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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악한 자들아, 노래를 그쳐라!

by 마을지기 posted Apr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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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이사야서 25:4-5
설교일 2016-04-17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기념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참으로 주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요새이시며,

곤경에 빠진 불쌍한 사람들의 요새이시며,

폭풍우를 피할 피난처이시며,

뙤약볕을 막는 그늘이십니다.

 

흉악한 자들의 기세는 성벽을 뒤흔드는 폭풍과 같고,

사막의 열기와 같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이방 사람의 함성을 잠잠하게 하셨습니다.

구름 그늘이 뙤약볕의 열기를 식히듯이,

포악한 자들의 노랫소리를 그치게 하셨습니다.

 

― 이사야서 25:4-5

 

■ 들어가는 이야기

 

여러분, 반갑습니다. 하늘의 은혜와 땅의 평화가 오늘도 여러분 위에 풍성히 임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2년 전 4월 16일, 세월호가 가라앉던 그날 비가 내렸습니다. 작년 같은 날에도 비가 왔습니다. 올해도 어제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곡식을 위해서는 이 시기에 비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해마다 이즈음에 비를 내려주십니다. 그래서 곡우(穀雨)라는 절기가 있는 것이겠지요. 이번 주 수요일입니다. 아무튼 어제 내린 비는 곡식을 위한 수분이기도 하지만 또한 슬픔을 위로하는 하늘의 눈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 그날 아침

 

혹시 어제 밤에 SBS에서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을 보신 분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지금까지는 그냥 ‘의혹’으로 제기되었던 문제들이 상당부분 ‘사실’이었다는 것을 방송 제작자들이 밝혀냈습니다. 세월호가 국정원이 소유한 배가 아니냐 하는 문제제기가 그동안 많았는데, 어제 방송 내용으로 보면 실제로 국정원이 세월호에 대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국정원이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해서 ‘양우회’라는 것을 만들었고, 이 양우회가 선박에 투자를 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청해진해운에서 세월호에 대해서 수시로 국정원에 보고도 하고, 국정원에서 점검도 했을 겁니다. 이런 일 자체가 법적으로 옳은 일인지 아닌지는 더 따져봐야 되겠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권력형 비리가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국정원이 세월호와의 관련성을 그렇게 죽기 살기로 숨기려고 했겠습니까? 거기까지는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이 배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정부의 자세였습니다. 10년 이상 배를 몰던 전문가들이, 배가 가라앉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들만 도망을 갔습니다. 뱃머리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면서 배가 왼쪽으로 급격히 기운 것이 오전 8시 49분이었고, 침몰한 것이 10시 30분경이었습니다. 한 시간 40분이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는데도, 그들은 승객들에게 하선하라고 안내하지 않고 본사의 지시만 기다렸습니다. 이 배가 보통 배가 아니라 국정원이 관리하는 배이기 때문에 국정원과도 의논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느라고 시간은 다 가버렸습니다. 그러는 중에 다행히 해경과 연락이 돼서 구조함이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승무원들이 가장 먼저 피신하기 시작했고, 일반 승객들은 대부분 어선들이 구조합니다. 청와대가 이 사건을 안 것은 9시 19분이었습니다. 그것도 보고를 받아서 안 것이 아니라 TV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합니다.

 

■ 무능한 사람들

 

청와대 담당자와 해경 구조대 책임자가 통화하는 내용이 육성으로 방송되었는데, 이 장면을 시청하는 동안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숨이 멈추려 하는 것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청와대 담당자가 대뜸 하는 말이 이랬습니다. “VIP(대통령)에게 보고 드려야 되니까 자세하게 말하세요.” 그러면서, 위치가 어디냐, 배는 몇 톤짜리냐, 주변 바다는 어떤 상황이냐, 등등을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태도도 매우 고압적입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사진을 보내라, 동영상을 보내라 하면서 지시를 쏟아냅니다. 아니, 바다에 빠져가는 사람들을 구조하러 온 배의 책임자가 구조작업 지시는 못하고 전화기만 붙잡고 있는 겁니다. 어찌어찌 구조작업이 시작됐을 때 청와대가 다시 다그칩니다. 몇 사람이나 구했느냐, 인원을 정확히 보고해라…. 구조된 사람 숫자가 시시각각 다를 것 아닙니까? 이제는 사람 숫자 세느라고 또 아무것도 못합니다. 결국 배가 90도로 누웠습니다. 구조정의 책임자가,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말하자 청와대 담당자가 깜짝 놀랍니다. “뭐라고요? 가라앉았다고요?” 이어서 전화기에서는 “아이 씨, 큰일 났네. 5분 뒤에 보고 올려야 되는데…” 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러는 동안 304명의 생때같은 목숨은 바다 밑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스러져갔습니다.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것은 10시였습니다. 그것도 구두보고가 아니라 서면보고였습니다. 이것도 답답합니다. 이렇게 다급한 일에, 달려가서 소리를 쳐도 급한 마당에, 언제 문서를 만들어서 보고합니까? 어쨌든 15분 뒤에 대통령이 지시를 내립니다.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선내와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하여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청와대는 그 메시지 똑바로 받아 적으라고 몇 차례나 다그칩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배의 모든 입구와 갑판이 가라앉은 시점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후 7시간이나 지난 뒤에 대통령은, 어디서 자다가 나왔는지, 뭘 하다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뚱딴지같은 말을 합니다.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이게 무슨 망언입니까? 그동안 뭘 하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 정치란?

