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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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0-03-28 13: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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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요한복음서 19:17-22 
설교일 2010-03-28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사순절 


■ 성서 본문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이라 하는 데로 가셨다. 그 곳은 히브리 말로 골고다라고 하였다. 거기서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도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아서, 예수를 가운데로 하고, 좌우에 세웠다. 빌라도는 또한 명패도 써서, 십자가에 붙였다. 그 명패에는 ‘유대인의 왕 나사렛 사람 예수’라고 썼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곳은 도성에서 가까우므로, 많은 유대 사람이 이 명패를 읽었다. 그것은, 히브리 말과 로마 말과 그리스 말로 적혀 있었다. 유대 사람들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말하기를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지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십시오” 하였으나, 빌라도는 “나는 쓸 것을 썼다” 하고 대답하였다.

<요한복음서 19:17-22>


■ 들어가는 말씀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그리고 이번 주간은 우리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셔서 마지막 한 주간을 고난 가운데서 보내신 것을 기억하는 고난주간입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고 같이 아파하는 성도 여러분 위에 우리 주님의 위로하심과 사랑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 유대인의 왕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명절은 유월절입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의 후손들이 이집트에서 해방된 것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우리는 명절이 되면 다들 고향으로 내려가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월절이 되면 모두 예루살렘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던 그 해에도 유월절이 되어 예루살렘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오신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들고, 그분을 맞으러 나갔습니다.

예루살렘으로 들어오는 길가에 늘어선 사람들은 예수님을 기다리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에게 복이 있기를! 이스라엘의 왕에게 복이 있기를!”(요한복음서 12:13). 여기서 ‘호산나’라고 하는 말은 “우리를 구원하여 주십시오!”라는 뜻을 지닌 말입니다. 특히 찬양할 때 많이 쓰이지요. 사람들이 예수님을 향하여 이렇게 외치는 것은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겠다는 뜻입니다. 드디어 그 가운데로 예수님께서 지나가셨습니다. 사람들은 더 열렬히 소리를 질렀습니다. 비록 예수님께서는 거창한 병거 대신 어린 나귀를 타고 들어오셨지만 그 모습만 본다면 이스라엘에 뭔가 큰 변혁이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세상의 권세를 한 손에 쥐고 있던 바리새파 사람들의 걱정은 태산 같았습니다. 성경에는 그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제 다 틀렸소. 보시오. 온 세상이 그를 따라갔소”(요한복음서 12:19).

■ 세상의 왕들

여러분도 보셨는지 모르지만, 얼마 전에 종영된 드라마 ≪선덕여왕≫에 보면 이런 대화가 자주 나오지요. “너는 옳고 그름을 따라 판단하겠느냐, 아니면 판세를 보고 판단하겠느냐?”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판세로만 본다면 예수님의 세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정말 왕이 되시려고 작정만 하시면 사람들은 물론 무장한 의병대라도 동원한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길을 택하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의 정치적 왕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왕이 되고자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정치적인 왕 또는 권력자들은 어떻습니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뭇 민족들의 왕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한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자들은 은인으로 행세한다”(누가복음서 22:25). 백성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왕입니다. 자기들은 권세를 휘둘러 백성들의 것을 빼앗아 먹으면서 백성들에게는 부스러기 조금 나누어줘 놓고 큰 은혜를 베푸는 양 은인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너희는 그렇게 하지 마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않다. 너희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하고, 또 다스리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한다”(누가복음서 22:26).” 예수님은 이런 왕이 되려고 하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루살렘에 들어오실 때도 나귀, 그것도 작은 나귀 새끼를 타고 들어오셨습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세상의 왕이 되고자 하셨다면 기병을 앞세우고 나팔수까지 대동해서 전투 곡을 연주하며 위용을 갖추고 들어오셨겠지요. 사실 그 이전에도 예수님은 왕으로 나설 기회가 적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려고 쫓아다녔지만 예수님께서는 번번이 거부하셨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

