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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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07-12-25 01: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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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누가복음서 2:1-7 
설교일 2007-12-24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성탄절 
■ 성서 본문

그 때에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칙령을 내려 온 세계가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는데, 이 첫 번째 호적 등록은 구레뇨가 시리아의 총독으로 있을 때에 시행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고향으로 갔다. 요셉은 다윗 가문의 자손이므로, 갈릴리의 나사렛 동네에서 유대에 있는 베들레헴이라는 다윗의 동네로, 자기의 약혼자인 마리아와 함께 등록하러 올라갔다. 그 때에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는데, 그들이 거기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 마리아가 해산할 날이 되었다. 마리아가 첫 아들을 낳아서,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눕혀 두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복음서 2:1-7〉


■ 들어가는 말씀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사람이 없다”(요한복음서 14:6). 이천 년 전에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은 우리의 길이 되시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만일 구미에 길이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자동차가 달리는 차도가 있기에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사람 다니는 인도가 있기에 우리는 걸어서 이곳까지 잘 올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아버지께로 가는 길입니다. 구원의 길입니다. 행복의 길입니다. 생명의 길입니다.

■ 시골 마을의 작은 길

박종홍 시인의 〈길〉이라는 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산간벽촌의 담장도 없는 오막살이의
싸리문을 통하는 작은 길
그것은 장터로 통하는 길일 것이요,
장터로 통하는 길은 읍으로,
읍으로 통하는 길은 서울로,
서울로 통하는 길은 급기야
전세계로 통하는 길일 것이다.
내가 다니는 이 조그마한 길은 결국은
전세계로 통하고야 만다는 거기에
재미있는 뜻이 있다고 하겠다.

(박종홍, 〈길〉 중.) ― 구인환 편, 《한국 현대수필을 찾아서》(한샘, 1995), 108쪽.


산간벽촌, 담장도 없는 오막살이집의 싸리문 앞에도 길이 있습니다. 비록 비좁고 구부러졌지만 ‘길’입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장터’가 나옵니다. 장터에 가면 ‘읍’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읍내에 가면 ‘서울’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서울에 가면 공항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인천공항에 가면 전 세계로 통하는 길이 있습니다.

비록 산간벽촌 오두막집의 싸리문 앞의 작은 길에 서 있더라도, 그 사람은 세계로 통하는 길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 베들레헴의 작은 길

유대 땅 시골 벽촌 베들레헴에서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그 아기가 태어난 곳은 외양간이었습니다. 외양간 앞이라고 길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그 길 역시 좁고 볼품없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에서 출발하면 갈릴리로 갈 수도 있고, 예루살렘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북쪽 사마리아로 갈 수도 있습니다. 로마로도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신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이 땅을 떠나실 때,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성령이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능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그리고 마침내 땅 끝에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행전 1:8).

유대 땅 조그마한 시골 마을, 누추한 외양간에서 태어나신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실 때,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것은, 세계를 향해 길을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 우리 앞의 작은 길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자그마한 도시인 구미, 구미에서도 형곡동 한 구석의 조그마한 교회당 안에 있습니다. 지도에다가 점을 찍기도 곤란한 지점입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도 길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도로’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것보다 더 귀한 ‘길’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길이 되어 주십니다. 그 길은 참된 ‘도’(道)입니다. 그 길은 구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 길은 행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 길은 생명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 길은 희망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 길은 복된 미래로 가는 길입니다. 그 길은 영생으로 가는 길입니다.

■ 맺는 말씀

우리는 지금 위대한 영웅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달린 사형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성공한 부자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가난뱅이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화려한 임금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골구석의 필부(匹夫)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자손만대 번영을 누린 축복된 사람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가도 못 가보고 생을 마감한 천덕꾸러기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태어나신 그분이 가신 길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룩한 길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살린 길이었습니다. 먼 훗날 우리들에게도 복을 끼치는 멋진 길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그분과 함께, 그분께서 가셨던 길을 갑시다. 시인 김남주는 말합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중.) ― 김남주, 《사랑의 무기》(창작과비평사, 1999), 142쪽.


어깨 걸고, 예수님께서 가셨던 그 길을 우리 모두 함께 갑시다!
302 떠남과 따름
301 처음 사랑을 가지라!
300 새내기들의 다짐
299 기쁘고 흡족한 날
298 버림으로써 얻는 행복
297 하나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
296 하나님께 복종하는 행복
295 몸으로 담 허물기
294 온 생명을 충만케 해주십시오!
293 이런 한 해가 되게 하소서!
292 교회가 번성하려면
291 예수님께서 계시는 곳
» 베들레헴의 작은 길
289 희망 전도사
288 행복한 마리아
287 그 후에야 하나님이 들으시리라!
286 내가 이 일을 지체 없이 이루겠다!
285 행복해지는 셈법
284 이렇듯 한해를 영광스럽게 꾸미시니
283 그대 심장에 생명이 고동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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