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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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출애굽기 31:12-13 
설교일 2019-08-18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성서 본문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일러라. 너희는 안식일을 지켜라. 이것이 너희 대대로 나와 너희 사이에 세워진 표징이 되어, 너희를 거룩하게 구별한 이가 나 주임을 알게 할 것이다.

 

출애굽기 31:12-13

 

들어가는 이야기

 

많은 학교들이 이미 개학을 했고, 이번 주 안으로는 모든 학교들이 개학을 할 것입니다. 여름휴가도 대부분 끝났지요. 이번 금요일(23)이 처서(處暑)입니다.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절기지요. 뜨거운 여름 보내신다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식의 날, 주님 앞에 한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이번 가을에는 여러분 모두가 그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열매를 많이 거두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오늘을 주일이라고 합니다. 유대교 사람들은 토요일이 휴일인데 그날을 안식일이라고 불렀습니다.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귀한 날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귀한 날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지 잠시 생각해보겠습니다.

 

휴식

 

첫째는 휴식입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을 이렇게 전합니다(출애굽기 31:15). 엿새 동안은 일을 하고, 이렛날은 나 주에게 바친 거룩한 날이므로, 완전히 쉬어야 한다. 안식일에 일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이게 지금부터 3천 년쯤 전에 나온 법률인데요, 아마도 세계 최초의 근로기준법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규정의 처벌조항이 어마무시하게 강력합니다. 안식일에 일하는 사람은 죽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벌금도 아니고 규류나 유치도 아니고 징역도 아니고 사형입니다. 이 구절만 보면 일하는 사람을 향한 규정인 것 같지만, 십계명 원문을 보면 그게 아닙니다. 너희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너희나, 너희의 아들이나 딸이나, 너희의 남종이나 여종만이 아니라, 너희 집짐승이나, 너희의 집에 머무르는 나그네라도, 일을 해서는 안 된다”(출애굽기 20:10). 일단 너희를 지목하지요.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너희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너희 아들에게 일을 시킨다? 이거 안 됩니다. ‘너희 딸도 안 됩니다. ‘도 안 됩니다. 심지어 집짐승도 안 됩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도 일을 시키면 안 됩니다. 노동자에 대한 규정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 대한 규정이기도 합니다. 굉장히 철저하지요.

 

돈 많은 어떤 장로님이 주일에 교회 올 때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와서 예배를 드립니다. 예배 중에 기사 보고는 대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복잡한 주차장을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서였겠지요. 이거, 안 된다는 거예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에게 휴식은 하나님이 주신 권리입니다. 유대인들은 그랬는데, 우리 조상들은 어땠을까요? 일요일도 없는데, 잘 쉬었을까요?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1594821일 맑음. 외가 제삿날이라 업무를 보지 않았다. [] 22일 맑음. 성종 비 정현왕후의 제삿날이라 업무를 보지 않았다.” 이순신, 난중일기(돋을새김, 2015), 전자책 269/802. 요일별로 정해져 있지는 않았지만, 조선시대 공직자들도 쉴 건 다 쉬었습니다.

 

청소

 

둘째는 청소입니다. 집안 청소도 해야 되고, 목욕도 깨끗이 해야 됩니다. 출근을 안 하니까 여유가 좀 있잖아요. 평소에는 샤워하는 데 5, 10분쯤 걸렸다면 이날은 조금 더 시간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 청소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죄를 씻으라고 말하지요. 한 남자가 어떤 목사에게 말했습니다. “나에겐 죄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기독교는 인간을 모두 죄인 취급을 하는 거죠? 대체 그 이유가 뭡니까?” 그러자 목사는 부탁을 하나 했습니다. “저쪽에 있는 큰 돌을 이곳까지 좀 가져다주시겠습니까?” 그 사람은 쌀부대만한 바윗돌을 힘겹게 날라 왔습니다. 목사는 한 번 더 말했습니다. “조약돌을 쉰 개쯤 가져다주시겠습니까?” 뭔가 큰 교훈이 있나보다 싶어 남자는 조약돌을 잔뜩 모아서 가져갔더니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이 조약돌들을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놓으시겠습니까?” 남자는 난처했습니다. 큰 돌은 어디서 운반해 왔는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지만 많은 조약돌들은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조약돌을 하나도 제자리에 갖다놓지 못했습니다. 미우라 아야코(최호 역), ()빙점(홍신문화사, 1992), 165-166.

 

사람을 죽였다, 강도짓을 했다, 큰돈을 뇌물로 받았다, 이런 것들은 기억도 잘 나고, 금방 눈에 띄는 바윗돌입니다. 그러나 화를 냈다, 속으로 욕을 했다, 누군가를 미워했다, 떳떳하지 않은 방법으로 작은 이득을 봤다, 이런 것들은 조약돌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짚어보면 우리의 죄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살아서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죄입니다. 귀한 산소를 소비하고 남한테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일이니까요. 이거 얼른 얼른 자주 씻어내야 합니다. 속옷 하루 이틀 안 빨아 입어도 표시 안 나지요. 누가 뭐라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게 길어지면 매우 곤란해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빠지지 말고 예배를 드려야 하는 겁니다.

 

선행

 

셋째는 선행입니다. 오래 전 일입니다만, 제가 잘 아는 분이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 유학을 하러 갔습니다. 가자마자 이틀 만엔가 안식일이 됐습니다.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가 그 사람들의 안식일인데, 미처 식료품 준비를 해놓지 못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거리에 나가봤더니 단 한 군데도 문을 연 가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쫄쫄 굶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지금도 이렇게 안식일을 철저히 지킵니다. 불도 켜지 않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지도 않습니다. 일정 거리 이상은 걷지도 않습니다. 어떤 종류가 됐든 노동을 하는 사람은 돌로 쳐 죽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서 12장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어느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셨습니다. 거기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켰습니다. 저놈의 예수가 어떻게 하나 보자, 저 사람을 고쳐주기만 해봐라, 그건 불법의료행위에 근로기준법 위반이야, 당장 고발해야지, 그런 생각이었지요. 그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양 한 마리가 있다고 하자. 그것이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지면, 그것을 잡아 끌어올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그러므로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괜찮다”(마태복음서 12:11-12). 안식일에 선행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괜찮다는 거예요. 유대인들은 법률의 자구만 봤지만, 예수님은 법의 정신을 꿰뚫어서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주일이라고 할지라도 선행의 기회가 온다면 잡아야 합니다.

 

맺는 이야기

 

탈무드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유대인들이 안식을 지킨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들을 지켰다.” 유대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고난을 당했습니까? 기원후 70년 로마의 침공에 콩가루가 되도록 망했습니다. 그 뒤 나라를 잃고 헤맨 것이 2천 년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안식일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곧 휴식, 청소, 선행,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주일을 지킴으로써, 사람에게도 귀히 여김을 받고 하나님에게도 귀히 여김을 받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1081 "깨어 있어라!"
1080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1079 요지부동 욥
1078 바울의 폭탄선언
1077 바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산산조각 내다!
1076 “네 죄를 묻지 않겠다!”
1075 작은 씨앗, 큰 나무
1074 안식일 잘 지키기
1073 생명을 선택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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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0 야곱, 부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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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7 좁은 문으로 들어간 솔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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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 예수를 찾는 이유
1064 “내가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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