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성서본문 누가복음서 12:4-7 
설교일 2014-09-14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내 친구인 너희에게 내가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다음에는 그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가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를 내가 보여 주겠다. 죽인 다음에 지옥에 던질 권세를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분을 두려워하여라.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냥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하나라도, 하나님께서는 잊고 계시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너희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고 계신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누가복음서 12:4-7>


■ 들어가는 이야기

명절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고생하면서 보내신 분들도 있겠고, 비교적 편안하게 보내신 분들도 있겠지요. 혹시 생업 때문에 쉼을 누리지 못한 분들은 안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다시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성령님께서 육체의 힘과 정신의 총명함과 영혼의 깨끗함을 갑절로 더해 주시기를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부자, 빈자, 탕자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사람이 ≪최후의 유혹≫이란 소설을 썼습니다. 예수님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인데, 그야말로 ‘소설’입니다. 거기 보면 성경에는 안 나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과 방탕한 사람이 같은 날 죽어서 똑같은 시간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섰습니다. 그들 가운데서 율법을 공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가난한 사람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너는 살았을 때 율법을 공부하지 않았느냐?” “주님, 저는 가난하고 굶주렸습니다.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노예처럼 일하느라 시간이 없었습니다.” “너는 내 충실한 종 힐렐보다도 가난했더냐?” 힐렐은 탈무드에 나오는 사람입니다. 그는 돈이 없어서 회당에서 율법의 해석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지붕으로 올라가 목을 길게 빼고 지붕창을 통해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찌나 강론에 몰두했었는지 눈이 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랍비가 지붕창 위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는 그를 구했습니다. 그 이후 유대인들은 율법을 가르치는 데는 돈을 받지 않았지요. 하나님이 이번에는 부유한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율법을 공부하지 않았느냐?” “저는 과수원도 많았고 종도 많았고 걱정거리도 많았습니다. 어떻게 제가 짬을 낼 수 있었겠습니까?” “너는 일천 개의 마을과 일천 척의 배를 상속받은 하르솜의 아들 엘르아살보다도 부자였더냐? 그는 율법을 해석하는 현인의 행방을 알아내자 모든 재물을 버렸다.” 마지막으로 방탕한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너는 율법을 공부하지 않았느냐?” “저는 너무나 미남이어서 수많은 여자가 제 앞에 몸을 던졌습니다. 이렇게 즐거운데 어떻게 제가 율법을 접할 시간이 있었겠습니까?” “너는 보디발의 아내가 사랑했던 요셉보다도 더 미남이었더란 말이냐?” 세 사람 모두 침묵했습니다.

■ 부끄러운 용서

하나님이 힐렐과 엘르아살과 요셉을 불러냈습니다. “이제 너희들은 가난과 부유함과 미모 때문에 율법을 공부하지 못한 사람들을 심판하라. 먼저 힐렐이 가난한 자를 심판하라!” “주님. 제가 어찌 그에게 벌을 내리겠습니까? 저는 가난을 뼈저리게 겪었고, 누구보다도 배고픔의 고통을 잘 압니다. 그의 죄를 사하여 주셔야 합니다!” “엘르아살은 어떻게 하겠느냐? 저기 부유한 자를 너에게 넘겨주겠다!” “주님, 제가 어찌 그에게 벌을 내리겠습니까? 저는 부유함이 죽음을 뜻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의 죄를 사하여 주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요셉의 차례였습니다. “요셉아, 얼굴이 잘난 자가 저기 있다. 그를 심판하라!” “주님, 제가 어찌 그에게 벌을 내리겠습니까? 저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극복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투쟁이며, 얼마나 무서운 순교인지를 압니다. 그의 죄를 사하여 주셔야 합니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안정효 역), ≪최후의 유혹(하)≫(주식회사 열린책들, 2013), 200쪽 참조. 세상에는 멋진 사람과 부끄러운 사람이 있습니다. 똑 같이 가난했지만 힐렐은 멋진 사람이고 여기 나오는 가난한 사람은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힐렐은 가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말씀을 깊이 사모했지만, 여기 이 사람은 가난을 핑계로 아무렇게나 살았습니다. 다른 두 사람도 그렇습니다. 엘르아살은 부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진리를 찾기 위해 일생을 바쳤지만, 여기 부자는 재물에 묻혀서 진리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요셉은 빼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계명을 지키기 위해서 누명까지 썼지만, 여기의 미남자는 향락을 위해서 하나님을 버렸습니다. 이 세 사람이 어찌어찌 용서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용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부끄러운 용서’일 뿐입니다.

■ 이범균 부장판사(50) vs 김동진 부장판사(45)

멋진 사람은 하나님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자기 자신을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합니다. 거꾸로, 못난 사람은 남의 시선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그게 두려워서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 많습니다. 당연히 하나님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지난 2012년에 국가정보원장이 직원들을 시켜서 여당을 옹호하고 야당을 비방하는 댓글들을 엄청나게 달게 한 일이 있었지요. 정부기관이 정치에 개입한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당시 국정원장 원세훈 씨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 재판 결과가 엊그제 나왔는데, 판결이 재미있습니다.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 그래서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정원법 위반만 적용하고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았습니다.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재판을 담당한 사람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 이범균 부장판사입니다. 이런 판결이 나오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는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제목으로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이 글에서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글은 직권으로 삭제해버렸습니다. 물론 정권의 눈치를 보는 이범균 판사의 심정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대선개입을 인정하고 원세훈 씨에게 실형을 선고한다면 그 다음 대선무효소송으로 이어져서 나라가 굉장히 시끄러워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판결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판결인 것 같습니다. 반면에 김동진 판사는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는(적어도 민심을 두려워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 맺는 이야기

예수님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라고 분명히 가르치셨습니다. 늘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즉각 벌을 내리신다면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겠지요.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오래 참으시는 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 마음대로 살면 언젠가는 반드시 호된 대가를 받고 말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멋지게 사는 사람은 하나님을 가장 두려워하고, 그 다음으로 자기 자신의 양심을 두려워하고, 마지막으로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부끄럽게 사는 사람은 그 반대입니다. 아무쪼록 저와 여러분은 부끄럽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스스로 자기 양심을 두려워하면서 멋지게 사는 신앙인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원합니다.

(※ 2014.9.14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922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