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마을지기 2011-09-04 18:57:23
0 3748
성서본문 창세기 4:9-12 
설교일 2011-09-04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기념주일 

■ 성서 본문

주님께서 가인에게 물으셨다. “너의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 너의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는다. 이제 네가 땅에서 저주를 받을 것이다. 땅이 그 입을 벌려서, 너의 아우의 피를 너의 손에서 받아 마셨다. 네가 밭을 갈아도, 땅이 이제는 너에게 효력을 더 나타내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 땅 위에서 쉬지도 못하고, 떠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창세기 4:9-12>


■ 들어가는 말씀

지난주까지 성령강림 절기가 끝나고, 오늘부터 창조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주님의 창조의 능력이 여러분에게 더욱 크게 임하여서, 여러분의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뼛속 골수까지, 혈액이 도는 구석구석까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새 기운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오늘이 9월 첫 주일인데, ‘9월’ 하면 우리 모두 좋은 계절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좋은 계절 9월에 우리 역사에서 정말 아팠던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부터 88년 전인 1923년 9월 1일에 일본 간토[関東]지방에서 일어났던 대지진입니다.

■ 간토[関東] 대지진

이 일을 우리는 ‘관동 대지진’으로 더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진’이라고 하면 그 자체로도 엄청난 재앙인데, 이때는 자연재해보다도 더 끔찍한 일이 며칠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뒤에 일본 사람들이, 당시에 일본 간토 지방에 이주해서 살고 있던 우리 조선 동포들을 6,661명(상해 임시정부 조사기록)이나 학살한 것입니다. 간토 대지진은 도쿄[東京]와 요코하마[横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10만5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런데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일본 정부는 조선인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들이 일본인 가정에 침입하여 부녀자들을 폭행하고 도둑질을 하고 있다’ ‘폭탄을 투척하여 산업시설을 불태우고 있다’는 등의 악의적인 유언비어였습니다. 신문들은 정부가 유포한 보도지침을 받아서 마치 실제 일어난 사건인양 보도하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들이 내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그들을 적(敵)으로 여겨서 색출하고, 반항하면 그 자리에서 즉결처형해도 좋다고 하는 계엄령을 발포하였습니다. 정부가 흘린 유언비어에 현혹된 일본자경단은 닥치는 대로 조선인을 사냥하였습니다. 불과 3~4일 동안 무려 6천6백여 명을 학살한 것입니다.

그런다면 일본의 권력자들은 무엇 때문에 조선인을 학살한 것일까요? 간토 대지진이 일어나기 4년 전인 1919년,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조선에서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항거하는 3.1 독립운동이 일어나서 전국적으로 거세게 들불처럼 번져갔습니다. 이 일에 놀란 조선총독부는 독립운동에 대한 탄압과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인의 독립운동은 더욱 더 활발해졌고, 조선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까지 확산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무리한 해외 파병으로 군량미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쌀 파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반정부 수준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마침 일본의 노동자들도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은 이러한 일본인들을 ‘반국가적 비국민’ 또는 ‘사회주의자’라며 ‘사회 불순세력’으로 몰아갔습니다. 또한 이주조선인들이 이들과 연대하여 사회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하여 ‘불령선인’((不逞鮮人-불순한 요주의 조선인)으로 부르며 그들을 색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 군국주의자들의 만행

그러던 중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부터 10여분 동안 강진이 일본 간토 지방을 뒤흔들었고, 엄청난 재난이 뒤따랐습니다. 우리 동포들이 사는 집이나 일터도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극심한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땅이 갈라지면서 날아든 불씨로 도쿄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서 지진 발생 후 불과 6시간이 지나면서부터 군국주의자들은 재난 수습을 빌미로 일본 내 반전평화세력과 이주조선인을 없애기 위한 묘책을 짜내었습니다. 이들을 일본의 적(敵)으로 만들어 일망타진하자는 계략이었습니다. 이들은 시내와 마을 요소요소를 지키면서 통행인을 검문해서 조선인 옷차림을 한 사람이나 조선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걸리면 칼을 빼들어 닥치는 대로 베어버리고, 쇠고랑을 들어 머리를 가격하여 두개골을 부숴버렸습니다. 사지를 사슬로 묶어 찢어버리고, 여성들을 처참하게 능욕하고 임산부의 배를 갈라 뱃속에 잉태된 태아를 꺼내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인간의 머리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야만성의 극치를 드러내었던 것입니다. 동네마다 흐르는 강은 조선인의 선혈로 물들었고,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인 것이 조선인의 시신이었습니다. 조선인의 시체가 썩거나 불태워지면서 나는 악취 때문에 코를 감싸지 않고서는 다닐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조선을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셀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책임을 인정하는 예는 드뭅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그렇고, 강제징용문제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끈질긴 희생자들의 탄원과 국제적 여론에 힘입어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강제징용에 대하여는 부족하나마 유감을 표하고 있지만 간토 조선인학살사건에 대하여 일본정부는 철저하게 은폐와 왜곡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학살된 희생자의 대부분의 시신은 지진으로 인한 희생자들 속에 섞어 넣어 증거를 인멸하였고, 1923년 당시 학살과 관련된 문서들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교과서에는 일본 민중들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일본 국가는 전혀 책임질 일이 없다는 식으로 왜곡되어 있습니다. 당시 일본사법당국은 6천여 명의 조선인을 학살한 사건에 대하여 단 17건만을 재판하였고, 달랑 두 명에게 징역 3년을, 다섯 명에게 징역 2년을, 아홉 명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들 대부분이 경찰서를 부수는 난동 등에 대한 혐의만 적용되었지, 조선인학살에 대한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

