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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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사도행전 11:11-12 
설교일 2014-06-29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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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바로 그 때에 사람들 셋이 우리가 묵고 있는 집에 도착하였는데, 그들은 가이사랴에서 내게 보낸 사람들이었습니다. 성령이 내게, 의심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여섯 형제도 나와 함께 가서, 우리는 그 사람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도행전 11:11-12>


■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이 6월의 마지막 주일이니까 올해도 이제 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반 년 동안 생업을 위해서, 또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힘쓰며 기도하신 여러분 위에 성령님의 위로하심과 칭찬이 함께 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베드로의 해명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는 성품상 좌충우돌할 때가 가끔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질책도 더러 들었지요. 사도행전 11장에도 베드로가 비난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방 사람들과 같이 놀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예루살렘에 사는 유대인 신도들이 소문을 들으니, 베드로가 이방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왔을 때 사람들이 따져 물었습니다. “어째서 당신은 할례도 받지 않은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었단 말이오?” 베드로가 차근차근 설명을 했습니다. ― 베드로가 욥바라고 하는 성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환상을 하나 보았습니다. 큰 그릇이, 네 귀퉁이가 끈에 매달려서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네 발 달린 짐승들과 기어 다니는 것들과 새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베드로야, 일어나서 잡아먹어라!” 베드로가 대답했습니다. “주님,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나는 정결하지 않은 것을 먹은 일이 없습니다.” 거기 있는 것들은 구약성경에서 먹지 말라고 한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또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 이런 일이 세 번 반복됐습니다. 그리고서 음식보자기는 다시 하늘로 들려 올라갔습니다. 바로 그때 사람들 셋이 베드로 일행이 묵고 있는 집에 도착했습니다. 가이사랴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성령께서 베드로에게 지시했습니다. “의심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가라!” 그래서 일행이 가이사랴로 갔던 것입니다. ― 이렇게 해서 예루살렘의 신도들도 수긍했습니다. 이때부터 이방 사람들도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 분리주의자들

이 이야기에서 핵심을 한 낱말로 표현하면 ‘평등’입니다. 여기서 쟁점은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도 되는가 안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실천까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욕을 먹은 것이지요. 끝에 가서는 잘 해결됐습니다만, 당시에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유대인들은, 자기들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민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선민’(選民)의식이라고 하지요. 자기들만 하나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신 백성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리새파 사람들입니다. ‘바리새’라는 말이 ‘분리’라는 말이거든요. 우리는 너희와 다르다 이겁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율법을 가장 잘 지키고 하나님을 가장 잘 섬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손을 안 씻고 빵을 먹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은 더럽다고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물이 그렇게 귀한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일일이 손을 씻고 음식을 먹습니까? 유대인들뿐만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습니다. 한때 영국의 귀부인들은 흑인 앞에서는 옷을 안 갈아입어도 황인종 앞에서는 거리낌 없이 옷을 갈아입었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눈에는 노예인 흑인까지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황인종은 아예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못된 생각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유래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주장을 보면, 그리스 사람들이 야만인들보다 선천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야만인들이 그리스 사람들의 노예가 되는 것이 당연하고, 노예제도는 정당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너희와 종자가 다르다’는 것이지요. 스위스가 선진국 소리를 듣지 않습니까? 이 나라에서 여자에게 참정권을 준 게 1971년입니다. 당시에 스위스의 진보적인 정치인들이 주장하던 게 이겁니다. “남자에게도 심장이 있듯이 여자에게도 머리가 있다!”

■ 하나님의 뜻

헤르만 헤세의 작품 가운데 ≪싯다르타≫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무대는 석가모니 부처와 같은 시대, 같은 지역입니다. 싯다르타는 구도자였습니다. 살다 보니 돈이 필요해서, 카마스바미라 하는 부자 상인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쌀을 대량으로 사들이려고 시골로 여행을 갔습니다. 하지만 그가 거기에 도착했을 때 쌀은 이미 다른 상인에게 넘어간 뒤였습니다. 그런데도 싯다르타는 거기서 여러 날을 묵으면서 농부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카마스바미는 그가 즉시 돌아오지 않고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고 나무랐습니다. 싯다르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꾸지람을 거두어주시오, 사랑하는 친구여! 꾸지람으로 되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번 여행으로 손해를 보았다면, 그 손해를 나한테 부담시키시지요.” 카마스바미가 말했습니다. “어쨌든 당신은 상인이오. 그걸 알아두시오!” 싯다르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사람들과 그 지방에 대해 알게 되었고, 친절과 신뢰를 누렸고, 우정을 발견했소이다. 친구여. 내가 만약 카마스바미였다면 물건 사들이는 일이 틀어져버린 것을 알고 화가 치밀어 당장 서둘러 돌아왔을 것이오. 그렇다면 그야말로 사실상 돈과 시간을 잃어버린 셈이 되고 말았을 것이오. 그렇지만 나는 보람 있는 날들을 보냈소. 그들에게 배울 것은 배우고 유쾌하게 지내대가 왔소. 그래서 언제라도 내가 다시 그곳에 가게 된다면, 혹시 다음 수확기에 벼를 사들이러 간다든가 또는 무슨 다른 목적으로 가게 된다면, 친분 있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유쾌하게 나를 반겨줄 것이오. 그러니 친구여, 편안한 마음을 가지시오.” ― 헤르만 헤세(차경아 역), ≪싯다르타≫((주)문예출판사, 1999), 152쪽. 카마스바미는 농민들을 돈으로 보았지만 싯다르타는 그들을 사람으로 보았습니다. 전자는 거래의 대상으로, 후자는 소통의 대상으로 상대를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상대를 나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가, 나와 동등한 인격으로 여기는가, 그 차이입니다.

■ 맺는 이야기

내년도 최저임금이 5,580원으로 결정됐지요. 얼마로 책정되든, 문제는 금액이 아니라, 우리나라 재벌들이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소모품’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시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들과 시급에 목메는 서민들을 다른 종족으로 여긴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주인이나 종이나,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께서 베드로에게 “의심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가라!” 하신 것은 바로 그것을 확증하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똑 같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 그들 모두가 동등한 인간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기본이념입니다. 아무쪼록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녀들이, 하나님으로부터 귀히 여김을 받고, 사람들로부터도 귀히 여김을 받는, 하나님 나라의 복된 시민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4.6.29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922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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