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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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2-07-15 14: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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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이사야서 65:21-22 
설교일 2012-07-15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집을 지은 사람들이 자기가 지은 집에 들어가 살 것이며,
포도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자기가 기른 나무의 열매를 먹을 것이다.
자기가 지은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 살지 않을 것이며,
자기가 심은 것을 다른 사람이 먹지 않을 것이다.

“나의 백성은 나무처럼 오래 살겠고,
그들이 수고하여 번 것을 오래오래 누릴 것이다.”

<이사야서 65:21-22>


■ 들어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무더위와 장마에 지난 한 주간 동안도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주님께서 여러분을 위로해 주시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수고와 땀의 결실이 엉뚱한 데로 새어 나가지 않고, 여러분과 여러분의 식구들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소중하게 쓰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요즘 대학이 방학이라,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지요. 그래도 대학생들은 아직 정식 실업자가 아니어서 ‘조금은’ 덜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겨우 최저임금만 받고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언제부터인지 매장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들의 말투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어법에 안 맞게 존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주문하신 파스타 나오셨습니다.” “맡기신 휴대전화기가 다 고쳐지셨습니다.” 한번은 우리 집에 히터가 고장이 나서 사람을 불렀더니 A/S 기사가 하는 말이 “바람이 안 나오신다고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람님이 안 나오셔서 제가 몹시 불편하십니다.” 그랬더니 이분이 눈치를 챘어요. 그래서 저도 미안하다고 했습니다만, 애써서 고생하시는 그분들을 욕보이자고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상대방 사람을 존대해야 하는데 아무 것에나 존칭을 붙이는 것이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 이상

이련 현상은 저만 느끼는 게 아니었습니다. 일전에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사람들 그렇게 말하는 거 이해해야 해요. 커피 한 잔이 자기들 시급보다 비싼데 어찌 존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커피가 나오셔야 하고 빅맥세트가 나오셔야 하는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순간에 웃기는 했습니다만, 씁쓸하기가 그지없었습니다. 한 시간을 다리가 퉁퉁 붓도록 일을 하고도 자기가 파는 커피 한 잔을 사 마시지 못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입니다.

서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 성경에서는 뭐라고 했는가, 이사야서 65:21-22에 그 답이 있습니다. “집을 지은 사람들이 자기가 지은 집에 들어가 살 것이며, 포도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자기가 기른 나무의 열매를 먹을 것이다. 자기가 지은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 살지 않을 것이며, 자기가 심은 것을 다른 사람이 먹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건설노동자들은 자기들이 애써서 지은 집에 들어가서 살지 못합니다. 스마트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사서 쓰기 어렵습니다. 신발 가게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하루 종일 일해도 거기서 파는 신발 한 켤레 사 신기 힘듭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이 21절에 계속 나옵니다. “나의 백성은 나무처럼 오래 살겠고, 그들이 수고하여 번 것을 오래오래 누릴 것이다.”

■ 현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의 자녀들이 나무처럼 오래 살아야 하는데, 돈이 없는 사람들은 오래 살기도 힘듭니다. 중병에 걸리면 비싼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합니다. 사보험이라도 들어두었다면 그나마 나을 텐데, 먹고 살기도 힘든 여건에서 거기까진 미처 준비해두지 못합니다. 알면서도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그들이 수고하여 번 것을 오래오래 누릴 것이다.” 했는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 서방이 가져가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노동자는 쉴 새 없이 일해도 하루 세 끼 밥 먹고 살기도 바쁜데, 자본가들은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수십억 원의 연봉을 챙겨 갑니다. 노동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노동의 대가도 못 챙기는데, 돈과 권력을 투자한 사람들은 수십 수백 수천 배의 이익을 가져갑니다.

