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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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5-05-17 15: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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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잠언 30:7-9 
설교일 2015-05-17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주님께 두 가지 간청을 드리니, 제가 죽기 전에 그것을 이루어 주십시오.
허위와 거짓말을 저에게서 멀리하여 주시고,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오직 저에게 필요한 양식만을 주십시오.
제가 배가 불러서, 주님을 부인하면서 ‘주가 누구냐’고 말하지 않게 하시고,
제가 가난해서, 도둑질을 하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거나, 하지 않도록 하여 주십시오.

<잠언 30:7-9>


■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은 광주민중항쟁 35주년 기념주일입니다. 1980년 5월, 광주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것은 광주만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 민족 공동체 전체의 아픔이었습니다. 이제 이 땅에 다시는 그런 안타까운 일이 없기를, 그리고 우리와 우리 자녀들은 좀 더 쾌적한 세상에서 살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오늘은 잠언에 나오는 유명한 교훈인 ‘두 가지 소원’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잠언 30:8입니다. “허위와 거짓말을 저에게서 멀리하여 주시고,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오직 저에게 필요한 양식만을 주십시오.” 두 가지 소원은, 첫째, 진실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양식만을 달라는 것입니다. 목표가 없는 사람은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아침에 가방을 들고 나왔는데, 갈 데가 없다면 얼마나 불쌍합니까? 사람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 첫째 소원

먼저, 첫 번째 소원입니다. 현자(賢者)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허위와 거짓말을 저에게서 멀리하여 주십시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가 거짓말에 대한 중요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대체로 참말을 하려고 애씁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해서 그럴까요? 니체는, 참말을 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 프리드리히 니체(최태희 편), ≪그대 내 곁에≫(도서출판 경성라인, 1994), 88쪽. 거짓말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열 가지의 거짓말이 필요합니다. 열 가지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백 가지의 거짓말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면 쓸데없이 뇌의 기억용량이 소모됩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놓치게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정직한 사람은 아무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서 무언가를 짜 맞추거나 이리저리 둘러댈 필요가 없습니다. 그만큼 머리를 적게 쓰니까 그만큼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값비싼 옷을 좋아하지요. 그게, 디자인이나 브랜드에 만족하기 위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보다도 좋은 옷이 가볍기 때문입니다. 4킬로미터 정도를 걷는다고 할 때 옷의 무게가 500그람만 무거워도 소모되는 에너지의 차이는 큽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마음의 짐입니다. 사소한 거짓말인 경우 그 영향을 우리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고 쌓이면 삶이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 둘째 소원

두 번째 소원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재물만 달라는 것입니다. 현자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오직 저에게 필요한 양식만을 주십시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재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은데, 왜 이 사람은 ‘꼭 필요한 것’만 달라고 했을까요? 이 구절 바로 뒤에 스스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너무 배가 부르면 사람이 교만해진다는 것을 이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교만의 극치가 무엇입니까? 하나님을 못 알아보고 무시하는 것이지요. ‘하나님이 누구야?’ ‘주님? 주님이 뭔데?’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들이란 녀석이 술에 취해서 아버지를 보고, “야, 네가 내 아빠야?” 하고 주정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기가 막힌 사태 아닙니까? 사람이 하나님을 의식하지 못하고 사는 것은 꼭 이와 같습니다. 그 반대로, 너무 가난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도둑질을 하게 되거나 인간구실도 못하고 살겠지요. 그러면 결국 누가 욕을 듣습니까? 하나님께서 뒤집어써야 됩니다. 하나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지요. 십계명 가운데서 세 번째 항목, “너희는 주 너희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이름조차 함부로 불러서는 안 되는데, 그 거룩한 이름에 똥칠을 하다니요? 큰일 날 일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을 달라고 기도하겠다는 것입니다. ‘오직 저에게 필요한 양식’ 하면 떠오르는 말이 있지요?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에 나오는 ‘일용할 양식’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연히 그 말을 주기도문에 넣은 것이 아닙니다.

■ 셋째 소원

저는 오늘 이야기의 제목을 ‘두 가지 소원’이라고 붙였지만, 이제 세 번째 소원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만 이렇게 살 것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런 정신으로 살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입니다. 곧 하나님의 나라지요. 하나님의 자녀들이 모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다고 예전에 공산주의자들이 했던 것처럼 사람들의 재산을 모조리 몰수해서 공평하게 나누자, 그건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그런 꿈을 가지고 뜻을 모으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엊그제 참여연대 모임에서 우리 지역의 학교교육에 대해서 발제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현직 중학교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요즘 학급당 학생 수가 평균 30명대 선이라고 합디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평균 6~70명이었습니다. 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그때도, 선진국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정도라는 말은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꿈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신동엽 씨의 시 가운데 스칸디나비아 대통령을 그린 작품이 있습니다. 그 나라에서든 대통령이 퇴근 후에 딸 아이 데리고 칫솔 사러 마트에 나온답니다. 휴일에는 자전거 뒤에 소주 한 병 달고 친구 시인의 집에 놀러 간다는 겁니다. 지식인들이 광부 노릇하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 나라랍니다. 국무총리가 휴가를 가려고 서울역에 나와도 누구 하나 요란 떠는 사람이 없는 나라랍니다. 광부들이 대통령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역무원이 총리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이장이 군수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직무만 다를 뿐, 먹고 사는 데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멋집니까? 우리가 힘써 기도하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더 멋진 세상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 맺는 이야기

잠언의 현자가 밝힌 두 가지 소원, 꼭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첫째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하게 살게 해달라는 것이고, 둘째는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일용할 양식을 우리에게 달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 두 가지 소원이 우리들만의 소원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의 소원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쪼록 이와 같은 멋진 하나님의 나라가 조속히 우리나라에 이루어지기를, 나아가 온 세상에 이루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기원합니다.

(※ 2015.5.17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42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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