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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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이사야서 32:2 
설교일 2017-07-30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사용처 1. 20170810 목 이안교회 인사(머릿수건).
2. 20170818 금 상원교회, 추모예식(구상).
3. 20171016 화 경북노회 고시부.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통치자들마다 광풍을 피하는 곳과 같고,

폭우를 막는 곳과 같게 될 것입니다.

메마른 땅에서 흐르는 냇물과 같을 것이며,

사막에 있는 큰 바위 그늘과 같을 것입니다.

 

― 이사야서 32:2 ―

 

■ 들어가는 이야기

 

요즘 매미소리가 우렁찹니다. 여름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뜻이지요.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말입니다. 장마와 폭염 속에서 요즘 고생들이 많으시지요? 그러나 그 기간도 길지 않을 것입니다. 성령 안에서 힘을 내시기를,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더 보람되게 보내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여름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지요. 요즘 아이들이라면 워터파크나 해수욕장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좀 있고 시골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여름의 서정이 따로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여름에 그림을 그리면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초가지붕의 박 덩이입니다. 가을이 되면 지붕에 올라가서 하얗고 둥그런 달덩이 같은 박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박 밑을 바늘로 찔러봅니다. 그냥 찌르면 혹시 쇳독이 오를까봐 바늘을 머릿결에 여러 번 문질러서 찌릅니다. 바늘이 들어가면 아직 덜 여문 것이고, 안 들어가면 다 익은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가 ‘바늘도 안 들어간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건 여기서 온 말입니다. 바늘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해지면 박을 따서, 흥부네 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톱질을 하며 박을 탔습니다. 두 쪽으로 갈라진 박은 소죽솥에 넣고 삶습니다. 그런 다음 그 하얀 박속을 수저로 파내서 된장을 넣고 무쳐 먹었지요. 요즘 사람들은 잘 안 먹지만, 그때는 먹을 것이 귀해서 그것도 일미였습니다. ― 김용택, ≪아들 마음 아버지 마음≫(마음산책, 2005), 41쪽 참고. 속을 파낸 박 껍데기는 잘 말려서 바가지로 사용했습니다. 박은 여름 동안 뜨거운 햇볕을 받으면서 익어갔습니다. ‘여름’이란 말도 ‘열매가 열려서 익어간다’는 뜻입니다. 뜨거운 여름이 없으면 알찬 열매도 없습니다. 그렇기는 한데, 뜨겁기만 하고 피할 곳이 없으면 사람이나 짐승이 견디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늘을 주셨습니다. 여름에 일하다가 지쳤을 때, 소나무 밑에 누워보셨습니까? 그것은 에어컨 바람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소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에 누워 있으면 어딘가에서 솔솔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 바람은 마치 내 동무 같이, 어머니 같이, 할머니 같이 친근합니다. ― 이상권, ≪들꽃의 살아가는 힘을 믿는다≫((주)웅진닷컴, 2004), 37쪽 참고. 한여름의 시원한 그늘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 머릿수건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살림살이는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지탱해나가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맞벌이라는 게 현대사회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농경사회에서도 농사짓는 사람이라면 여성들도 당연히 일을 해야 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힘겹게 일을 했습니다. 조정래 선생의 소설 《태백산맥》에 보면 일하는 여성들의 필수품인 머릿수건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 조정래, ≪태백산맥 3≫(한길사, 1989), 136쪽. 농사일을 하는 아낙네들이 머리에 수건을 두르는 것은 들일이나 밭일을 나가면서 농기구를 챙기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오뉴월 땡볕 아래서 농사일을 할 때 그것은 직사광선을 막는 모자였고, 팥죽 땀을 닦아내는 수건이었고, 그늘에서 쉴 때는 깔개였고, 일을 마치고 나면 옷 털이개였고, 무엇을 이고 가야 할 때는 또아리였고, 예기치 않은 물건이 생겼을 때는 보자기였고, 길을 가다가 내외해야 할 남자라도 마주칠 때면 눈길 가리개였습니다. 머릿수건은 여름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겨울에는 따뜻한 방한모자의 구실을 해냈습니다. 겨울의 마파람을 받고 걸을 때 귀가 얼마나 시립니까. 그때 머릿수건은 귀까지 넉넉하게 감쌀 수 있는 좋은 물건이었습니다. 여름에는 삼베, 겨울에는 광목, 농가의 아낙네들은 사시사철 머릿수건을 두르고 살았습니다. 머릿수건을 두르는 데는 매듭이 중요했습니다. 수건의 두 귀를 한데로 모아서 느슨한 듯 낙낙한 듯 매듭을 지어야 됩니다. 그것은 외관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수건과 머리 사이에 적당한 공간이 만들어져야 더위나 추위를 막아내는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건의 네 귀는 무작정 묶으면 안 되고 솜씨 있게 매듭을 지어야 했습니다. 쪽머리에서 비녀를 빼면 머리채가 술술 풀려 내리듯이 머릿수건도 그 끝을 손으로 잡아당기기만 하면 매듭이 그냥 풀렸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매듭은 웬만한 바람이나 어지간한 몸놀림에도 풀리는 법이 없었습니다. 대단한 기술입니다.

