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성서본문 빌립보서 3:19-20 
설교일 2014-03-23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사용처 1. 20140620 N_Elder
2. 20150106 Y. 


■ 성서 본문

그들의 마지막은 멸망입니다. 그들은 배를 자기네의 하나님으로 삼고, 자기네의 수치를 영광으로 삼고, 땅의 것만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구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빌립보서 3:19-20>


■ 들어가는 이야기

청록파 시인 박목월 선생을 잘 아시지요. 그분의 아들이 박동규 교수인데, 이분의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이 세상에서 아주 불쌍한 사람을 골라내라고 하면, 돈이 없어서 유행이 지난 옷을 입은 여성이 아니라 비싼 옷을 사 입었는데도 멋이 전혀 나지 않고 촌스럽게만[흉하게만] 보이는 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박동규, ≪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모아드림, 1999), 215쪽. 돈이 없어서 유행 지난 옷을 입는 사람은 돈 생기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비싼 옷을 입었는데도 멋이 나지 않는 사람은 돈이 없어져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여러분을 보니까 비싼 옷은 안 보이지만 다 멋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굴에 나타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말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여러분의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복된 삶을 이어나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두 종류의 사람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한 쪽은 돈을 섬기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 쪽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입니다. 요즘, ‘나는 중도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에는 중도가 없습니다. 섞일 수도 없습니다.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태복음서 6:24입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한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쪽을 중히 여기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아마 다른 종교들도 다 같이 가르칠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종교들이 불국정토(佛國淨土)를 가르치고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치면서도 부처님이나 예수님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 성철스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 세상에는 부처님을 팔아먹고 사는 중들이 많은데, 부처님을 파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불공’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부처님 팔아먹는 짓입니다. ‘우리 부처님 영험하여 명(命)도 주시고 복(福)도 주시니 부처님께 와서 불공하라’고 하면서 승려는 목탁을 칩니다. 목탁이란 본시 법을 전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목탁이 돈벌이에 이용 안 되는 절은 별로 없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목탁 치면서 명 빌고 복 빌고 하는 것이 장사입니다. 부처님을 파는 짓입니다. ― 정찬주, ≪자기를 속이지 말라≫(열림원, 2005), 223-224쪽.

■ 꿩 이야기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을 팔아먹는 것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명(命)도 주시고 복(福)도 주시니 우리 예수님께 와서 경배하라!” 똑 같지 않습니까?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치셨습니다. 그 나라는 ‘복 받는 나라’가 아닙니다. 함께 ‘복을 짓는 나라’입니다. “어, 나는 하나님한테 복 받으려고 교회에 나오는데, 그게 아니라면 뭐야, 내가 잘못 온 거야?” 혹시 이런 생각이 드는 분이 계십니까? 그렇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더 들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고 찾지 말고, 염려하지 말아라”(누가복음서 12:29). 먹을 것, 입을 것, 그런 거 걱정하지 말고,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라는데, 자꾸 복만 달라고 하면 하나님이나 예수님이나 짜증이 나시겠어요, 안 나시겠어요? 들의 백합화를 보라, 공중의 까마귀를 보라, 하셨지요. 길쌈을 안 해도, 농사를 안 지어도, 잘 먹고살지 않느냐,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까마귀를 예로 드셨는데, ≪장자≫에 보면 꿩 이야기가 나옵니다. “숲속에서 사는 꿩은 열 걸음을 걸어서 겨우 한 입 쪼아 먹고 백 걸음을 걸어서 겨우 한 모금 물을 마시지만 새장 속에 갇혀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새장 속에서는 비록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있으나 마음이 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장자(강희라 편), ≪장자 우화집 - 내편≫(도서출판 홍, 2003), 126쪽.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새장에서 먹이나 얻어먹으라고 꿩을 창조하셨을까요, 아니면 마음껏 활개 치며 살라고 창조하셨을까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의 노예가 되어서 오로지 돈만 따라다니라고 사람을 창조하셨을까요, 아니면 높은 가치를 추구하며 자유롭게 살라고 창조하셨을까요?

■ 노예, 자유인

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대로, 저는 목사 말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IT 관련 조그마한 비즈니스인데요, 목사가 목회나 열심히 할 일이지, 왜 그러고 사느냐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아까 성철스님 말마따나 중이 부처 팔아서 먹고 살면 안 되잖아요. 제가 이러고 사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예수 팔아서 먹고 사는 목사는 되지 말자, 그거지요. 그렇다고 목회에만 전념하는 다른 목사님들이 다 예수 팔아서 먹고 산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교회 일만 하면서도 예수 팔지 않고 사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전 그게 자신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우리 교회처럼 작은 교회는 더 어렵습니다. 헌금이 안 나오면 목사가 굶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예수를 팔아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헌금 내면 예수님이 복 주신다고, 헌금 내라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성경에는 분명히 “돈 없는 사람도 오라!” 했습니다. 돈 없어서 교회 못 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안 될 일 아닙니까? 그건 그렇고, 제가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게 하나 있습니다. 뇌물 문제입니다. 상대하는 거래처가 대부분 학교나 기관들인데, 여기 담당직원들은 자기 돈을 내는 것이 아니니까 비용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자기가 편하면 그만이에요. 그리고 노골적으로 ‘언제 술 한 잔 합시다!’라고 하는 일이 많습니다. 아니면 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속해놓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차일피일 자꾸 미룹니다. 뇌물 달라는 소리지요. 하도 그런 일이 많아서 아예 홈페이지 대문에다가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우리는 접대를 하지 않습니다. 혹시 저희와 계약을 맺으시면서 담당자 개인의 이득을 바라신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십시오!” 이런 것 때문에 놓친 계약이 한두 건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여태 잘 버텨오고 있습니다. 배부른 꿩보다는 마음 편한 꿩이 더 낫기 때문이지요. 열 걸음 만에 콩 한 톨 먹고, 백 걸음 만에 물 한 모금 마시더라도 새장에 갇혀 사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하나님이 아니라 돈을 섬기는 사람은 뇌물을 줘서라도 돈을 좇아갑니다.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이지요.

■ 맺는 이야기

오늘 빌립보서 말씀에 보니까 어떤 사람들은 배[腹]를 자기들의 하나님으로 삼고 산다고 했습니다. 배가 워하는 물건입니까? 먹을 것 담는 것이지요. 다른 말로, 돈을 하나님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나는 노예요!’ 하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배부른 꿩보다는 마음 편한 꿩처럼 살면 좋겠습니다. 돈의 노예가 되어서 돈만 좇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는 행복한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참된 평화가 지금부터 영원토록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녀들과 함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4.3.23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922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