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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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1-03-06 17: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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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에스겔서 3:4-9 
설교일 2011-03-06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그가 또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어서 이스라엘 족속에게 가서, 내가 하는 바로 이 말을 그들에게 전하여라. 나는 너를 이스라엘 족속에게 보낸다. 어렵고 알기 힘든 외국말을 하는 민족에게 내가 너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알기 힘든 외국어를 사용하는 여러 민족에게 내가 너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너를 그들에게 보내면, 그들은 너의 말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족속은 너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온 이스라엘 족속은 얼굴에 쇠가죽을 쓴 고집센 자들이어서, 나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네 얼굴도 그들의 얼굴과 맞먹도록 억세게 만들었고, 네 얼굴에도 그들의 얼굴과 맞먹도록 쇠가죽을 씌웠다. 내가 네 이마를 바윗돌보다 더 굳게 하여, 금강석처럼 만들어 놓았다. 그들은 반역하는 족속이니, 너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의 얼굴 앞에서 떨지도 말아라.”

<에스겔서 3:4-9>


■ 들어가는 이야기

이제 3월입니다. 오늘도 이렇게 주님 앞에서 3월 첫 주일을 맞이하는 저와 여러분에게 하늘의 은혜와 땅의 축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3월은 누가 뭐래도 본격적으로 봄인 계절입니다. 오늘이 경칩(驚蟄)인데,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깜짝 놀라서 잠을 깬다는 절기지요.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계절의 봄은 왔는데, 여러분의 마음에는 봄이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계절이 겨울인 때 사람들은 몸을 떱니다. 마음이 겨울인 때도 사람들은 떱니다. 계절이 겨울인 때는 추워서 떨지만, 마음이 겨울인 때는 두려워서 떱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여러분의 마음 한구석에 두려움이 있다면 여러분의 마음은 아직 겨울입니다. 오늘 에스겔서 말씀에 보니까 하나님께서 에스겔을 재촉하십니다. “사람아, 어서 이스라엘 족속에게 가서, 내가 하는 바로 이 말을 그들에게 전하여라.” 이렇게 시작하는 하나님의 말씀은 ‘두려워하지도 말고 떨지도 말라’는 말씀으로 끝을 맺습니다.

■ 부끄러운 그리스도인들.

요즘처럼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에서 냉대를 받는 일이 전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목사이면서도 어디 나가서 ‘나 기독교인이오!’ 하고 말하기가 꺼려질 때가 있습니다. 이게 다 저를 포함한 목사들과 기독교 지도자들 때문이겠지요. 자업자득(自業自得)입니다. 몇 년 전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른바 ‘한기총’이라고 하지요, 그 단체에서 ‘기독교 사학 수호를 위한 비상시국기도회’라는 것을 했습니다. 그때 목사님들이 거리행진을 하면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퍼포먼스를 가졌습니다. 나무십자가를 지고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에게 보이겠다는 것인데, 나무 십자가 밑에는 바퀴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어깨가 닿는 부분에는 붕대를 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그분은 십자가가 무거워서 쓰러졌다 일어났다 하면서 길을 갔습니다. 그러니 옷이 멀쩡할 리가 없습니다. 매 맞은 뒤라 온몸에 상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십자가 가장행렬을 한 그분은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구두를 신고 십자가 밑에는 바퀴를 달아서 굴리고 가면서 어깨 아플까봐 붕대까지 감았습니다. 이 꼴을 보고 어떤 사람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예수님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죽으러 가셨는데, 그 목사는 바퀴 달린 십자가를 굴리고 행진을 끝낸 다음 고급승용차를 타고 가더라.’

■ 그래도 말해야 할 때.

목사들의 추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재작년인가요, 용산지구 재개발 문제 때문에 그걸 막아내려고 망루에 올라가서 저항하던 여러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때 서 아무개 목사는 망루에 올라간 사람을 꾸짖었습니다. 나라에서 하는 일에 왜 그렇게 생떼를 쓰느냐, 이것이겠지요. 그런데 교회들이 재개발 지역에서 쫓겨날 상황이 되자, 그 양반이 속한 ‘기독교사회책임’이란 단체에서 거리로 나와서 데모를 했습니다. 재개발은 안 된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시청 앞에서 드러눕기까지 했습니다. ‘데모하는 사람들은 김정일한테 가서 살라’고 욕하던 사람들입니다. 가난한 서민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될 때는 손가락질하며 나 몰라라 하던 사람들이 교회당이 위기에 처하자 그제야 길거리에 드러누운 겁니다. 가난한 이웃들이 아파할 때는 눈도 꿈쩍하지 않다가 돈 앞에서 꼬리를 내리는 꼴입니다.

목사인 제가 제 입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참 망신입니다만, 지금 우리나라 기독교 지도자들이 하는 행태가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목사들을 보고 기독교에 대해서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예수 믿으라는 소리를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 믿으라고 한다고 사람들이 예수를 믿으려고 하겠습니까? 참 어려운 시절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명령하십니다. ‘가라!’고 하십니다. ‘말하라!’고 하십니다. 얼굴에 쇠가죽을 쓰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음을 금강석 같이 단단히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마를 바윗돌처럼 만들어서 들이밀라고 하십니다. 왜 그렇습니까? 세상을 향하여 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 무엇을 말할 것인가.

예수님 당시에도 종교 지도자들은 욕을 먹었습니다. 그들을 향해 욕을 있는 대로 퍼부으며 등장한 사람이 세례요한입니다. 요한은 그들을 향하여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도 똑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독사 새끼들이라고 해서, 하나님을 믿는 가난한 사람들이 방치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들려져야 할 기쁜 소식 곧 복음이 전달되는 것이 멈추어져서는 안 됩니다. 부자들의 귀에 달콤한 소리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눈이 번쩍 뜨이는 하나님 나라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요한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예수님의 활동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자기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서 물어 보게 하였습니다. “오실 그분이 당신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마태복음서 11:3). 그때 예수께서 요한의 제자들에게 대답하셨습니다. “가서, 너희가 듣고 본 것을 요한에게 알려라. 눈 먼 사람이 보고, 다리 저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 환자가 깨끗하게 되며, 듣지 못하는 사람이 들으며, 죽은 사람이 살아나며, 가난한 사람이 복음을 듣는다”(마태복음서 11:5). 장애가 있어서 꼼짝 못하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세상을 활보하게 되는 것이 예수님의 뜻입니다. 죽을 지경에 있는 사람이 팔팔하게 살아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기뻐서 펄쩍 뛸 소식을 전하는 것이 복음입니다.

■ 맺는 이야기

예수님의 복음은 부자들에게 돈 더 벌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쉬울 것 없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는 것이 복음이 아닙니다. 누가복음서 4장에 나와 있는 말씀대로 복음이란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고, 포로 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것이고, 눈먼 사람들에게 눈 뜸을 선포하는 것이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에스겔에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아, 어서 일어나 가거라. 욕먹을 각오하고 가거라. 얼굴에 철판을 깔고 가거라!’ 하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편이심을 깨닫고 그들에게 가야 합니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 열심히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에 더 힘을 써야 합니다. 약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주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합니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나님께서 지켜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도 고민하면서 기도하시는 여러분에게 놀라운 주님의 평화가 임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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