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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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태복음서 10:34-39 
설교일 2008-11-09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너희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려고 왔다. 나는, 사람이 자기 아버지와 맞서게 하고, 딸이 자기 어머니와 맞서게 하고, 며느리가 자기 시어머니와 맞서게 하려고 왔다.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일 것이다. 나보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적합하지 않고, 나보다 아들이나 딸을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게 적합하지 않다.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내게 적합하지 않다.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마태복음서 10:34-39>


■ 들어가는 말씀

지구에 사는 사람이 약 60억 명 정도 된다고 하지요. 그 가운데서 그리스도인은 대략 3분의 1이 좀 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냥 교회만 왔다 갔다 하는 보통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로서 목숨 걸고 주님의 일꾼으로 사는 사람은 아마도 극소수일 것입니다. 저는 지금 사람을 세 종류로 나누었습니다. 첫째는 예수님을 믿든 안 믿든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고, 둘째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고, 세 번째는 예수님의 제자, 곧 예수님의 일꾼입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당시에도 상황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시는 곳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지만, 그래도 예수님을 만나본 사람들이,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보다는 적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동지가 되어서 예수님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극소수였습니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디에 속하겠습니까? 주일에 예배를 드리러 나왔으니까, 일단 그리스도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냥 그리스도인입니까, 아니면 예수님의 일꾼입니까? 저는 오늘 세 가지를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곧 ▶첫째, 그냥 사람으로 살기에 적합한 사람, ▶둘째, 그리스도인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 그리고 ▶셋째, 주님의 일꾼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입니다.

■ 사람으로 살기에 적합한 사람

첫째, 사람으로 살기에 적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사람’입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 가운데서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과 모든 자연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목요일, 점심시간에 저는 아내와 같이 금오산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금오산 굽잇길을 따라 주차장까지 자동차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여보, 잠깐!” 하며 옆에 있던 아내가 자동차를 멈추게 했습니다. 그래서 앞을 자세히 봤더니 수십 미터 앞에서 뱀 한 마리가 길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얼른 비상등을 켜고 차를 멈추었습니다. 뒤쪽에는 제 차 때문에 다른 차들이 길에 늘어서게 되었습니다. 약 2분 정도 그렇게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참 감사하게도, 뒤에 서 있던 운전자들도 아무런 불평 없이 기다려 주었습니다.

뱀이 무사히 길을 다 건넌 것을 확인하고 차를 출발시켰습니다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뱀에게는 얼마나 위기의 순간이었겠습니까? 기를 쓰며 아스팔트길을 건너는 뱀을 보고, 옆에 있던 아내가 하는 말이, 자기는 여태 뱀을 무척 싫어했고, 혐오스러운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처럼 뱀이 애처롭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능구렁이가 따뜻한 곳을 찾아서 나왔다가 낭패를 당한 것인데, 얼른 안전한 곳을 찾아 편안하게 겨울잠을 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뱀이 여자를 유혹했다고 했지요.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 뱀을 더 싫어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뱀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동물입니다. 뱀이나 모기나 파리나 쥐 같은 것들은, 얼핏 보면 없어져도 좋은 것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다 필요하니까 하나님께서 만드셨겠지요.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식물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하는 야초들이 자라는 것을 가만히 보면, 이것들도 쓸데없이 그 자리에 난 것이 아닙니다. 다 필요해서 하나님께서 야초를 그 자리에 키우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어떤 잡초들은 척박한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 뿌리를 저 땅속 깊이 내리고 땅속 암반에서 미네랄을 끌어올려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어떤 풀들은 공기 중에서 필요한 무기물질을 흡수해서 토양으로 보내 주기도 합니다. 또 풀을 다 뽑아 버리고 맨땅이 드러나게 되면 비나 바람 때문에 흙이 다 떠내려가 버리게 됩니다. 그런 걸 땅이 싫어하니까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잡초’들을 내는 겁니다. ― 황대권, ≪야생초 편지≫(도서출판 도솔, 2002), 272-273쪽.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이른바 ‘나쁜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사람들을 싹 쓸어버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방식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시는 분입니다(마태복음서 5:45). 나쁜 짓 하는 인간들을 ‘악의 축’으로 몰아서 다 없애버리면 좋겠지만,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분들도 다 함께 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 쓰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그래서 옛날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당신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 “오늘 나는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은혜를 모르는 사람, 오만한 사람, 교활한 사람, 속이기를 잘 하는 사람, 시기심이 많은 사람, 이기적인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김철곤 역), ≪아우렐리우스 명상록≫(민중출판사, 2005), 26쪽.

나를 속상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게 돼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걸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게 이상한 것이지요. 자식들 때문에 속상하고, 남편이나 아내 때문에 열 받고, 친척이나 이웃사람들에게, 또는 동료들에게 배신당하고….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그렇게 창조해 두신 겁니다. 다 이 땅에 살기에 적합한 사람들입니다.

