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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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5-08-23 06: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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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사도행전 22:6-8 
설교일 2015-08-23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가다가, 정오 때쯤에 다마스쿠스 가까이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하늘로부터 큰 빛이 나를 둘러 비추었습니다. 나는 땅바닥에 엎어졌는데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주님, 누구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는 나에게 대답하시기를 ‘나는 네가 핍박하는 나사렛 예수이다’ 하셨습니다.

<사도행전 22:6-8>


■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이 처서(處暑)입니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서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고 했습니다.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때가 처서이니까, 이제 무더위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좋은 계절에 여러분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쾌적함을 마음껏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사울과 예수

그리스도교에서 예수님을 제외하면 바울이 가장 유명한 인물일 것입니다. 바울은 원래 이름이 사울이었는데, 사울 시절부터 상당히 잘 나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유대 사람으로서 길리기아의 다소 출신이었습니다. 옛날부터 유대인들은 ‘유대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지요. 그는 예루살렘에서 자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별 것 아니지만, 어느 나라든 수도(首都) 시민이라는 자부심이 큽니다. 거기다가 그는 가말리엘 선생의 문하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서울 강남출신으로서 서울대학교쯤 졸업했다는 말입니다. 사도행전 22장에서 바울이 이런 말을 했는데, 그것은 본인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잡아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변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예수를 전파한다고 당신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은데, 사실은 나도 당신들 못지않게 뼈대 있는 유대인이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오,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자신이 회심해서 새사람이 된 이야기를 합니다. 이정도로 똑똑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는 관원으로 뽑혀서 이단종파로부터 유대교를 수호하는 직무를 맡았습니다. 사울은 당시 이상한 종교로 지목된 예수교 신자들을 색출해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묶어서 감방에 처넣었을 뿐만 아니라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번에도 사울은 예수쟁이들을 잡으러 체포영장을 들고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때는 정오쯤, 다마스쿠스에 거의 다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강렬한 빛이 사울을 강타했습니다. 그는 견디지 못하고 땅에 쓰러졌습니다. 그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주님, 누구십니까?” “나는 네가 핍박하는 나사렛 예수다!” 빛 때문에 사울은 눈까지 멀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눈은 다시 뜬 뒤부터 그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름도 바울로 바뀌었습니다.

■ 자베르와 장발장

사울이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공무원으로서 자기 직무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가문 좋고 학벌 좋고 머리 좋고 직업의식까지 투철했던 모범공직자였습니다. 편 가르기 식으로 생각하면 예수 편이 아니라 유대인 편이어서 그렇지 인물 자체는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가끔 ‘적이지만 훌륭하다’는 말을 쓰는데, 사울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읽어보면 거기도 꽤 괜찮은 사람이 하나 나옵니다. 주인공인 장발장을 따라다니며 끝까지 괴롭혔던 자베르입니다. 경찰관이었지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 장발장은 배고픈 조카에게 주려고 빵 한 개를 훔쳤다가 5년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복역 중 몇 차례 탈옥을 시도한 탓에 도합 19년을 감방에서 보냈습니다. 형기를 다 채우고 나왔지만 아무도 일자리를 주지 않았습니다. 피로와 배고픔에 지쳐서 길에 쓰러졌습니다. 성당의 주교가 그를 발견해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저녁을 먹이고 그날 밤 잠까지 재워주었지요.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던 장발장은 주교의 호의도 가식으로 받아들이고 그날 밤 그 집에서 은그릇을 훔쳐서 달아납니다. 도망 중에 경찰에게 붙잡혀서 주교 앞에 끌려왔을 때, 주교는 ‘그거 이 사람이 훔친 게 아니라 내가 준 것’이라며 경찰에게 변호를 해주었고, 장발장에게는 은촛대까지 주었는데 그건 왜 안 가져갔느냐며 감싸주었습니다. 장발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새 사람이 되기로 굳게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전과자 신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신분세탁을 했지요. 어느 작은 도시의 시장까지 지냈습니다. 그러나 장발장이 가는 곳마다, 감방에서부터 장발장의 얼굴을 알고 있던 자베르라는 형사가 뒤를 캡니다. 장발장은 자베르를 피해서 몇 차례나 피신을 하지만 자베르는 귀신 같이 장발장을 뒤쫓습니다. 장발장은 신분을 세탁한 죄인이기 때문에 자베르로서는 직책상 그를 잡아야 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프랑스 민중봉기 때 자베르는 군중에게 잡혔고, 공교롭게도 장발장이 그의 총살 책임을 맡게 됩니다. 이때 장발장은 자베르를 조건 없이 풀어주었습니다.

■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그 순간, 자베르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 뒤 자베르에게는 한 번 더 장발장을 체포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 역시 차마 장발장을 체포할 수 없었습니다. 장발장의 행동이 대쪽 같던 자베르의 성품을 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영혼의 탈선이었습니다. 똑바로 돌진하여 하나님에게 부딪쳐서 부서지게 하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이었습니다. 청렴이 붕괴되는 것이었습니다. 자베르는 그동안 공권력의 기관차였지만, 눈먼 철마를 타고 궤도를 달리다가 광명의 일격을 받아서 그 철마에서 떨어진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장발장을 그냥 보낸 것은 그동안 그토록 완벽하게 지켜왔던 자신의 직업의식을 무너뜨리는 짓이었기 때문입니다. ― 빅토르 위고(베스트트랜스 역), ≪레 미제라블 한영합본(전10권)≫(더클래식, 2012), 3867쪽. 예수쟁이들을 잡으러 다마스쿠스로 달려가던 사울을 강타했던 그 빛이 이번에는 장발장을 잡으러 가던 자베르를 강타했습니다. 사울과 자베르의 공통점은, 비록 나중에 봤을 때 잘못된 삶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도 두 사람은 모두 양심에 거리낌이 없이 살았다는 것입니다. 자기들의 직업에 철두철미하게 충실했습니다. 빛의 일격을 받은 뒤, 우리가 아는 대로 사울은 바울이 돼서 그 누구보다 힘 있게 예수의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그러면 자베르는 어떻게 됐을까요? 애석하게도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베르가 생각할 때, 장발장이 새사람이 돼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그는 범법자라는 것입니다. 틀리지 않습니다. 경찰관으로서 범법자를 그냥 놓아주었으니 형사의 책임을 내팽개친 셈입니다. 상부에 사실대로 보고해서 수습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 장발장이 붙잡힐 수밖에 없으니까, 장발장을 살리기 위해서 자기가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어쨌든 자베르는 죽었고, 사울은 바울이 됐습니다. 삶의 궤적은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치열하게 양심을 지키며 살았기에 후세인의 귀감이 된 인물들입니다.

■ 맺는 이야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바울의 말처럼 우리도 ‘죄인의 괴수’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철저히 양심을 지키며 살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기회를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빛의 일격을 우리에게 가하시는 그날, 그 자리에 고꾸라져서 그대로 끝장나는 사람이 아니라 새 역사를 만드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5.8.23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922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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