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마을지기 2015-06-21 14:10:04
0 1619
성서본문 룻기 1:16-18 
설교일 2015-06-21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그러자 룻이 대답하였다.
“나더러, 어머님 곁을 떠나라거나, 어머님을 뒤따르지 말고 돌아가라고는 강요하지 마십시오.
어머님이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님이 머무르시는 곳에 나도 머무르겠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내 겨레이고, 어머님의 하나님이 내 하나님입니다.
어머님이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나도 죽고, 그 곳에 나도 묻히겠습니다.
죽음이 어머님과 나를 떼어놓기 전에 내가 어머님을 떠난다면,
주님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더 내리신다 하여도 달게 받겠습니다.”
나오미는 룻이 자기와 함께 가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을 보고,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룻기 1:16-18>


■ 들어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한 주간 동안도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오늘도 만사를 뒤로 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주님의 전에 나오신 여러분 위에,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위로가 충만히 임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운명

내일이 하지(夏至)지요. 한 해 가운데서 낮이 가장 긴 날입니다. 우리는 하지가 되면, ‘이제 여름이 왔구나. 본격적으로 더워지겠네!’ 하면서 무심코 지나칩니다만, 핀란드 같은 나라는 지금 ‘유하누스’(Juhannus)라고 해서 굉장히 큰 명절입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쉽니다. 동네 구멍가게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습니다. 북유럽은 일 년 열두 달 가운데서 아홉 달이 흐리고 추운 겨울입니다. 하지부터 두어 달 동안만 사람이 살 만한 계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혹독하게 추운 겨울과 푹푹 찌는 여름이 있는가 하면, 훈풍이 불어오는 봄이 있고, 천고마비의 가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면서 추석을 가장 풍성한 명절로 여깁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너 핀란드에서 태어날래, 한국에서 태어날래?’ 하면서 물어보지 않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태어나서 철이 들고 보니 그냥 한국이고 핀란드인 것입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이것을 우리는 ‘운명’(運命)이라고 합니다. 우스갯소리 비슷하게 나온 이야기입니다만, 프랑스의 어떤 여자가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저는 우리 집안의 수치입니다!” 왜 자기가 집안의 수치인지 설명합니다. “제 아버지, 어머니, 언니, 형부, 남편이 전부 노벨상을 받았는데 저만 못 받았거든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하시겠지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퀴리부인의 둘째 딸 이브 퀴리입니다. 정말 대단한 집안 아닙니까? 그런데 노벨상을 탄 가족들보다도 정작 이 사람이 훨씬 더 유명했습니다. 어머니인 퀴리부인의 전기 ≪퀴리부인 전≫을 써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유명한 상이란 상을 거의 휩쓸었습니다. 100살이 되던 해 생일에는 수많은 국가원수들로부터 축전을 받았을 정도로 오래오래 복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 선택

이처럼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도 있습니다. 사사시대에 유다 베들레헴 땅에 나오미란 여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해에 기근이 심해서 굶어죽게 생겼습니다. 모압 땅에 가면 살기가 괜찮을까 해서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그리로 이사를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디를 가든 편하겠습니까? 나오미는 거기서 남편을 잃었습니다. 두 아들은 각기 모압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만, 그들도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시어머니와 두 며느리만 남았지요. 그렇게 생고생을 하면서 사는 동안 어느덧 고향 떠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듣자 하니 고향에 풍년이 들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나오미는, 여기보다야 낫겠지 싶어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두 며느리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 그러니 너희는 각기 친정으로 돌아가거라. 너희가 각각 새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주님께서 돌보아 주시기를 바란다.” 며느리들이 큰소리로 울면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우리도 어머님과 함께 어머님의 겨레에게로 돌아가겠습니다.” 시어머니는, 너희가 나랑 같이 고향에 가봐야 낙이 없다, 그러니 제발 돌아가라 하며 재차 말렸습니다. 마침내 오르바라고 하는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룻은 오히려 시어머니 곁에 더 달라붙으면서 말했습니다. “어머님, 돌아가라고 강요하지 마십시오. 어머님이 가시는 곳에 저도 가고, 어머님이 머무르시는 곳에 저도 머무르겠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제 겨레이고, 어머님의 하나님이 제 하나님입니다. 어머님이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저도 죽고, 그 곳에 저도 묻히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룻은 시어머니의 고향으로 함께 갔습니다.

■ 결과

이 이야기를 하면서 오르바보다 룻이 더 훌륭한 며느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가, 그것은 우리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 다 각기 나름대로 합당한 선택을 했습니다. 신영복 선생께서 이른바 ‘양심범’으로 감옥에 있으면서 쓴 책이 있는데, 거기 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함께 징역 사는 사람들 중에는 그 처가 ‘고무신 거꾸로 신고’ 가버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런가 하면 상당한 고초를 겪으면서도 짧지 않은 연월(年月)을 옥바라지 해가며 기다리는 처도 없지 않습니다. 이 경우 떠나가 버리는 처를 악처라 하고 기다리는 처를 열녀(?)라 하여 OX 문제의 해답을 적듯 쉽게 단정해버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살이의 순탄치 않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곳 벽촌(壁村) 사람들은 기다리는 처를 칭찬하기는 해도 떠나가는 처를 욕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 2008), 227쪽. 명백하게 배신을 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사정이야기를 듣고 보면, 두 사람이 같이 살다가 한 사람이 떠나는 데는 다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오르바가 비록 시어머니를 떠나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의 자유입니다. 오르바의 선택이나 룻의 선택이나, 둘 다 존중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했든지 간에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남과 헤어짐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생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세상윤리에 비추어보았을 때 문제될 것이 없다면, 그 선택에 대해서 언제나 긍정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시어머니를 따라온 룻은 하나님의 돌보심을 믿고 자신의 일생을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그 결과 그는 나중에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후덕하고 돈 많은 영감을 만나서 잘 살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오르바 이야기는 성경에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만, 하나님께서 룻 못지않게 잘 살게 해주셨을지 모르지요.

■ 맺는 이야기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운명을 탓하지 말자는 것, 그리고 인생여정에서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후회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어떤 운명을 타고났든, 어떤 선택을 했든, 하나님 안에 있으면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해주시기를, 그리고 여러분의 인생길을 늘 인도해주시고 보호해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2015.6.21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61 자는 동안 복 받기
960 개켜 있는 수건
959 흥미진진한 때
958 수요와 공급의 법칙
957 그날을 꿈꾸며 감사하십시오!
956 행복을 부르는 말, 불행을 부르는 말
955 2020.3.8(일) 한울교회 온라인예배 실황 영상
954 2020.3.1 온라인예배 실황 영상
953 2020.2.23 온라인예배 실황 영상
952 아름답고 즐거운 일
951 나의 성공, 누가 가장 기뻐할까?
950 몸으로 믿으십시오!
949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948 마음 갈증 해결하기
947 선생이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946 하나 됨을 위하여
945 “늘 상기시켜 드려야 한다!”
944 메리 크리스마스!
943 ‘임마누엘’의 실상(實狀)
942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