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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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4-02-02 15: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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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출애굽기 18:17-23 
설교일 2014-02-02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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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모세의 장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자네가 하는 일이 그리 좋지는 않네. 이렇게 하다가는, 자네뿐만 아니라 자네와 함께 있는 이 백성도 아주 지치고 말 걸세. 이 일이 자네에게는 너무 힘겨운 일이어서, 자네 혼자서는 할 수 없네. 이제 내가 충고하는 말을 듣게. 하나님이 자네와 함께 계시기를 바라네. 자네는 백성의 문제를 하나님께 가지고 가서, 하나님 앞에서 백성의 일을 아뢰게. 그리고 자네는 그들에게 규례와 율법을 가르쳐 주어서, 그들이 마땅히 가야 할 길과 그들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을 알려 주게. 또 자네는 백성 가운데서 능력과 덕을 함께 갖춘 사람,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참되어서 거짓이 없으며 부정직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을 뽑아서, 백성 위에 세우게. 그리고 그들을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으로 세워서, 그들이 사건이 생길 때마다 백성을 재판하도록 하게. 큰 사건은 모두 자네에게 가져 오게 하고, 작은 사건은 모두 그들이 스스로 재판하도록 하게. 이렇게 그들이 자네와 짐을 나누어 지면, 자네의 일이 훨씬 가벼워질 걸세. 하나님이 명하신 대로, 자네가 이와 같이 하면, 자네도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고, 백성도 모두 흐뭇하게 자기 집으로 돌아갈 걸세.”

<출애굽기 18:17-23>


■ 들어가는 이야기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우리나라에는 새해가 매년 두 번씩 있어서 좋습니다. 양력으로 1월 1일은 공식적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고, 음력으로 1월 1일은 설날이라고 해서, 다시 한 번 새 출발을 다짐합니다. 대학생들은 잘 아시겠습니다만, 처음에 수강신청을 하면 변경할 일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러면 수강신청 변경기간에 다시 한 번 정리해서 확정을 하지요. 새해에 결심이나 계획을 세우고 나서 한 달쯤 실행했을 때 설날이 다가옵니다. 그동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게 무리한 일이었다면 다시 고쳐서 실행할 수 있는 시점이지요. 어쨌든 이제 진짜로 갑오년 말띠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소망의 하나님의 뜻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올 한해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부인의 유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라고 하는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베르테르의 이웃에 어떤 부인이 살았습니다. 부인의 늙은 남편은 인색하고 욕심 많은 구두쇠였습니다. 평소에 부인을 무던히도 괴롭혔습니다. 부인은 남편 때문에 꼼짝을 못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부인은 언제나 힘든 상황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법을 알았습니다. 그런 부인이 며칠 전에 의사로부터 무서운 통보를 받았습니다. 병이 깊어져서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인은 남편을 불러오게 하더니 유언을 남겼습니다. “당신한테 한 가지 고백할 게 있어요. 제가 죽었을 때 이 일로 불화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돼서 하는 말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최대한 야무지게 근검절약을 하면서 집안 살림을 꾸려왔어요. 당신은 결혼 초부터 생활비를 아주 적게 책정하셨지요. 살림이 불어나고 장사 규모가 커졌어도 당신은 생활비를 올려주지 않았어요. 저는 싫은 소리 하지 않고 그 돈을 받아서 썼습니다. 모자라는 생활비는 매주 매상고에서 끌어다 썼지요. 주인 여자가 집안 금고를 축내리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한 푼도 허비하지 않았어요. 만약 제 뒤를 이어서 이 집 살림을 맡을 여자가 달리 자구책을 마련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저는 이런 비밀을 털어놓지 않고 마음 편히 저세상으로 갔을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보나마나 첫 번째 부인은 그 돈으로도 충분히 살림을 했다고 고집할 테니까요.” ― 괴테(임홍배 역),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주)창비, 2012), 25%쪽. 겉으로 보기에 이 집안은 업무분담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장사를 하고 부인은 집안 살림을 보살폈으니까요.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인은 남편에게 착취를 당하고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업무분담이 명확히 되어 있고 그에 따른 보상이 각자에게 적절히 배분된다면 그 공동체는 행복합니다. 그런데 일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거나, 한쪽이 착취를 당한다면 그 공동체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 장인의 출고

