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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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08-12-07 2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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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로마서 13:8-10 
설교일 2008-12-07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다 이룬 것입니다. “간음하지 말아라. 살인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탐내지 말아라” 하는 계명과, 그 밖에 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모든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하는 말씀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로마서 13:8-10>


■ 들어가는 말씀

날씨가 상당히 춥습니다. 저는 웬만해서는 추위를 잘 타지 않는데, 제가 춥다고 느끼니까 엄청나게 추운 모양입니다. 날만 추우면 덜할 테데, 요즘은 경제까지 추워서, 추위 때문에 오는 고통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이른바 ‘세계적 경제 위기’라고 하지요?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아마도 ‘빚’ 때문일 것입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위기가 옵니다. 참 무서운 게 빚입니다.

‘빚’이 이렇게 사회-경제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성경에도 이 문제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희년’(禧年)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어떤 빚이든 50년이 되면 무조건 탕감해주어야 한다고 했지요. 이렇게 심각한 게 빚 문제인데, 오늘 신약성경 본문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사랑의 빚은 져도 되지만 다른 빚은 지지 말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사랑의 빚’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 사랑의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입니다.

중국 청나라 말기에 호림익(胡林翼, 1812-1861)이라는 유명한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이 양반이 풍(楓)이라는 자기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빚’에 대해 써놓은 것이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모름지기 빚을 안고 있으면 마치 뼈에 종기가 붙어 있는 것과 같다. 잘못하면 종기가 너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 ― 사마광 외(장연 외 역), 《아버지의 말 한 마디가 자녀의 인생을 바꾼다》(명진출판(주), 2004), 195-196쪽.

잠언 22장 7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가난하면 부자의 지배를 받고, 빚지면 빚쟁이의 종이 된다.” 실제로 열왕기하 4장에 보면 어떤 과부가 빚 때문에 아들을 종으로 빼앗길 뻔했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론 엘리사가 이 과부를 도와주어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만, 빚이란 우리 뼈에 종기가 붙어 있는 것처럼 위험한 것이고, 귀한 자녀를 종으로 팔려가게 할 수도 있는, 무서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빚에 대해서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돈으로 진 빚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랑의 빚’입니다. 로마서 13장 9절을 읽어 보겠습니다. “‘간음하지 말아라. 살인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탐내지 말아라’ 하는 계명과, 그 밖에 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모든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하는 말씀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우리 이웃을 우리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 그것이 율법의 요약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율법의 완성이라고 했지요. 그러니까 그것만 지키면 율법을 다 지키는 셈입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사랑의 빚’을 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빚’이라고 하는 것은 갚아도 되고 안 갚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꼭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빚을 반드시 갚아야 하듯이, 사랑의 빚도 반드시 갚아야 합니다.

■ 사랑의 빚은 ‘다 갚았다고 할 수 없는 빚’입니다.

8절 말씀을 다시 읽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이 말씀이 공동번역에는 이렇게 번역되어 있습니다. “남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의무입니다.” 경제적인 빚은 열심히 노력해서 다 갚을 수 있습니다. 다 갚은 뒤에는 ‘이제 빚을 다 갚았다’며 ‘변제완료’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빚은,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변제완료’를 선언할 수 없는 빚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지요. “사람이 자기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복음서 15:13). 친구를 위하여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사랑인데, 이거 우리가 제대로 할 수 있습니까? 전에 말씀드렸지만, 나라를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가 빚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에는 ‘충분한’ 것이 없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의 사랑도 그렇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지고하다고 하는 부모의 사랑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 목숨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그것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부모님께 다 갚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내리사랑’이라고 했지요. 철이 들어서 부모의 사랑을 알 만한 때가 되니까 이제 부모님은 살아계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은 자식에게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랑도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에게서 받은 사랑을 그 사람에게 꼭 다 갚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람에게서 그 사랑을 다 돌려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 사람에게 주었으면 받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갚아야 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것은 ‘빚’이기 때문입니다.

■ 사랑의 빚은 ‘갚으면서 기쁜 빚’입니다.

