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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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태복음서 1:22-23 
설교일 2019-12-22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성서 본문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주님께서 예언자를 시켜서 이르시기를,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할 것이다하신 말씀을 이루려고 하신 것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마태복음서 1:22-23

 

들어가는 이야기

 

한 해 가운데에서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입니다. 밤이 길다는 것, 이게 얼마나 힘겨운지,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를 겁니다. 저는, 예전에 대학원 다닐 때, 서울에서 방 얻을 돈이 없어서 교수 연구실에서 잠을 자며 공부를 했었습니다. 의과대학 교수님의 조교였는데, 이분은 병원에 자기 방이 따로 있기 때문에 대학 연구실은 제 차지였습니다. 밥은 학생식당에서 사 먹고 잠은 거기 소파에서 잤지요. 개학하는 3월이면 아직 쌀쌀하잖아요. 히터도 낮에만 잠깐 켜주고 밤에는 끕니다. 옷을 입은 채로 소파에서 자면 얼마나 추운지 모릅니다. 빨리 날이 밝았으면 하는 소망으로 밤을 버팁니다. 아침이 돼서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그제야 살 것 같았습니다. 밤이 긴 겨울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괴로운 계절입니다. 이런 때에 하나님의 집을 찾아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하나님의 따뜻한 손길이 겨울 내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축복합니다.

 

가마꾼의 탄식

 

이낙연 국무총리가 곧 그만둔다고 하지요? 이 양반은, 예전에 청와대 대변인 할 때부터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국회의원도 하고 전남 도지사도 지냈습니다. 그때부터 저와는 트위터 친구였습니다. 다른 건 기억이 안 나고, 시도 때도 없이 손녀딸 자랑을 하는데, (본인에게는 미안합니다만) 못생긴 꼬맹이를 어찌나 귀여워하는지, 리트윗도 잘 안 되고 사람들의 관심도 별로 못 받는데도 그렇게 열심히 손녀딸 자랑을 했었습니다. 총리로 지명을 받았을 때, 아이고 저 손녀딸 바보가 총리라는 막중한 직임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만, 총리가 되고부터는 일절 손녀딸 이야기는 하지 않더군요. 어쨌든 이분이 대한민국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며칠 전에, 오송역 역장실 액자에서 봤다면서 글귀 하나를 트위터에 올렸습디다. “사람들이 가마타기 좋은 줄은 알아도, 가마 메는 괴로움은 알지 못하네.” 다산 정약용 선생의 글인데요, ‘견여탄’(肩輿歎)이라는 한시의 일부입니다. ‘견여라는 게 뭐냐 하면 사람 둘이 앞뒤에서 메는 가마입니다. 큰길에서는 여러 사람이 메는 큰 가마를 타지만 좁은 길에서는 그게 안 되니까 이런 것을 탑니다. 그러니 가마꾼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요즘은 높은 사람들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가마꾼이 없습니다만, 옛날에는 가마꾼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자부심은 또 대단했습니다. 지근거리에서 고관들을 모시니까 정보가 많거든요. ‘하마평이란 말 아시지요? 궁궐 앞에 하마비(下馬碑)라는 게 있었습니다. 모두 말에서 내리라는 교통 표지판이었지요. 가마나 말에서 내린 상전들이 궁궐에 들어가면 가마꾼과 마부들이 남잖아요. 그때 그 사람들이 나눈 이야기를 하마평이라고 합이다. 이번에 누가 발탁이 될까, 누가 승진할까, 등등의 이야기였지요.

 

은혜를 위한 수고

 

어쨌든 정약용 선생은, 모든 사람들이 가마 타는 데만 관심을 가지고 그것만 좋아할 뿐, 가마꾼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그 괴로움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공직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 하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제가 가끔 인용하는 영어 격언이 있지요. “No pains, no gains!”(고통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세상사가 다 그래요. 우리가 하루 세 끼 밥을 먹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밥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의 노고가 필요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깨끗한 공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누군가는 땀을 흘리며 청소를 했을 것입니다.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세상만사가 고통과 수고 없이는 이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편안함을 누릴 줄만 알았지, 그 편안함을 만들기 위해서 흘려진 땀방울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의식주 문제뿐만 아니라, 죽을 목숨이 다시 살게 되는 사건, 그게 구원 아닙니까, 그 일을 위해서도 역시 고난이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예수 믿고 구원 받았다며 기뻐하지요. 성경에는 그것을 은혜라고 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지만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 말이지요. 맞습니다. 분명히 하나님의 은혜이기기는 하지만, 은혜 뒤에도 고통과 수고는 반드시 따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은혜, 무심코 향유하는 구원이지만, 그것을 위해서 십자가라는 뼈 가르는 고난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복 받기만을 바랍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헤아리고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겠다고 하는 다짐은 사순절에나 잠깐 할까, 사실은 그 정도만 해도 다행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의 병폐 가운데서 가장 큰 것이 이겁니다. 십자가는 싫고 구원만 좋아한다는 거예요. 가마꾼의 비애는 나 몰라라 하고 가마타기만 좋아한다는 거예요. 그것도 모자라서, 가마 타는 사람은 복 받은 사람, 가마 메는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을 덜 받은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날 베들레헴

 

예레미야 예언자가 말합니다. “그날이 오면 여러분은 고향땅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사람이 제 고향에서 가족 친지와 함께 사는 것,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지요. 그러나 예레미야 시대는 일촉즉발의 위기였습니다. 머지않아 바빌론 군대가 쳐들어와서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백성들을 사로잡아 가서 노예처럼 부려먹을 것이다, 그게 예레미야의 걱정이었습니다. 그 걱정은 머지않아 현실이 됩니다. 실제로 나라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레미야가 백성들을 위로하는 말이 이겁니다. “이렇게 엄혹한 시절이 올 터인데, 그런 때가 온다고 할지라도 여러분은 하나님 섬기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실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서 하나님은 여러분에게 새로운 목자를 세워주실 것입니다.” ‘목자는 예수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너무도 당연한 것을 누리게 해주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천사가 요셉에게 말했지요.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것이니, 너는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마태복음서 1:21). 예수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하면, ‘주님께서 구원하신다!’입니다. 히브리말로는 여호수아이고 헬라어로는 예수입니다.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보면 너무나 평범합니다. 누구처럼 알에서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바위가 쩍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용꿈을 꾸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그날 하늘에는 별이 떴고, 들판에는 양들이 있었고, 사라들은 평소처럼 바쁘게 살았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태어나는데, 산부인과 의사는 고사하고 산파조차 없었습니다. 이 사건을 임마누엘이라고 하지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방법이 이래요. 너무나 평범합니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수고와 고통이 필요하다, 그런 진리를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이게 임마누엘의 실상(實狀)입니다.

 

맺는 이야기

 

저와 여러분이,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위해서 수고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그것을 기뻐하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981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80 “머물러 있어라!”
979 내 인생 광내기
978 어둠의 자식, 빛의 자녀
977 하나 됨,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
976 세 가지 기원(바라고 원하고 기도합니다!
975 천사가 되어가는 과정
974 천국의 스마트키
973 진화하시겠습니까, 도태되시겠습니까?
972 구글 신, 야훼 신
971 낭중지추(囊中之錐)
970 폭풍전야, 그리고 평화의 아침
969 그 가운데서 으뜸은 생각입니다!
968 지상천국, 가능한 일일까?
967 청년은 비전을, 노인은 꿈을!
966 주님께 꾸어 드리기
965 피리를 불어도, 애곡을 하여도
964 효도와 성공의 함수관계
963 행복한 부모 되기
962 고통의 원인 제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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