업무분담에 대한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성경에 나옵니다. 모세 이야기입니다. 모세가 독립운동을 한다고 처자식을 처가에 맡겨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이대로 두었다가는 자기 딸이 생과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딸과 외손자들을 데리고 모세가 있다고 하는 광야로 갔습니다. 가보니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자기 사위가 꽤 중요한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아마도 사위를 끌고 집으로 오려는 생각은 접었던 것 같습니다. 이튿날, 장인은 모세가 하는 일을 참관했습니다. 가만히 지켜보니까 모세는 백성의 송사를 다루려고 자리에 앉아 있었고, 백성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세 곁에 와서 줄을 서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장인이 사위에게 조언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자네뿐만 아니라 자네와 함께 있는 이 백성도 아주 지치고 말 걸세. 이 일이 자네에게는 너무 힘겨운 일이어서, 자네 혼자서는 할 수 없네. 이제 내가 충고하는 말을 듣게.” 그러면서 두 가지 안(案)을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규칙 곧 법을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법대로 하고 다툼이 있을 때 가지고 오라는 것이지요. 둘째는 직무를 나누라는 것이었습니다. 피라미드 형태로 중간관리를 두어서 웬만한 것은 거기서 처리하고, 큰 문제만 모세에게 가지고 오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모세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모세가 꼼짝을 못하게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의 장인은 업무분담을 하라고 충고를 한 것이지요. 실제로 모세는 그때 법의 필요성을 느꼈고, 백성을 다스릴 직제도 준비했습니다.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지요. 지난 명절에 여러분의 집안에서는 업무분담이 잘 이루어졌습니까? 직장을 가진 며느리들 가운데서는, 돈도 안 주는 시댁에서 무급으로 일하는 것보다 차라리 회사에 나가서 당직을 서고 특근수당이라도 받는 게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습니다만, 그것은 명절의 일거리가 며느리들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오래 가면 제사고 전통이고 머지않아 깨지게 되어 있습니다. 일거리 나누기에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 모두 흐뭇하게!

업무분담, 하면 가장 중요한 문제가 형평성입니다. 아무리 업무분담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한쪽에 현저하게 불리하게 정해져 있다면 그건 무용지물입니다. 우리나라도 업무분담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편이지요. 대통령과 장관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들이 있고, 전국 구석구석에 일반 공직자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공공부문의 정규직 종사자들은 정년도 보장되어 있고, 직급과 호봉에 따라 급여도 정해져 있어서 그나마 낫습니다만, 사기업 종사자나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엄청난 차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기업 임원들은 수억에서 수십억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같은 건물에서 청소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 시간에 5천 원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연봉이라고 해봐야 겨우 1천만 원 안팎입니다. 그러면서도 ‘미관상’ 좋지 않다면서 가급적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라고 합니다. 직원식당에서 밥도 못 먹게 해서 화장실에 숨어서 밥을 먹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최저시급이 5,210원입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우리 돈으로 거의 1만원이 넘습니다. 그 나라들이 경제수준이 높아서 그런 것이니 이해하자고요? 그러면 우리나라의 집값이 그 나라의 반값입니까? 아니면 햄버거 값이 반값입니까? 한 사람 유지하는 비용은 거의 비슷한데, 최저시급이 왜 달라야 합니까? 지난 설날에 세뱃돈 주셨습니까? 얼마나 주셨습니까?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까 고등학생 이상이면 5만원은 줘야 욕을 안 먹는다고 하더군요. 5만원이면 성인노동자가 열 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입니다. 다음부터는 세뱃돈을 줄 때 그 이야기를 꼭 하시면 좋겠습니다. 주는 사람이 말하기 불편하면 옆에서라도 꼭 해줘야 아이들이 돈 귀한 줄 압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가장 싼 것이 비정규직 인건비입니다. 이 문제를 우리가 인식하고 지적하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습니다. 업무분담에다가 경제정의까지 실현이 되어야 모세의 율법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괴테의 작품에 나오는 내용입니다만, ≪파우스트≫에 보면 나무꾼들의 노래가 나옵니다.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 두라. 일하는 천한 놈이 나라 안에 없다가는 양반네들 혼자서 아무리 약은 체해도 어떻게 살아 가리요? 이것만은 명심해 두라. 우리네가 땀 안 흘리면 당신네는 얼어 죽어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정경석 역), ≪파우스트≫((주)문예출판사, 2010), 803쪽. 일부만 행복한 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모두가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분담이 잘 이루어져야 하고 거기에다가 형평성이 더해져야 합니다. 모세의 장인 이드로가 말하기를, 그렇게 하면 백성들이 ‘모두’ 흐뭇하게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 맺는 이야기

여러분 가운데는 안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명절에도 수당도 못 받으면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 많습니다. 명절에 일하면서 돈도 못 받는다는 게 무슨 소리냐,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쉬게 해주면 명절이고 공휴일이고 없습니다. 그걸로 끝입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노사합의문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내용을 써넣지만,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빨간 날은 무급으로 그냥 일 시켜도 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설날이나 추석에 보통은 관례로 쉬게 해주는 것인데, 여러분 주변에서 명절에 쉬기는 하지만 쉬면 월급 깎이는 사람 보셨을 겁니다. 이게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의 맹점입니다. 우리가 이런 데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민이 관심 안 가지는데 누가 발 벗고 나서서 챙겨줍니까? 효율적인 업무분담, 거기다가 처우의 형평성까지 더해져야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집니다. 예수님께서 추구하신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그런 나라입니다. 힘써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나라를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하고 행동하기를 바라는 여러분에게, 성령님께서 힘을 주시고 지혜를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1. 20140205 Na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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