■ 신앙인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

세상에 사는 이런 저런 사람들 가운데,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신앙인이 되기에 적합한가, 이것이 오늘 생각할 두 번째 문제입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답은 마태복음서 11장 28절에 나와 있습니다.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 세상 수고에 짓눌려 있는 사람,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겨워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마가복음서 10:15),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두고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린이처럼 순수해야 한다, 거짓이 없어야 한다, 깨끗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고백록≫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런즉 어린이에 있어 순결한 것은 그 지체의 여림이지 그 심지가 아니옵니다. 일찍이 나는 어린이가 질투하는 것을 목격하고 체험하였습니다. 아직 말도 할 줄 모르는 것이 제 젖을 먹는 애를 보자 눈을 부라리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 아우구스띠누스(최민순 역), ≪고백록≫(성 바오로 출판사, 1979), 9쪽.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에 따르면, 어린이가 하나님의 나라에 적합한 것은, 그들이 순결하기 때문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지요.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사람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가복음서 2:17). 그러니까 교회 안에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환자들이 모인 곳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요.

■ 주님의 일에 적합한 사람

자,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주님의 일에 적합산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들어봅시다. “부름 받은 사람은 많으나, 뽑힌 사람은 적다”(마태복음서 22:14). 약한 사람, 문제 있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다 좋습니다. 모두 신앙인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일’에 적합한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오늘 신약성경 본문말씀인 마태복음서 10장 37절부터 39절까지 말씀을 다시 읽습니다.

“나보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적합하지 않고, 나보다 아들이나 딸을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게 적합하지 않다.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내게 적합하지 않다.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예수님의 일, 곧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헌신할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이나 딸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가족이고, 친척이고, 재산이고, 명예고, 체면이고, 다 버리고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목숨을 버릴 각오로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이런 사람이 주님의 일에 적합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에서 그리스도인의 수가 언제부터인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일할 사람은 자꾸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만, 겨울을 앞두고, 어떤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교육전도사님을 불렀습니다. “박 전도사, 나 좀 봅시다.” “예, 목사님.” 목사님의 말씀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번 학생회 총회하잖아. 그때 우리 아들 회장 안 되게, 아니 아무 임원도 안 되게 신경 좀 써 줘.” 이 목사님의 아들은 그 해에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 장태원 편, 《유머와 지혜》(도서출판 Grace Top, 1997), 129쪽.

이 목사님은 자기 아들이 교회에서 학생회 회장이나 임원을 맡는 것보다, 대학 입시 공부하는 것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분뿐만이 아니라 아마도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세상 풍조가 그러니까, 그런 일을 가지고 나무라기만 하기는 좀 부담이 되기는 합니다만, 그래서 바울이 이런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도록 하십시오”(로마서 12:2).

예수님께 복을 받고 싶은 사람, 예수님께 와서 쉬고 싶은 사람은 아직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일을 함께 하려고 하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성 프란체스코를 존경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렇게 살려고 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마더 테레사를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마더 테레사처럼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오로지 봉사만 하면서 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얻어먹기만 좋아하고 일하기는 싫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예수님께서 뭐라고 하시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오라고 하셨으니까 다 받아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예수님 앞에서 쉬기만 하고, 예수님께 뭘 받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의 일을 하는 핵심 구성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내게 오라!” 해서 우리는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이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다른 요청을 하십니다. “내게 오라!”가 아니라 “나를 따르라!”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일에 적합한 사람’을 찾으십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대신하여 갈 것인가?” 하고 찾으실 때, 저와 여러분은, 이사야 예언자가 그랬던 것처럼,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이사야서 6:8) 하고 대답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 맺는 말씀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산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생명,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귀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임을 깨닫고 사는 것은 더 복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과 함께 일하는 예수님의 동역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일에 적합한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고, 터무니없는 말로 온갖 비난을 받더라도 기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하늘에서 받을 너희의 상이 크기 때문이다”(마태복음서 5:12).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상을 받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042 "머물러 있어라!"
1041 "남편 된 이 여러분!"
1040 밥상, 아 그 거룩함이여!
1039 여러분의 수고가 헛되지 않습니다!
1038 완전 무장
1037 소중한 것을 전할 때
1036 "너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1035 주님의 이슬
1034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1033 교회교육의 중요성
1032 우리 삶의 목표는?
1031 멋진 남자
1030 주님께서 쓰시는 사람 - (2)기도의 사람
1029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1028 "무엇을 보러 광야에 나갔더냐?"
» 주님의 일에 적합한 사람
1026 생기에게 대언하라!
1025 고백하라!
1024 제자들을 살리신 예수님
1023 낮아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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