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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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가복음서 11:1-3 
설교일 2015-03-29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사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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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그들이 예루살렘 가까이에, 곧 올리브 산에 있는 벳바게와 베다니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에, 예수께서 제자 둘을 보내시며,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맞은편 마을로 가거라. 거기에 들어가서 보면, 아직 아무도 탄 적이 없는 새끼 나귀 한 마리가 매여 있을 것이다. 그것을 풀어서 끌고 오너라. 어느 누가 ‘왜 이러는 거요?’ 하고 물으면 ‘주님께서 쓰시려고 하십니다. 쓰시고 나면, 지체없이 이리로 돌려보내실 것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마가복음서 11:1-3>


■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은 예수님의 마지막 주간을 기억하는 주일입니다. 그 당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흔들었다고 해서 ‘종려주일’이라고 부릅니다. ‘형통함의 은혜’가 우리에게 ‘성장’을 가져다준다면, ‘고난의 은혜’는 우리에게 ‘성숙함’을 가져다줍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고난주간의 은혜를 통하여 저와 여러분이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나귀 이야기

마가복음서 11장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장면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분명히 예수님이지만, 오늘은 나귀에 주목해보겠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일행이 예루살렘에서 ‘거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때가 왔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마침 그때는 이스라엘 최대의 명절인 유월절이었습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예루살렘으로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거기서 ‘하나님의 나라’를 대대적으로 알릴 작정이었습니다. 그러려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부터 뭔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에게 정치적인 야심이 있었다면 기성 정치인들이 하는 것처럼 멋진 말과 병거를 준비해서 군악대를 앞세워 폼 나게 행진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예수님의 방식을 택했습니다. 예수님 일행이 예루살렘 외곽인 베다니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에, 예수님은 제자 둘을 보내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얘들아, 맞은편 마을로 가보아라. 거기에 가면, 아직 아무도 탄 적이 없는 새끼 나귀 한 마리가 매여 있을 것이다. 그것을 풀어서 끌고 오너라. 누가, ‘이게 무슨 짓이오?’ 하고 묻거든 ‘주님께서 쓰시려고 하십니다. 쓰시고 나면, 지체 없이 이리로 돌려보내실 것입니다!’ 하고 말해라.” 제자들은 마을에 들어가서, 예수님께서 지시하신 새끼 나귀를 풀었습니다.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제자들은 그 새끼 나귀를 예수께로 끌고 와서, 자기들의 겉옷을 그 등에 걸쳤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위에 올라 타셨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자기들의 겉옷을 길에다 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들에서 잎 많은 생나무 가지들을 꺾어다가 길에다 깔았습니다. 예수님의 행진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 낙타 이야기

이 나귀는 아직 어렸지만, 그냥 그저 그런 평범한 짐승이었지만, 예수님께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사업에 매우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소임을 주셨습니다. 제가 해보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게 사막체험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사막을 지나가보기는 했습니다만, 발을 딛고 서본 적은 없습니다. 사방 수십, 수백 킬로미터가 전부 모래로 되어 있는 사막 한가운데 가면 하나님과 더 가까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막에서 빼놓은 수 없는 것이 낙타입니다. 낙타는 발가락이 두 개랍니다. 발바닥 끝이 둘로 갈라져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이렇게 발바닥이 넓기 때문에 사막에서 생활하는 데 아주 편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낙타의 콧구멍인데, 낙타는 스스로 콧구멍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또한 귀 주변에는 긴 털이 나 있습니다. 사막에서 살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이렇게 만드신 것이지요. 낙타는 또 길고 짙은 속눈썹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양광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막의 태양은 상상 이상으로 강렬해서, 사람은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는 눈이 아파서 배기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낙타는 그런 것에도 끄떡없습니다. ― 한수산, ≪먼 그날 같은 오늘≫(나남출판, 1994), 317-318쪽. 낙타가 모래밭을 잘 걸을 수 있도록 넓은 발바닥을 가진 것, 모래바람이 세차게 불 때 귀 털로 귀를 보호하는 것,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콧구멍을 막을 수 있는 것, 선글라스보다 성능이 좋은 속눈썹을 가진 것…, 이게 다 하나님께서 낙타에게 만들어주신 최선의 조건입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도 최선의 조건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신체 하나하나는 모두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쓰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 술 단지 이야기

옛날에 대단히 총명한 랍비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생김새가 아주 흉했습니다. 한번은 이 랍비가 로마의 황녀를 알현했습니다. 랍비를 본 황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굉장한 총명이 이런 겉이 더러운 그릇에 들어 있군요.” 이 말을 듣고 랍비가 황녀에게 말했습니다. “왕궁 안에는 좋은 술이 많지요? 그 술은 어떤 그릇에 들어 있습니까?” “보통 단지나 주전자 같은 것에 담아 두지요.” “로마의 황녀쯤 되시는 분이 좋은 술을 담으면서 어째서 그런 보잘것없는 그릇을 쓰시나요?” 대화는 여기까지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황녀는 술을 금 그릇과 은그릇에 담았습니다. 그랬더니 술맛은 변하고 맛이 없어졌습니다. ― ≪탈무드≫에서 추려서 수정. 마빈 토케어(은제로 역), ≪탈무드≫(컨콜디아사, 1980), 23-24쪽. 금 그릇, 은그릇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속담에도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간장 고추장 등은 단지에 담아두었다가, 먹을 때는 뚝배기에 끓여야 제 맛이 납니다. 이처럼 그릇이라고 하는 물건은 그 자체에 귀하고 천함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각기 쓰임새가 다를 뿐입니다. 사람에게도 귀하고 천함이 따로 없습니다. 각기 일터와 임무가 다를 뿐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쓰임새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름을 담아두는 드럼통으로, 어떤 사람은 음식을 담는 접시로, 어떤 사람은 술을 담는 단지로 쓰입니다.

■ 맺는 이야기

여기 3천 원짜리 쇠 한 덩어리가 있습니다. 이것을 간단한 말발굽으로 만들면 6천 원 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쇳덩어리를 전문업체로 보내서 의료용 기기로 만들면 300만 원의 가치가 됩니다. 만일 이 쇳덩어리를 뛰어난 예술가에게 주어서 작품을 만들게 하면 무한대의 값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 정채봉,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샘터, 2004), 89쪽.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아무데나 써먹으면 시급 5천 원짜리 인생이 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하나님께서 부르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사용하신다면 값을 따질 수 없는 귀한 인물이 됩니다. 사람의 가치는 누구의 손에 맡겨지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벌어집니다. 베다니 마을의 나귀는 별 볼 일 없는 나귀였지만 예수님을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모시는 귀하디귀한 일에 쓰였습니다. 저와 여러분도 하나님의 손에 맡겨지기를, 그래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주님의 나라를 위해 요긴하게 쓰이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바랍니다.

(※ 2015.3.29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922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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