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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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로마서 12:9 
설교일 2016-07-17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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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사랑에는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악한 것을 미워하고, 선한 것을 굳게 잡으십시오.

 

― 로마서 12:9 ―

 

■ 들어가는 이야기

 

잠시도 지구가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한반도는 사드 문제로 시끄럽고, 터키에서는 쿠데타 소동이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테러 때문에 시민들이 불안합니다.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느 소용돌이에 말려들지 모릅니다. 중심을 잡고 살아야 됩니다. 오늘도 중심(重心)을 하나님의 나라에 두고 모이신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복이 풍성히 임하기를 기원합니다.

 

■ 교언영색(巧言令色)

 

세상이 어수선할 때일수록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중심을 잡아야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우리가 사람다운 사람이 될 때 자연스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됩니다. 공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교묘하게 말하기와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 치고 어진 사람은 드물다”(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글자만 보면 ‘교언’(巧言)은 기교 있게 말한다는 뜻입니다. ‘영색’(令色)은 안색을 밝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 구절을 잘못 이해하면 마치 기교 있게 말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몸을 꾸미는 것을 금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그런 말이 아닙니다. 당연히 말은 지혜롭게 해야지요. 얼굴빛은 밝게 하고 살아야지요. 그러기 위해서 수식도 필요하고 화장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공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역시 공자는 고리타분해. 말할 때도 무미건조하게 핵심만 전달하라고 하고, 얼굴 꾸미는 것도 하지 말라니, 구식이야!’라고 하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글자만 보고 공자의 말을 해석하면 이렇게 오류가 생깁니다. 이 말은 말을 예쁘게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외모를 다듬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것은, 겉말과 속뜻이 다른 것, 명칭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것, 명분과 실체가 어긋나는 것, 포장과 내용물에 차이가 나는 것 등을 지적하는 교훈입니다. 일부러 겉과 속을 달리 하는 것을 일컬어 노자는 ‘위선’(僞善)이라고 했습니다. 오늘날도 ‘위선자’라고 하면 심각한 모욕이 되지 않습니까?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을 속이고 꾸민 모습을 내보이는 것은 그만큼 못된 짓입니다.

 

■ 잔혹한 위선(僞善)

 

≪빨강머리 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재닛은 나이 40의 노처녀입니다. 그에게는 존 더글러스라는, 같은 또래의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녁에 교회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면 더글러스는 재닛을 집까지 바래다주었습니다. 재닛은 명랑하고 검소하고 너그러운 여자였습니다. 거기다다 요리도 누구 못지않게 잘했습니다. 앤은, 재닛을 독신녀로 내버려두는 것을 ‘대자연의 태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앤과 재닛은 더글러스의 어머니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더글러스 부인은 20년 동안 병석에 있었습니다. 부인은 재닛과 앤을 기쁘게 맞이했습니다. 재닛을 옆에 앉히고 이따금씩 손을 어루만지며 호감을 표시했습니다. 부인은 앤과 단둘이 있을 때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대로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고 주위에 걱정을 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이제 앞날이 그리 길지 않아요. …셜리 양. 존이 어미가 없어진 뒤 좋은 아내의 시중을 받으리라 생각하면 정말 마음 놓여요.” 재닛과 앤이 그 집을 나설 때 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와줘요, 재닛, 더 자주 와주길 바래요. 하지만 머지않아 존이 재닛을 데려다가 여기서 언제가지나 함께 있게 될 거예요.” 그 순간 더글러스의 얼굴은 죄인처럼 굳어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앤은 재닛에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다그쳤지만 돌아온 대답은 “글쎄요!” 한 마디였습니다. 어느 날 앤은 재닛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왜 그러느냐는 걱정스러운 물음에 재닛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오늘로 마흔 살이 됐어요.” 20년 세월을 그렇게 가깝게 지내왔으면서도 더글러스는 재닛이 마흔이 될 때까지 결혼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재닛에게는 굴욕이었습니다. 그 이유라도 안다면 속이 시원할 텐데 남자는 아무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재닛이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기 싫어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입방아를 찧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더글러스 부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재닛은 슬픔과 서러움이 섞인 눈물을 쏟았습니다. 장례절차가 끝난 날 저녁에 더글러스는 재닛의 집으로 뛰어와서 말했습니다. “재닛, 나와 결혼해 줘요.” 재닛이 묻습니다. “어째서 좀 더 빨리 그 말을 하지 않았죠?”

 

■ 사랑이 이기는 법

 

더글러스는 19년 전, 어머니가 위중했을 때, 어머니가 살아 있을 동안에는 재닛에게 청혼을 않겠다고 약속을 했던 것입니다.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 어떤 여자도 집안에 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어머니의 고집이었습니다. 그때 의사 말로는 어머니의 남은 삶이 길어야 6개월 정도라고 했었는데, 그게 20년이나 돼버렸지요. 어머니는 ‘네가 약속을 안 하면 내가 죽어버리겠다. 네가 나를 죽일 셈이냐?’ 하는 식으로 강요했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손을 얹게 하고, 그 사실을 발설하지 않도록 맹세까지 시켰습니다. 나중에 더글러스는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그 약속을 풀어달라고 애원도 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사연을 다 털어놓은 더글러스가 말했습니다. “지난 19년 동안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를 거요.” 두 사람은 그제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더글러스는 그간의 사정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지만 재닛이 말렸습니다. 비록 고인이 됐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를 욕되게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루시 모드 몽고메리(김유경 역), ≪빨강머리 앤 3 - 첫사랑≫(동서문화사, 2004), 501쪽. 사실 더글러스 부인이 대놓고 잘못한 점을 없습니다. 아들의 효심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하기는 했지만 아들을 속인 것은 아닙니다. 며느리 될 사람을 구박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매우 친절했습니다. 그러나 이 여자는 아들과 그의 연인을 20년 동안이나 잔혹하게 괴롭혔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전형적인 케이스입니다. 이 부인이 이렇게 위선적이었던 데 비해 며느리 재닛은 정말 진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자기가 대신 욕을 먹으면서까지 시어머니의 체면을 살려주었습니다. 진실한 사랑이 승리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진실한 사랑이 현실에서 늘 승리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 맺는 이야기

 

석가모니의 제자 샤리푸트라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보살의 마음이 깨끗하면 불국토가 깨끗해진다고 했는데, 석가모니 세존이 보살이었을 때, 그 마음이 어찌 부정(不淨)했겠는가. 그런데 왜 불국토가 이처럼 부정한가.’ 이때 석가모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샤리푸트라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기 해와 달이 있다고 하자. 해와 달은 어찌 깨끗하지 않다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여 장님에게는 보이지 않는가.” ― ≪유마경(維摩經)≫의 내용. 홍정식 편, ≪반야심경/금강경/법화경/유마경/회쟁론/육조단경≫(동서문화사, 2008), 711쪽. 거짓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은 태양과 같습니다. 태양이 있다고 세상이 모두 깨끗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태양이 없다면 세상은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 바울이 말했지요. “사랑에는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가 거짓 없는 사랑을 가지고 사람을 대한다고 해도 세상이 갑자기 무균세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거짓 없는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이 땅은 바로 암흑의 세상, 죽음의 세상이 됩니다. 여러분이 거짓 없는 사랑으로 세상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922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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