■ 진정한 왕

예수님은 진정한 왕의 모습을 보여주시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오신 예수님은 며칠 뒤, 왕궁으로 가시는 대신 ‘해골’이라고 부르는 언덕으로 가셨습니다. 왕좌로 오르는 대신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면류관을 쓰시는 대신 가시관을 쓰셨습니다. 왕들이 입는 화려한 홍포 대신 피 묻은 옷을 입으셨습니다. 높은 왕좌 대신 십자가 위에 매달리셨습니다. 예수님의 좌우에는 대신들 대신 강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유대인의 왕 나사렛 사람 예수’ 라고 쓴 명패가 달렸습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거꾸로 되었지만 그것만은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도 잘못되었습니다. 그와 같이 십자가에 달리심으로써 예수님은 유대인의 왕이 아니라 온 세상의 왕, 곧 만왕의 왕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예수님은 진정한 왕의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왕의 본 모습입니다. 세상의 왕은 화려한 어의를 입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누더기를 입습니다. 세상의 왕은 백성들 위에 군림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서 사람들 아래에 있습니다. 세상의 왕은 왕궁에 살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단칸 셋방에 삽니다. 세상의 왕은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티코를 타거나 걸어 다닙니다. 세상의 왕은 선행을 한답시고 온갖 언론을 통하여 동네방네 생색내기를 좋아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합니다. 세상의 왕은 남들이 발을 씻어주기를 기다리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직접 수건을 두르고 남의 발을 씻어줍니다. 세상의 왕은 권력을 더 크게 잡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십자가를 지기 위해서 ‘해골’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얼마 전에 타계하신 법정스님 잘 아시지요. 저도 평소에 참 좋아했던 분이라, 큰 어른이 또 한 분 세상을 떠나서 참 안타깝습니다. 그분이 젊은 시절부터 외쳤던 것이 ‘무소유’(無所有)지요. 정말 진리의 외침 아닙니까? 그러나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무소유’를 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데 무소유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저도 최근에 알았습니다만, 어떤 신도는 법정스님에게 1천억이 넘는 재산을 헌납했다고 합니다. 스님께서 암으로 투병하는 동안의 병원비가 6천만 원이 넘었다는데, 삼성그룹의 대 사모님인 홍라희 여사가 그 병원비를 대신 내주었을 정도로 그분의 인품은 높았습니다. 그리고 금액으로 보면 법정스님보다는 못하지만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고 알려진 어떤 목사님(최일도 목사, 54)이 얼마 전에 TV에 나오셨던데, 조기은퇴를 하시면서, 퇴직금으로 받은 돈 4억 원을 가난한 학생들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모두 내어놓고 교회를 떠났다고 합니다.

두 분 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셨던 분들은 아니지요. 그런데 그분들이 과연 여러분들보다 훌륭한 분들인가, 이 질문에 저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합니다. 퇴직금 4억은 아무나 받습니까? 수천억 원의 기탁금은 아무나 받습니까? 그분들은 버릴 게 충분히 많이 있는 분들입니다. 나누어줄 것이 얼마든지 있는 분들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러셨지요. 많이 있는 가운데서 소문을 내면서 주님께 바치는 사람보다, 정말 재산이라고는 돈 두 푼밖에 없으면서 그것을 주님께 내어놓는 사람이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분들보다는 여러분들이 하나님 나라의 왕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 맺는 말씀

베드로전서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2:9). “여러분은 택하심을 받은 족속이요, 왕과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민족이요,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저도 똑 같은 말씀을 여러분께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택하심을 받은 거룩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귀한 왕들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안식일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도 하나님 나라의 잔치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되지 않는 수입 가운데서도 하나님 나라의 일을 위해서 뚝뚝 떼어서 바치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아픈 이들이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을 때 두 말없이, 열 일 제쳐놓고 달려가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서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신 예수님은 끝내 목숨까지 빼앗기셨습니다. 그야말로 저승 가는 노잣돈 한 푼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남긴 것이라고는 옷 한 벌밖에 없었지만, 그것마저도 사람들이 빼앗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가신 예수님은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을 얻으셨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 그것은 ‘부활’입니다. 그분은 그 부활도 혼자 가지시지 않았습니다. 잠자는 사람들의 첫 열매가 되셔서 우리들에게까지 나누어주셨습니다. 이 얼마나 은혜로운 일입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에게 세상의 권세는 없지만, 하나님 나라의 권세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세상 권력을 향한 야망은 없지만, 하나님 나라를 향한 희망과 꿈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금과 은은 없지만, 주님께서 주시는 권능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세상 나라들의 권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결제도장은 없지만,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는 하나님 나라의 옥새 곧 천국의 열쇠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하나님 나라의 위대한 왕들입니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의 위대한 왕들이신 성도 여러분에게, 우리 주님께서 세상 끝 날까지 항상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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