 

사태가 이런데도 일각에서는 ‘세월호 지겹다, 이제 그만하자!’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렇게까지 말합디다. 대구에서도 지하철 참사라는 엄청난 비극이 일어났는데, 그때 “유족들은 대통령 욕도 안 했고, 데모도 안 했고, 시청 앞에 천막도 안 쳤고, 돈독도 안 올랐고, 조용했습니다. 그러면 국민들이 진심으로 추모하죠.” 혹시 여러분 가운데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계십니까?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지하철 참사 유족들은 조용했지요. 맞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사고가 난 날이 2003년 2월 18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기 며칠 전이지요. 그 사건은 범인도 명확했습니다. 대구의 정신 나간 한 노인이 지하철 전동차에 시너를 뿌리고 불 지른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그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고 아직 대통령도 아닌 노무현 당선자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했습니다.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던 대구 지하철 관계자를 즉시 체포했습니다. 추모공원도 만들었습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 전국의 모든 지하철 차량 내부를 불연성 소재로 바꾸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일을 주도한 사람이 당시 대통령 인수위원으로 일하던 문재인 씨였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이른바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하면서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정치란 5천만이 살려면 만 명이 죽어도 그게 정치야. 그런데 (세월호 희생자) 300명 때문에 대한민국이 초토화되었어.” “대한민국이 살려면 3천 명을 죽여도 대한민국을 살려야 하는 게 그게 정치야.” 이게 인간의 입으로 할 소리입니까? 이런 사람들은 보수주의자들이 아니라 악마들입니다. 그렇지만 이게 이 사람들만을 탓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복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죄가 큽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가르쳐주셨지요. 하나님 나라의 정치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위해서 한 마리의 양을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 마리의 어린 양을 살리기 위해서 아흔아홉 마리의 양들이 기꺼이 불편을 참고 견디는 것이 정치입니다. 그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이 진리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습니다. 회개해야 합니다.

 

■ 맺는 이야기

 

어제 저녁에 서울 광화문에서 세월호 2주기 추모집회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모였지만 평화롭게 끝났습니다. 1년 전, 작년에는 어땠는지 아십니까? 집회를 막겠다고, 경찰이 도심에다가 차벽을 치고 물대포를 쏘아대며 방해했습니다.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시민들은 물론 유가족들도 연행되었습니다. 정부의 태도가 1년 만에 왜 이렇게 확 달라졌을까요? 이게 바로 국민의 힘입니다. 투표의 힘입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방송을 내보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 안산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까지 참석했습니다. 천지가 개벽을 한 것이지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합니다. “참으로 주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요새이시며, 곤경에 빠진 불쌍한 사람들의 요새이시며, 폭풍우를 피할 피난처이시며, 뙤약볕을 막는 그늘이십니다”(이사야서 25:4). 흉악한 자들로부터 약자들을 지키시고 그들의 힘이 되어주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말씀입니다. 그 뒤를 계속 보겠습니다. “흉악한 자들의 기세는 성벽을 뒤흔드는 폭풍과 같고(4), 사막의 열기와 같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이방 사람의 함성을 잠잠하게 하셨습니다. 구름 그늘이 뙤약볕의 열기를 식히듯이, 포악한 자들의 노랫소리를 그치게 하셨습니다(5).” 이 말씀 그대로 하나님께서는 엊그제 총선을 통하여 이 나라에서 포악한 자들의 노랫소리를 그치게 하셨습니다. 이번뿐만 아니라 전에도 여러 차례 그렇게 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포악한 자들이 준동할 때마다 그렇게 해주실 것입니다. 그게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1910년 3.1운동을 통하여, 1960년 4.19혁명을 통하여, 1980년 광주 민중항쟁을 통하여, 1987년 민주화운동을 통하여, 그리고 그밖에도 여러 차례 청년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싸웠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의 편을 들어주신 것입니다. 이 땅에 완전한 하나님의 나라가 만들어질 때까지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또한 포악한 자들이 노랫소리를 그치게 해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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