 

■ 지랄

 

오늘 그늘 이야기와 머릿수건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는 뜨거운 여름날의 그늘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 옛날 아낙네들의 머릿수건처럼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밥만 축내는 신앙인, 복 달라고 보채기만 하는 신앙인은 성숙한 신앙인이 아닙니다. 그런데 현실은, 예수 믿는 사람들 가운데는 그런 사명보다는 그저 복 받으려고 꾸역꾸역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으니까 그저 매사가 기쁘기만 하더라.” “집안의 자잘한 근심이 사라지고 아이들도 착한 일만 골라서 하니까 남편의 사업까지 덩달아 잘되더라.” “병원에서도 손든 이름 모를 병도 예수를 믿고부터 씻은 듯이 낫더라.” 이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소리들은 예수를 막 믿기 시작한 ‘왕초보’들이 흔히 하는 간증입니다. ― 박완서, ≪빈 방≫(도서출판 열림원, 2016), 전자책 506/631쪽. 그게 다가 아닙니다. 처음 예수 믿는 분들에게는 이런 것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앙이 아기일 때 이야기고, 성장한 신앙인들이라면 그런 단계에서 벗어나야 됩니다. 언제까지나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지요. 우리 옆 동네 왜관에 가면 구상 문학관이라고 있습니다. 시인 구상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곳인데요, 꼭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사람이 구상 시인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신앙을 가지셨으니 삶이 평온하고 마음이 항상 든든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시인은 빙긋 웃었습니다.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 내 마음이 신앙 때문에 얼마나 지랄 같은지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 박춘식의 시 <구상문학관> 중에서. 박춘식, ≪창세기 55장 9절≫(연인M&B, 2009), 18-19쪽. 신앙을 가졌으면 행복해야 되는데, 편해야 되는데, ‘지랄’ 같다는 거예요. 한평생 신앙 안에서 시를 써온 양반이, 이게 무슨 말입니까? 그놈의 신앙 때문에 도무지 편하게 살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책임감 때문이지요.

 

■ 맺는 이야기

 

아이들은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지만, 인생을 살 만큼 산 사람은 입에 쓴 씀바귀나물을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요? 씁쓸하고 지랄 같은 게 삶의 제 맛이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날, 남의 그늘이 되어준다는 것, 땀내 나는 사람의 머릿수건이 되어준다는 것, 얼마나 지랄 같습니까? 그렇지만 그게 진짜 가치 있는 삶이지요. 신앙을 가졌다는 것이 지랄 같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참된 행복과 묵직한 자부심을 누리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1001 나이 거꾸로 먹기
1000 새날 맞이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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