 표시해온 것입니다. 그것은 투표라기보다는 저항의 울부짖음입니다.

안타까운 일이 또 있습니다. 부산 한진중공업 노동자였던 최강서라는 분이 그저께 21일 오전 8시경에 목을 매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죽기 하루 전날인 20일 저녁 7시경에 휴대전화에 메모를 남겼습니다.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 내가 못 가진 것이 한이 된다.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여지것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 꼭 돌아와서 승리해 주십시오.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당했다가 2년 만에 대법원 판결로 복직은 되었는데, 회사에서는 그에게 일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쟁의기간 동안 회사에서 손해를 봤다며 노조에다가 158억을 물어내라고 소승을 걸어둔 상태였습니다. 그는 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좋은 소식이 있을까 했지만 실낱같은 그 희망도 무너졌습니다. 그는 올해 서른다섯 살입니다. 다섯 살짜리와 일곱 살짜리 두 아이를 둔 아버지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말을 잃고 있으며, 그의 어머니는 쓰러져 있고, 그의 부인은 눈물만 흘리며 죽은 남편을 보고 “일어나서 집에 가자, 집에 가자!”만 외칩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어제는 울산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운남 씨가 19층 아파트에서 투신해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설교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 정권에서 더는 못 살겠다며 서울에서 또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비극입니다. 이런 일이 그만 일어나야 합니다.

■ 치유

정권이 바뀐다고 우리나라가 당장에 낙원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뭔가는 달라지지 않을까 하며 적잖은 희망을 간직하고 있던 사람들은 지금 심각한 상실감에 빠져 있습니다. 제주 강정마을 사람들과 활동가들이 그렇고, 지금도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고, 공정보도를 부르짖다가 각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쫓겨나서 거리를 헤매고 있는 해직언론인들이 그렇습니다. 그밖에도 세상 바뀌기를 학수고대하며 저항하던 민주인사들이 그럴 것입니다. 만일 그 반대로 박근혜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상처를 입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요. 누가 됐든, 선거로 인해서 상처를 입고 공포가 생긴다면 그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이사야를 통해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굳세어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의 하나님께서 복수하러 오신다. 하나님께서 보복하러 오신다. 너희를 구원하여 주신다”(이사야서 35:4). 박근혜 후보가 낙선하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저는 똑 같은 말씀을 선택해서 메시지를 전했을 것입니다. “굳세어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사실 선거가 전 국민의 축제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게 왜 그럴까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뽑는 것은 국민의 심부름꾼을 뽑아서 봉사하라고 하는 것인데, 현실은 그게 권력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많이 가지려고,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것은 예수님 당시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마저도 서로 높은 사람이 되려고 싸움을 했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보아하니 제자들이 또 싸운 것 같아서 예수님께서 물으셨습니다. “너희가 길에서 무슨 일로 다투었느냐?” 제자들은 잠잠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것으로 서로 다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그는 모든 사람의 꼴찌가 되어서 모든 사람을 섬겨야 한다”(마가복음서 9:35). 요즘 우리 정치권 사람들도, 누가 국민을 잘 섬길 것인지 경쟁을 해야 하는데, 누가 더 가질 것인지 경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거 때야 잘 섬기겠다고 하지만, 당선되고 나면 금방 달라져버리지요. 박근혜 후보가, 상처받은 국민들을 어떻게 섬길 것인지 지금부터 잘 보면, 그가 선거 때 했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맺는 이야기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무쪼록 이제 시작하는 새 정부 5년은 정말 국민들이 매 맞을 걱정 하지 않고, 잡혀갈 걱정 하지 않고, 회사에서 해고될 것 걱정하지 않고, 먹고 살 걱정 하지 않고, 그 누구도 자살할까 망설이는 일 없이,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평상심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하며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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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치하에서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사람을 애도하며
우리는 한강 님이 곡을 쓰고 노랫말을 붙인
〈12월 이야기〉를 함께 불렀습니다.

눈물도 얼어붙네 너의 뺨에 살얼음이
내 손으로 녹여서 따스하게 해줄게
내 손으로 녹여서 강물되게 해줄게
눈물도 얼어붙는 십이월의 사랑 노래

서늘한 눈꽃송이 내 이마에 내려앉네
얼마나 더 먼 길을 걸어가야 하는가
얼마나 더 먼 길을 헤매어야 하는지
서늘한 솔길처럼 내 이마에 눈곷송이

모든 것이 사라져도 흘러가고 흩어져도
내 가슴에 남은 건 따스했던 기억들
내 가슴에 남은 건 따스했던 순간들
모든 것이 흩어져도 가슴 속에 남은 노래




922 마음 갈증 해결하기
921 의인의 수고
920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919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열심
918 촛불 네 개
917 주님께서 쓰시는 사람 - (3)열정의 사람
916 주님께서 쓰시는 사람 - (2)기도의 사람
915 내가 맡을 일은?
914 개혁, 누가 할 것인가?
913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912 주님께서 쓰시는 사람 - (1)진지한 사람
911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910 “나를 보내소서!”
909 하나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
908 무난하게 먹고 살기
907 "오래오래 누려라!"
906 백 살 젊은이
905 "길이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904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903 “늘 상기시켜 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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