저녁에 아이의 침대머리에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모습, 얼마나 훈훈합니까? 그러나 그것도 아무나 가질 수 있는 행복이 아닙니다. 마음은 그렇게 하고 싶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온 엄마가 코피나 쏟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두 눈이 말똥말똥한 아이를 남겨둔 채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스르륵 옆으로 떨어뜨리고 마는 것이 일에 지친 대부분의 엄마들의 모습입니다. 현실이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찌 그게 엄마 탓이겠습니까? 그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엄마입니다. 말로만 자유시민이지, 우리나라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민은 노예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 팍팍한 삶을 어떻게 떨쳐버릴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한 시간에 4천 몇 백 원 받으면서 천 날 만 날 노력해 봐도 빈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 추적자

‘노예’라는 표현이 좀 심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자유가 없는 게 노예 아닙니까? 옛날 노예와 요즘 노예가 다른 점이 있기는 합니다. 요즘의 서민들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사먹을 수도 있고, 가고 싶은 데 갈 수도 있습니다. 거주의 자유도 있습니다. 그러나 월 백 만 원 안팎의 최저임금으로는 그림의 떡이지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옛날 노예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1863년 1월 1에 미국에서는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합니다. 전쟁까지 해가며 쟁취해낸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비가 있었는데, 미국보다 63년 앞선 1800년 1월에 조선의 정조 대왕 이산이 노비 혁파 정책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적으로 노비제도를 없앤 것입니다. 미국의 링컨보다 앞선, 세계 최초의 노비해방선언이었습니다.

노비를 해방시키자, 하니까 기득권층 양반들이 죽자 사자 반대했을 것 아닙니까? 그 저항을 뚫고 정조 대왕이 큰일을 해내기는 했는데, 이산 임금은 그 후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이로써 노비해방은 물 건너가고 말았지요. 정조 대왕이 당시에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열이 많은 체질이라 인삼이 맞지 않아 인삼은 넣지 말라고 했다는데, 어의들은 계속 인삼을 주원료로 하는 경옥고를 처방했습니다. 그래서 정조의 사망이 질병사가 아니라 의료사고가 아니었는가 하는 이야기도 있고 심지어 독살설까지 나돌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기득권층 사람들이 정조를 죽이고 싶어 했으리라는 것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자기가 수고한 것을 엉뚱한 사람이 아니라 수고한 사람이 먹고 사는 것,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세상이 되는 것을 부자들은 목숨을 걸고 방해하려고 합니다. 요즘 인기 폭발인 드라마가 있지요. SBS에서 월요일과 화요일에 하는 〈추적자〉인데요, 거기 보면 권력층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 백홍석이 이런 말을 합니다. “이제 나 화 안낼 거다. 저놈들이 화나게 만들 거다. 큰 소리도 안 낼 거다. 저놈들 입에서 비명이 나오게 만들 거다. 울지도 않을 거다. 저놈들이 울게 만들 거다!”

■ 맺는 이야기

권력을 가진 사람들,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놓지 않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술수를 씁니다. 그런데도 서민들은 그 사람들이 시장에 가서 국밥을 먹고 있는 모습, 상인들과 악수하는 모습이 TV에 나오면 그게 진짜인 줄 압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치면 그냥 믿어줍니다. ‘국익을 위해서’라고 하면서 나라 살림을 거덜 내도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피땀 흘려 일해서 한 달에 백만 원 받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돈을 부자들이 다 가져가는데도 감각이 없습니다. 심한 표현이라면 죄송합니다만, 정말 멍청한 국민들입니다. 어떤 분이 트위터에다가 이런 글을 쓴 것을 읽었습니다. “혼자 저항하면 뭇매를 맞지만, 같이 저항하면 잔매를 맞고, 모두 저항하면 때리던 사람이 몰매를 맞는다. 그러나 저항하지 않으면 맞는 게 습관이 된다.”

싸우지 않으면 얻어내지 못합니다. 올 연말에 대통령선거가 있지요. 정말 잘 뽑아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 후보는 찍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말도 믿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후보가 있다면 차라리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꿈을 이루는 나라니, 잘 사는 나라니, 행복한 나라니…, 모두 허황된 말들입니다. 뼈 빠지게 일만 하는 서민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공염불입니다.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기득권을 실제로 나누어낼 수 있는 후보자를 뽑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못 사는 나라가 아닙니다. 재력은 충분히 있습니다. 연간 수십억, 수백억, 수천억의 소득을 가만히 앉아서 얻는 부자들이 나누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됩니다. 이게 바로 요즘 흔히 말하는 ‘경제 민주화’입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여러분이 생산한 것을 여러분이 먹고, 여러분이 일한 보상을 여러분이 가장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941 일을 흥하게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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