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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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5-11-08 17: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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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태복음서 10:34-39 
설교일 2015-11-08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너희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려고 왔다. 나는, 사람이 자기 아버지와 맞서게 하고, 딸이 자기 어머니와 맞서게 하고, 며느리가 자기 시어머니와 맞서게 하려고 왔다.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일 것이다. 나보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적합하지 않고, 나보다 아들이나 딸을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게 적합하지 않다.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내게 적합하지 않다.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마태복음서 10:34-39>


■ 들어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한 주간 동안도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오늘 안식의 날을 맞이하여 주님의 집으로 나오신 것은 여러분에게는 복된 일이고, 이것을 하나님께서는 큰 기쁨으로 여기실 것입니다. 피곤하고 힘든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여러분 위에 우리 하나님께서 천년만년 어마어마한 복을 부어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평화의 왕인데 왜?

우리가 예수님을 가리켜서 흔히 ‘평화의 왕’이라고 부르지요. 누가 뭐라고 해도 예수님은 평화를 위해서 세상에 오신 분입니다. 조금 있으면 성탄절이 옵니다만, 예수님께서 이 땅에 태어나실 때 천사들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더없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누가복음서 2:14).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예수님이 오셨다는 선포입니다. 태어나실 때뿐만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생애에서 마지막 닷새를 남겨둔 시점, 그러니까 돌아가시던 그 주간에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들어가셨지요. 그때도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서 흔들면서 이렇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복되시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임금님! 하늘에는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는 영광!”(누가복음서 19:38). 태어나실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예수님은 오직 평화를 위해 몸을 바치셨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서의 말씀을 보니까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상식을 뒤집어놓으셨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서 10:34입니다. “너희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려고 왔다.” 평화를 주러 오신 게 아니라는 말씀도 놀라운데, 거기다가 ‘칼’을 주러 오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이야기가 또 충격입니다. “나는, 사람이 자기 아버지와 맞서게 하고, 딸이 자기 어머니와 맞서게 하고, 며느리가 자기 시어머니와 맞서게 하려고 왔다.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일 것이다”(35-36). 식구들끼리 화목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싸우지는 말고 살아야 하는데, 대놓고 싸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것도 그냥 대충 싸우는 것이 아니라 원수처럼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 대의(大義)를 위하여

여기까지만 읽으면 대단히 황당합니다. 그러나 우리 예수님은 언제나 친절하시지요. 그 뒤에 설명을 달아놓으셨습니다. 37절입니다. “나보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적합하지 않고, 나보다 아들이나 딸을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게 적합하지 않다.” 아하, 그러니까 이 말씀은 예수님보다 가족들을 더 사랑하면 안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예수님은 욕심이 참 많으신 분 같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해야 하고, 형제자매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해야 하고, 심지어 자식보다, 내 자신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하기를 바라시는 분이니까요. 이 말씀 때문에 실제로 독신으로 한평생을 지내는 분들이 있지요. 가톨릭의 신부님들이나 수녀 수사님들이 그렇고 개신교에도 이런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말씀이 예수님을 위하여 시집장가도 가지 말라는 명령일까요?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들의 생각도 존중받아야 하겠습니다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을 우상처럼 숭배하라는 말은 당연히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상징이지요. 이 구절(37절)의 ‘나’를 ‘하나님의 나라’로 바꾸어보면 그 뜻이 분명해집니다. “하나님의 나라보다 부모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적합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보다 자식을 더 사랑하는 사람도 하나님의 나라에 적합하지 않다.”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정의의 나라니까 이번에는 ‘정의’라는 낱말을 넣어서 조금 각색해보겠습니다. “효도를 핑계로 정의를 저버리는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적합하지 않고, 정의가 아닌 줄 알면서 아들이나 딸을 챙기는 사람도 하나님의 나라에 적합하지 않다.” 사람이 대의(大義)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야지, 사사롭게 가족의 이익을 먼저 챙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못난 아버지

김구 선생님이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의 일입니다. 그분의 맏아들이 김인 씨인데, 이 양반도 결혼을 해서 부인과 함께 임시정부에서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렇겠지요? 김인 씨가 폐결핵에 걸려서 병이 점점 더 깊어져 갔습니다. 지금은 약도 좋고 영양공급도 좋아져서 크게 염려할 병이 아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김인의 부인 안씨가 벼르고 벼르다가 시아버지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아버님, 김서방이 저렇게 병이 중한데, 어떻게 약이라도 좀 써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약값이 싸지만 그 때는 엄청나게 비쌌습니다. 스트렙토마이신 한 병에 쌀 한 가마니 값이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김구 선생님은 며느리를 달래며 말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나라 찾는 데 쓰라고 백성들이 준 독립운동 자금이지 내 자식 병간호하는 데 쓰라고 준 돈이 아니다. 나에게는 그밖에 다른 돈이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 당연히 한 푼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런 어려움은 다 가지고 있다며 며느리를 설득했습니다. 김인 씨는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었습니다. ― 배평모, ≪거창고등학교 이야기≫(종로서적, 1996), 258쪽 참조. 예수님의 말씀처럼 며느리와 시아버지 사이에 싸움 나게 생겼습니다. 수중에 돈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나랏돈입니다. 나중에 채워 넣을 생각으로 잠시 유용하고 싶은 생각이 왜 없었겠습니까? 세상에 아들을 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김구 선생님은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공과 사를 구별하기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라도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나라까지 팔아먹은 사람들도 있는 판국에, 이런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합니까? 김구 선생님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셈입니다.

■ 맺는 이야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기도에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라는 대목이 있지요. 이것은 학기말시험, 취직시험 등을 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개인의 일 때문에 하나님 나라의 대의를 그르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지요. 아무쪼록 사사로운 욕심이나 이익보다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5.11.8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1. 20151128 kmib.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922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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