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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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4-11-23 14: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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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가복음서 7:14-16 
설교일 2014-11-23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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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예수께서 다시 무리를 가까이 부르시고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무엇이든지 사람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서 그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 사람을 더럽힌다.”

<마가복음서 7:14-16>


■ 들어가는 이야기

가을을 느끼기 시작했던 9월 첫 주일에 창조절이 시작됐는데, 오늘이 그 마지막 주일입니다. 다음 주일부터는 예수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절입니다. 추수감사예배도 드렸으니, 이제는 겨울 준비, 새해 준비에 마음을 써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겨울과 새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우리 성령님께서 여러분 안에서 여러분을 든든하게 지켜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오늘은 ‘전통’(傳統)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 좋은 전통

먼저 우리나라의 전통 이야기입니다. 저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뿌듯합니다. 한복도 그렇고 한옥도 그렇고,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우리 한옥의 구들장 난방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찬란한 문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양의 난방을 직접난방이어서 방 가운데에 난로를 두든지, 벽을 파서 벽난로를 만들든지 해야 합니다. 그 난로에다 뭘 때든지, 연료를 태우면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사람들이 그대로 흡수해야 하는 구조지요. 이불도 침대 위에 늘 펴둡니다. 거기다가 신발까지 신고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러니 방에 먼지가 얼마나 많겠어요? 그러나 전통적인 우리나라 가옥에서는 불을 때는 곳과 난방을 하는 곳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부엌에서 불을 때면 방이 따뜻해지는 구조지요.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까 방바닥이 언제나 반들반들합니다. 아침마다 이불을 개서 장롱에 넣어두니, 먼지 한 톨만 있어도 금방 표시가 나지요. 또 하나 자랑스러운 문화가 발효식품입니다. 김치, 된장, 간장, 장아찌 등 자연 속에서 제삼의 물질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입으로 들어가게 하는 멋진 문화입니다. 발효식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술이지요. 잘 아시겠지만, 우리 영남지방에서 나오는 전통술이 안동소주입니다. 안동소주도 여러 가지인데요, 국가가 공인한 명인(名人)이 만드는 건 두 가지입니다. 조옥화 명인의 소주와 박재서 명인의 소주입니다. 제가 직접 비교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도수는 45도로 같아도 느낌은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조옥화 명인은 올해 연세가 92세인 할머니입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안동에서 건강한 몸으로 소주를 빚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분은 음식을 만들 때, 특히 소주를 만들 때, 정성스럽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단장을 합니다. 정결한 마음가짐에서 정결한 몸가짐이 나오고, 정결한 몸가짐에서 정결한 술이 나오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음식 한 가지를 만들면서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서 임했습니다.

■ 바리새파 사람들

성경에도 좋은 전통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 바리새파 사람들을 꾸짖으시는 장면이 여러 차례 있지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완전히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가장 큰 장점은 신앙의 전통을 잘 지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그것은 인정하셨던 것 같습니다. 마태복음서 5:20입니다. “너희의 의가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의보다 낫지 않으면, 너희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신앙생활은 철저했다는 뜻이겠지요. 가장 먼저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안식일 준수입니다. 안식일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래 걷지도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정기적으로 금식도 했습니다. 원래 금식이란 크게 참회할 일이 있을 때, 슬픈 일이 있을 때 하는 것인데, 그런 것 저런 것 따지기 번거로우니까 날짜를 정해놓고 했던 것 같습니다. 십일조도 열심히 냈습니다. 규칙적으로 기도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사람들은 격식 찾는 데는 선수들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음식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이었습니다. 잔이나 단지나 놋그릇이나 침대도 열심히 씻었습니다. 손 씻는 일, 이거 매우 중요한 일이지요. 손만 열심히 씻으면 질병의 반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엊그제 TV를 보니까 어떤 사람은 PC방에 갈 때도 자기 키보드를 꼭 들고 간다고 하더군요. 여러 사람이 사용하던 것을 쓰기 싫다는 뜻이겠지요. 어쨌든 손을 잘 씻는 것은 좋은데, 예수님은 그런 바리새파 사람들을 보고 ‘독사의 자식들’이라며 꾸짖었습니다. 또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아!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다. 너희는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마태복음서 23:25).

■ 예수님의 가르침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왜 당신의 제자들은 장로들이 전하여 준 전통을 따르지 않고, 부정한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마가복음서 7:5). 이때 예수님께서 대답하신 말씀이 이겁니다. “무엇이든지 사람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서 그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 사람을 더럽힌다”(마가복음서 7:15-16).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음식이고 ‘밖으로 나오는 것’은 똥입니다. 음식과 똥, 어떤 게 더 더럽습니까? 비교하자면 때 똥이 더 더럽지만, 사실은 똥도 하나님의 창조물입니다. ≪태백산맥≫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옛날 한국전쟁 때 미군장교 한 사람이 우리나라의 재래식 변소를 보고 더럽다고 욕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김범우라는 청년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 너희들의 그 수세식변소라는 것 말이야. 물에 씻겨간 똥이 어디로 가지? 강으로 가고 바다로 가잖아. 강이나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면 어떻게 되지? 수돗물이라는 것도 결국 강물인데, 그걸 마시잖아? 물론, 소독을 했으니까 깨끗하다고 말하겠지. 우리의 똥 비료도 햇빛에 발효를 시켰으니까 그 정도로는 깨끗해. 세상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데, 그 사람들의 시체가 썩어서 어떻게 됐지? 체액은 땅에 스며들어 물로도 흘러내리고 뼈와 살은 땅에 섞여 풀이나 나무의 거름이 되잖아?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며 살고, 그 풀을 먹고 자란 소를 잡아먹으며 살지. 인간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동식물을 막론하고 서로서로를 먹고 사는 셈이지. 이게 자연법칙이야. ― 조정래, ≪태백산맥 7≫(한길사, 1988), 351쪽. 그러니 똥 가지고 뭐라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자연법칙은 참 놀랍습니다. 똥을 먹은 땅이 맛있는 채소와 열매를 내놓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먹은 나무들이 신선한 산소를 내놓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지요.

■ 맺는 이야기

예수님께서 사람 몸에서 나오는 것이 더럽다고 하셨지만 똥은 일단 뺍시다. 똥보다 더 더러운 것은 말입니다. 사람 뒤에서 나오는 똥은 잘 관리하면 거름이 되지만 사람 앞에서 나오는 못된 말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세상을 오염시킵니다. 우리에게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세상의 공기와 기운을 받아들여서 독을 내놓으며 공해를 일으키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신선한 것을 내놓으며 세상을 정화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둘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안으로 무엇이 들어가든지, 일단 들어간 것은 언제나 선한 것이 되어 나오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4.11.23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861 희소식을 전하는 사람
860 약주(藥酒), 독주(毒酒), 성주(聖酒)
859 “청춘을 돌려다오!”
858 다르게 크는 아이들
857 그대 모습 보여주오!
856 “여러분의 수고가 헛되지 않습니다!”
855 양을 찾아서
854 매일 새로 태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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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 양심을 깨끗하게 만드는 제물
850 기름 값
849 두 아들과 아버지
848 삼일절에 생각하는 ‘나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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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 그래도 내려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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