그러나 사건발생 80주년을 맞은 2003년 8월,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제일동포 문무선 씨의 소송사건을 처리하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권고문을 보냅니다. “일본정부는 진상조사에 착수하여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죄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이지요. 2010년 10월 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제 9회 한일 NCC-URM 협의회에서 아주 중요한 약속을 하였습니다. “한일 양국 교회는 일본정부가 식민지 범죄에 대하여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한-일의 미래세대를 위한 올바른 근현대사 교육을 교회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9월 첫째 주일을 ‹재일한국 조선인 인권주일›로 선포하고 이를 지키며, 간토 대지진시 조선인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협력해 나간다”고 공동결의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 기장교단은 이미 오래 전부터 9월 첫 주일을 재일동포선교주일로 지켜왔습니다. 재일동포주일을 맞이하여 일본이 저지른 식민지의 범죄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1910년 8월 29일의 강제 조선 합병, 3.1 독립운동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간토대진재 당시 조선인학살, 토지수탈, 강제징용, 강제노동, 성노예, 야스쿠니합사 등 일본에 의한 죄악행위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벨을 들로 데려가 돌로 쳐 죽인 가인이 자신의 죄를 부인하는 것처럼 일본 국가는 늘 애매모호한 수사적 표현으로 자신들이 죄를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간토 조선인학살문제에 관해서는 단 한 번도 그 흔한 수사적 표현인 “유감이다”라는 입장을 발표한 일도 없습니다.

■ 맺는 이야기

오늘 구약성서 본문을 보니까, 주님께서, 아벨을 죽인 가인에게 물으십니다.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 하나님께서는 일본을 향해 물으셨을 것입니다.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 그러나 일본은 늘 “저희가 조선인을 지키는 사람들입니까?” 하고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 가인의 형제, 죽은 아벨은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땅에 스며든 아벨의 피가 하나님께 호소하였다고 하였습니다. 1923년에 학살당한 6천여 명의 재일동포들은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피가 하나님께 호소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추모비와 문서들이 조선인 학살에 대해 절규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해방 이후 단 한차례의 진상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양심적인 학자와 활동가들이 더 적극적입니다. 그들이 한국의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찾아가서 간토 조선인 학살사건과 관련된 자료의 증거보전을 일본정부에 신청하라고, 진상조사를 위한 자료요청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위원회 사람들은 자신들의 한계 밖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였습니다. 일본정부에게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느냐?”고 물으시는 하나님께서 한국정부에게 이렇게 물으시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하였느냐?”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진상규명을 위한 일에 한국정부가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저런 이유로 외면한다면 한일 양국의 교회가 나서야 할 일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제공한 ‹재일동포주일 자료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88년이나 지난 일을 이제 와서 다시 말한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교훈은 언제 어디서나 진리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야만적인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지진과 같은 천재(天災)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덧붙여서 인재(人災)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녀들이 살아야 하는 이 세상에서 억울하게 희생되는 이들이 하나도 없기를, 그리고 주님께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녀들을 지켜주셔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062 "한 집에 한 마리씩"
1061 무지개 약속
1060 세 사람을 살리는 약
1059 하나님의 약속
1058 편안한 후회
1057 원수 다루기
» 아팠던 9월
1055 아버지를 위한 삼 년
1054 만남과 헤어짐에 대하여
1053 낭중지추(囊中之錐)
1052 잃어버린 낙원
1051 뱀과의 투쟁
1050 청지기의 직업의식
1049 폭풍전야, 그리고 평화의 아침
1048 야곱, 부자 되다!
1047 야곱, 부자 되다!
1046 한 몸이기에
1045 "이제야 나타났구나, 이 사람!"
1044 남자의 언어, 여자의 언어
1043 한 몸이기에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