프랑스의 모파상이 쓴 단편소설 가운데 <목걸이>라는 작품이 있지요. 아시는 분들이 많겠습니다만, 내용을 간추려보면 이렇습니다. ― 마틸드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이 사람은 호화로운 생활을 꿈꾸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의 남편은 말단 직원이어서 여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장관이 주최하는 파티에 초대되었습니다. 남편은 아껴두었던 돈으로 아내에게 옷을 사주었습니다. 그러나 마털드는, 옷에 장식할 보석 하나 없이 어떻게 파티에 참석하느냐며, 친구인 프레스체 부인에게 값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립니다. 파티에 참석한 부인은 누구보다 아름다웠습니다. 남자들은 누구나 마틸드와 춤을 추고 싶어 안달이었습니다. 새벽녘에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틸드는 자신의 목에서 목걸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그들 부부는 전 재산을 처분하고 모자라는 돈은 빚을 얻어서, 빌렸던 목걸이와 똑같은 물건을 사서 프레스체 부인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 두 사람은 빚을 갚기 위해서 10년이나 고생하게 됩니다. 더러운 곳에서 먹을 것도 못 먹고 살았습니다, 마털드는 남의 빨래 일을 하면서 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 아름답던 얼굴은 비참하게 되었으며, 머리카락은 반백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빚을 다 갚았을 무렵, 우연히 프레스체 부인을 만나게 되자 다소 자랑스레 그간 있었던 일을 고백합니다. 얘기를 다 들은 프레스체 부인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내게 돌려준 그 목걸이 값을 갚느라 10년이나 고생을 했단 말이에요? 이를 어째, 마틸드, 그 목걸이는 싸구려 가짜였어요.” ― 최인호,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여백미디어, 2000), 16-17쪽.


그렇게 호화로운 삶을 꿈꾸던 마틸드였지만, 빚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경제적인 빚을 갚는다는 것은 이처럼 힘겨운 일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빚’은 다릅니다. 갚으면서도 즐겁습니다. 갚아갈수록 기쁨이 넘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일이었습니다. ― 수많은 필리핀 병사들이 일본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습니다. 형편없는 식사와 환경에 전염병까지 번졌습니다. 날마다 많은 포로들이 죽어갔습니다. 어느 날 상처 입은 비둘기 한 마리가 철조망으로 날아들었습니다. 무료해하던 포로들이 정성껏 비둘기를 보살폈습니다. 비둘기가 완전히 나았을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비둘기를 사랑하고 나서부터 포로들의 사망률이 60%나 줄어들었던 것입니다. ― 장태원 편, ≪유머와 지혜≫(도서출판 Grace Top, 1997), 76쪽.

■ 맺는 말씀

세계적인 경제 먹구름이 우리에게 몰려왔습니다. 10년 전 IMF 사태 못지않은 어려움이라고 말합니다. 나라도 이 난국을 이겨 나가야 하고, 개인도 이 어둠의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가야 합니다. 경제적인 빚이 있다면 힘을 다해 갚아 나가야 합니다. 물론 힘들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바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사랑의 빚’도 함께 갚아야 합니다. 사랑의 빚을 갚으면 기쁨이 옵니다. 사랑의 빚을 갚으면 없던 힘도 생깁니다. 그러는 가운데 경제적인 빚을 갚을 능력도 생깁니다.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근사한 데 가서 저녁을 대접해야 하겠다는 마음보다, 지금 당장 붕어빵 하나라도 나누어먹는 것이 사랑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가족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힘든 시기일수록 교우들끼리 더 사랑해야 합니다. 각박한 때일수록 이웃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고난의 때일수록 하나님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서로서로 극진히 사랑합시다. 사랑의 빚을 갚으면서 힘을 얻읍시다.
223 "마음으로 서로 뜨겁게 사랑하십시오!"
222 "날이 새고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
221 성령의 열매(2) - 기쁨
220 입춘대길(立春大吉)
219 야곱, 부자 되다!
218 "내 친구인 너희에게!"
217 새 영, 새 계명, 새 삶
216 지금 이 나라에서는
215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214 지혜롭게 판단하기
213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 사랑의 빚
211 성령의 열매(1) - 사랑
210 "와서 아침을 먹어라!"
209 성령의 열매(4) - 인내
208 낡은 정신과 새 정신
207 세 가지 교훈
206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아!"
205 가시 돋친 채찍을 발길로 차지 마라!
204 "기름을 팔아 빚을 갚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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