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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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요한복음서 4:16-26 
설교일 2008-06-08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오너라.” 그 여자가 대답하였다. “나에게는 남편이 없습니다.” 예수께서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남편이 없다고 한 말이 옳다. 너에게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고,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바로 말하였다.” 여자가 말하였다. “선생님, 내가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이십니다. 우리 조상은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선생님네 사람들은 예배드려야 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합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여자여, 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아버지께,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거나, 예루살렘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거나, 하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너희는 너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하고, 우리는 우리가 아는 분을 예배한다. 구원은 유대 사람들에게서 나기 때문이다. 참되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영과 진리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을 찾으신다. 하나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은 영과 진리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 여자가 예수께 말했다. “나는 그리스도라고 하는 메시아가 오실 것을 압니다. 그가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실 것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에게 말하고 있는 내가 그다.”

〈요한복음서 4:16-26〉


■ 들어가는 말씀

레오 톨스토이의 작품 가운데, ≪세 가지 질문≫이라는 동화 모음집이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세 가지 질문이란 ▶첫째, 무슨 일을 할 때, 언제가 가장 좋은 때인가, ▶둘째, 누구와 더불어 하는 것이 좋은가, 그리고 ▶셋째,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왕이 이렇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을 때, 사람들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첫째 시간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표를 만들어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둘째, 중요한 사람들은 누군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사와 정치가와 군인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일이란 학문이나 전술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왕은 어떠한 대답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왕은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세상과 접촉을 끊고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왕은 어렵게, 어렵게, 대답을 찾았습니다. ▶첫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둘째,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그리고 ▶셋째, 가장 중요한 일은 나와 함께 있는 바로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오늘 저도 세 가지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 첫째,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입니까?

바로 지금입니다. 잠언 27:1에 보면 이렇게 말씀합니다.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아라.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야고보서 4장 13~14절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이나 내일 어느 도시에 가서, 일 년 동안 거기에서 지내며, 장사하여 돈을 벌겠다” 하는 사람들이여, 들으십시오.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는 안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오늘, 아니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하는 톨스토이의 말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이런 주석을 달았습니다. “내일에 좀 더 보태어 명주 한 필을 사들고 오겠다는 그 사람을 믿어선 안 된다. 오늘 당장 있는 그대로 무명 한 필을 사들고 오는 사람이 아름답다.” ― 정채봉, 「지금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중. 정채봉, 《눈을 감고 보는 길》(샘터, 1999), 181쪽.

■ 둘째,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것은 나와 함께 있는 그 사람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지요.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더 소중할 때가 많다는 말입니다. 시인 이문재가 이런 시를 썼습니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이문재의 시 〈농담〉 중. 안도현, 《100일 동안 쓴 러브레터 2》(태동출판사, 2004), 20쪽.


혼자 어딘가에 갔다가 정말 멋진 풍경을 보았을 때, ‘이걸 그 사람과 같이 봤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고 있는데 옆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이 옆자리에 그 사람이 앉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맛 나는 요리를 먹을 때, 함께 먹었으면 하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거꾸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금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 언젠가 그 사람이 내 옆에 없게 된다면, 얼마나 서운하겠습니까? 지금 함께 밥을 먹고 있는 사람, 앞으로 언젠가 그 사람의 자리가 비게 된다면 얼마나 아쉽겠습니까? 지금 옆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는 사람, 만일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없게 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습니까?

그래서 요즘 유행가에서 그렇게 말하지요. “있을 때 잘 해!”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 지금 나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 지금 나와 함께 사는 사람, 지금 나와 함께 밥을 먹는 사람…. 비록 가끔은 그 사람 때문에 속 썩을 때도 있고, 불만일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가까운 사람이 어딜 같이 가자고 하거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얼른 따라나서는 게 좋습니다. 누가 어딜 가자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그만큼 나를 좋아한다는 뜻이고,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랬지 않아요? “누가 너더러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 같이 가 주어라”(마태복음서 5:41). 이 말씀은 의무감에서 억지로 따라가 주라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가 너를 그만큼 좋아하니까, 그 사랑을 받아주라는 말입니다.

■ 셋째,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무엇입니까?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수광 선생이 쓴 《지봉유설》(芝峰類說)이란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옛날에 유 씨라 하는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이는 40세를 넘겼는데 아무런 벼슬도 얻지 못하고 어디에다가 자기 이름 석 자를 내세울 형편도 아니어서 항상 우울했습니다. 하루는 그가 외출했다가 높은 벼슬을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벽제(僻除) 소리를 내며 자기 쪽으로 오는 것을 보니 상당히 높은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시종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 사람은 어쩔 줄을 몰라 몸을 담장 밑에 숨기고 행차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귀인은 젊었을 때의 자기 친구였습니다. 그가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저 사람과 나는 다 같은 문벌에서 태어났는데 재덕(才德)과 명위(名位)가 왜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저 사람은 저렇듯이 영화롭게 되고, 나는 이렇게 궁하게 지낸단 말인가.”

그는 분함을 참지 못하고 한참 있더니, 자기 분을 풀면서 이렇게 스스로 위안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 아내 사랑하기를 나만큼 하는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제가 아무리 벼슬이 높다고 하더라도, 제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어찌 나를 이길 수 있겠느냐.”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이 허리를 잡고 웃었다고 합니다. ―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 권 16, 〈언어부〉(言語部)에 실려 있는 이야기. 정병헌 이지영 편, 《우리 선비들은 사랑과 우정을 어떻게 나누었을까》(사군자, 2005), 73쪽.


옛날의 고리타분한 양반네들이 들으면 웃을 일일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사람이야말로 제대로 깨달은 사람입니다. 벼슬도 좋고 명성도 좋지만,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것보다 더 소중한 일은 우리 인생에서 없습니다.

잠언 3장 27~28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의 손에 선을 행할 힘이 있거든,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주저하지 말고 선을 행하여라. 네가 가진 것이 있으면서도, 너의 이웃에게 “갔다가 다시 오시오. 내일 주겠소” 말하지 말아라. 가까운 사람이 무엇을 부탁하면, 미루지 말고 바로 들어주라는 것입니다.

■ 맺는 말씀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우물가에서 어떤 여자를 만나셨을 때, 예수님도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서 같은 답을 주셨습니다. ▶첫째, 무엇이 가장 소중한 일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예배’입니다. ▶둘째, 예배를 드릴 때는 언제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지금’ ‘여기서’입니다. “참되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영과 진리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을 찾으신다”(요한북음서 4:23).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하셨지요. ▶셋째, 누가 가장 소중한 사람인가, 하는 문제인데, 사마리아 여자가 메시아 이야기를 꺼냈지요. 그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에게 말하고 있는 내가 그다”(요한복음서 4:26). 메시야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바로 너와 함께 있는 그 사람이 메시야다, 그 말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은 바로 이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일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형제자매와 이웃을 사랑하는 것, 이것보다 더 소중한 일은 없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지금, 이 순간, 저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
322 생수를 강물처럼
321 예수님처럼 달라져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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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깨어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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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머물러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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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여러분의 수고가 헛되지 않습니다!
306 “하나님의 양떼를 먹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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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303 주님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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