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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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4-12-21 15: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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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빌립보서 4:4-7 
설교일 2014-12-21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대림절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주님 안에서 항상 기뻐하십시오. 다시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의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십시오.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습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을 오직 기도와 간구로 하고, 여러분이 바라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아뢰십시오. 그리하면 사람의 헤아림을 뛰어 넘는 하나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

<빌립보서 4:4-7>


■ 들어가는 이야기

내일이 동지입니다. 일 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긴 날이지요.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의 이치가 참 신비롭습니다. 동지가 지나면, 지구가 없어지지 않는 한,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여러분 가운데서 혹시 인생이 너무 춥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날이 샐 것입니다. 곧 봄이 올 것입니다. 12월이 열흘가량 남았는데, 12월이 가기 전에, 여러분의 삶에 빛이 오고 있다는 것을 믿음 안에서 직접 확인하시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12월입니다!

12라는 숫자는 참 흥미롭습니다. 1년은 열두 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계에는 열두 개의 눈금이 그려져 있습니다. 별자리도 열두 개입니다. 서양음악의 한 옥타브는 열두 개의 반음계 음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열두 지파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도 열두 명이었습니다. 전화기의 버튼도 열두 개입니다. ― 로저 본 외흐(박종하 역), ≪상상력의 한계를 부수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망치≫(북이십일, 2004), 47-48쪽. 뿐만 아니라 동양의 띠도 열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왜 이처럼 12라는 숫자가 많이 쓰이게 되었는가 하면, 가장 편리한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수학으로 말하면 약수가 가장 많은 최소의 정수라는 것이지요. 1년을 두고 보면 한 달씩, 두 달씩, 세 달씩, 네 달씩, 그리고 절반인 여섯 달씩 묶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1년에 한 번씩 맞이하는 12월입니다. 우리에게 특별한 매듭이 되는 시기입니다. 나무가 겨울을 지나면서 나이테를 하나 더 두르듯이, 사람도 12월이 지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됩니다. 하루하루를 귀하게 여기며 보내야겠지요. 이해인 시인이 이런 시를 썼습니다. “12월에 우리는 / 서로 잘못한 일들을 진심으로 용서 청하며 / 함께 웃어보자. / 욕심을 버리고 단순하게 살겠다고 결심하고서도 / 달라진 게 없고 더 복잡해진 자신의 삶을 / 부끄러워하되, / 다시 시작하는 겸손과 용기를 지니자. / 선과 진리를 향한 노력이 부족하고 / 사소한 것들을 인내하지 못해 / 그르친 날들을 다시 사랑으로 갚을 준비를 하자.” ― 이해인, ≪기쁨이 열리는 창≫(마음산책, 2004), 144-145쪽.

■ 상은 받으셨나요?

제가 보기에 2014년 한 해 동안의 여러분의 삶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조금 게을렀다거나, 가족 또는 이웃에게 작은 상처를 주었다거나 하는 사소한 잘못은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주님의 나라를 위해 헌신하지 못했던 일말의 아쉬움은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여러분의 삶은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제가 여러분의 일상을 사찰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아는 것은, 여러분은 죄를 지을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죄도 돈이 있어야 짓고, 부정도 권력이 있어야 저지르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고 하신 겁니다. 어쨌든, 그렇게 모범적인 삶을 이어왔다면 상(賞)을 받아야 할 텐데, 애석하게도 제가 여러분에게 드릴 상은 없습니다. ‘상’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옛날 그리스 사람들이 뛰어난 운동선수들에게 주던 월계관입니다. 그 사람들은 체육을 매우 중시하여 모든 경기에 큰 상을 내걸고 장려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학자의 지식에 대해서만은 상을 주었다는 기록이 하나도 없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의문을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가 풀어주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들이 경기에서 얻는 상은 그들이 보여주는 기예 그 자체보다 귀중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칭찬도 되고 장려하는 도구도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식은 다릅니다. 만약 지식에 대한 보수로 무언가를 주려면, 지식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주어야 하는데, 지식 이상의 보물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물론 있을 턱이 없다, 잘못 주면 오히려 지식의 위엄을 해치게 될 뿐이다, 그런 설명입니다. ― 나쓰메 소세키(김영식 역),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주)문예출판사, 2011), 361쪽. 이 논리대로 하면, 여러분의 아름다운 삶에 대해서 그 누구도 상을 줄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더 아름다운 삶으로 갚아주시겠지요.

■ 돈오점수(頓悟漸修)

빌립보 교회 사람들에게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안에서 항상 기뻐하십시오. 다시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하나님께서 다 좋게 만들어주실 터이니 당신들은 기쁘게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기뻐하십시오!”라고 한 말은 헬라어 원문으로 ‘카이레테’(khairete)인데, ‘기뻐하십시오’라는 뜻도 있지만 ‘평안하십시오’라는 뜻도 있습니다. 마음 편하게 기다리면 때가 됐을 때 하나님께서 당신들의 삶을 멋지게 피게 해주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프로야구 엘지트윈스 팀에 류택현이라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1971년생이니까 해가 바뀌면 마흔 다섯입니다. 운동선수로 마흔다섯이면 환갑진갑 다 지난 나이인데, 여태 현역에 있다가 내년부터 코치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이 사람이 얼마 전에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나무 중에서 최고로 치는 게 ‘모죽’(毛竹)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씨를 뿌린 뒤에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5년 동안은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5년이 지난 어느 날 작은 죽순이 돋아나고 주성장기인 4월이 되면 하루에 80cm까지도 쑥쑥 자라납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연습을 하는데도 왜 이렇게 성과가 안 나는가, 하며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꼭 필요한 교훈을 준 것이지요. 이 기사를 쓴 기자가 그 밑에다가, 불교용어인 ‘돈오점수’(頓悟漸修)라는 말을 언급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깨우침을 얻지만, 그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수련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고려시대의 고승인 지눌(知訥)이 설명을 잘해주었습니다. 연못의 얼음이 전부 물인 줄을, 어느 날 갑자기 알았습니다. 그러나 머리로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녹아서 물이 되려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금 비록 날씨는 춥지만, 땅 밑에서는 온갖 조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하나님도 지금 여러분을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계실 것입니다.

■ 맺는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하나님의 계획을 믿고 기쁜 마음으로 편안하게 주님의 뜻을 따르면 됩니다. 12월은 그동안 잘못한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는 달입니다. 12월은 우리가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을 믿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 보는 달입니다. 12월은 인내하지 못해 그르친 일들을 돌이켜보고 더 기쁘게 인내하리라 다짐하는 달입니다. 아무쪼록 이런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며 행복하게 12월을 보내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4.12.21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81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80 “머물러 있어라!”
979 내 인생 광내기
978 어둠의 자식, 빛의 자녀
977 하나 됨,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
976 세 가지 기원(바라고 원하고 기도합니다!
975 천사가 되어가는 과정
974 천국의 스마트키
973 진화하시겠습니까, 도태되시겠습니까?
972 구글 신, 야훼 신
971 낭중지추(囊中之錐)
970 폭풍전야, 그리고 평화의 아침
969 그 가운데서 으뜸은 생각입니다!
968 지상천국, 가능한 일일까?
967 청년은 비전을, 노인은 꿈을!
966 주님께 꾸어 드리기
965 피리를 불어도, 애곡을 하여도
964 효도와 성공의 함수관계
963 행복한 부모 되기
962 고통의 원인 제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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