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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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5-07-12 15: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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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가복음서 13:35-37 
설교일 2015-07-12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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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그러므로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올는지, 저녁녘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무렵일지, 이른 아침녘일지, 너희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인이 갑자기 와서 너희가 잠자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마가복음서 13:35-37>


■ 들어가는 이야기

천상병 시인의 ‹아기비›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비는 예수님이나 부처님도 맞았겠지. 공(公)도 없고 사(私)도 없는 비라서 자연(自然)의 섭리의 이 고마움이여! 하늘의 천도(天道) 따라 오시는 비를 기쁨으로 모셔야 되리라. 지상(地上)에 물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것을.” ― 천상병, ≪요놈 요놈 요 이쁜 놈!≫(도서출판 답게, 1993), 154쪽.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습니다만, 예수님도 맞으셨고 부처님도 맞으셨을 비, 곧 하늘의 도(道)를 감사하며 여기에 모이신 여러분 위에 하나님의 크나큰 은혜가 충만히 임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때 읽기

예수님께서 한번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소나기가 오겠다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 또 남풍이 불면, 날이 덥겠다고 너희는 말한다. […] 너희는 땅과 하늘의 기상은 분간할 줄 알면서, 왜, 이 때는 분간하지 못하느냐?”(누가복음서 12:54-56). 날씨는 분간할 줄 알면서 어찌하여 시대의 흐름은 읽지 못하느냐, 이 말씀입니다. 제가 최근에 정치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만, ‘시대’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만 짚고 가겠습니다. 며칠 전에 여당의 원내대표(유승민 의원)가 자리에서 물러났지요. 무슨 죄가 있거나 비리가 들통 나서가 아닙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대통령의 ‘저 사람 마음에 안 들어!’ 이 한마디에 나가 떨어졌습니다. 원내대표는 그 당의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투표로 뽑는데, 이 사람도 정상적으로 뽑혔습니다. 얼마 전에는 의원총회에서 재신임까지 받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네가 잘못한 건 없지만, 기분 나쁘니까 물러나 줄래?’ 해서 물러난 겁니다. 예전 독재시절 같으면 통했겠지요. 그때도 사실 드러내놓고 이렇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인품이 어떤지, 이 사람의 행실이 어떤지 저는 잘 모릅니다. 그동안의 내막도 모릅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시대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질서가 엄연히 확립된 이 시대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날 사고방식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을 보고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낡은 제도를 끈질기게 유지하려는 것은, 오래 되어 냄새 나는 향수를 도로 갖다가 머리에 바르는 것과 같다. 이미 썩어버린 생선에 미련을 못 버리고 그걸 먹으려는 것과도 같다. 성인이 다 된 사람에게 어린아이의 옷을 아직도 입히려고 하는 것과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송장이 되어버렸는데도 그걸 껴안고 애정을 표시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 빅토르 위고(베스트트랜스 역), ≪레 미제라블 한영합본(전10권)≫(더클래식, 2012), 1420쪽.

■ 대응태세 갖추기

그래서 예수님께서 기회 있을 때마다 말씀하셨습니다. “깨어 있어라!” 이 말씀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 지구가 언제 망할지 모른다. 너희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러니 천당 가려면, 졸지도 말고 자지도 말고, 오로지 신앙생활에 힘써라. 그리고 가지고 있는 재산은 다 팔아서 교회에 갖다 바쳐라! ― 이른바 ‘말세’에 대비하여 집도 절도 다 버리고 오로지 기도에만 힘써라, 이겁니다. 기독교 독신주의도 그래서 나온 겁니다. 곧 세상이 망하고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텐데, 남녀의 육욕에 빠져서 되겠느냐, 그러니 순결하게 견디라는 것이지요. 습관적으로 금식하는 것도 그래서 생겼습니다. 최후의 심판 날이 되면 이 몸뚱이는 아무 쓸데도 없을 텐데, 그런 것에 먹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2천 년이 지났습니다. 아직까지 지구는 멀쩡(?)합니다. 그러면 예수님이 거짓말을 하신 것일까요? 아닙니다. 예수님은 정말 지혜로운 분이었습니다. 제자들 가운데 일부가 좁아터진 자기 머리로 무궁 무한한 예수님의 깊은 뜻을 곡해한 것이지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하나님의 계산법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날이 곧 올 것이다!’ 하니까 이삼 년 안에 세상이 끝장날 줄 알았던 것입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볼 때 예수님께서 “깨어 있어라!”라고 하신 것은, 만사 접어두고 지구멸망에 대비하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으라는, 엄청나게 중요한 교훈이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새 시대를 준비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이것은 인류역사에만 해당하는 말씀은 아닙니다. 우리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매우 요긴한 교훈입니다. 탁구나 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공이 내 코앞에 왔을 때 대응하면 백이면 백 다 실패합니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받아넘길 수 있습니다. 인생사가 다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 닥쳤을 때 그때 비로소 대응하면 늦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됩니다. 사랑도, 직장도, 건강도, 모두 다 마찬가지입니다.

■ 행복한 삶을 위한 훈련

앞에서 빅토르 위고의 말을 소개해드렸는데, 그의 작품이 ≪레미제라블≫ 아닙니까? 거기 보면 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는 언제나 머리에 번갯불 같은 번뜩임이 생겨 어떤 때는 사람을 장님으로 만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길을 비춰 주기도 한다.” ― 빅토르 위고(베스트트랜스 역), ≪레 미제라블 한영합본(전10권)≫(더클래식, 2012), 1256쪽.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지요. 그때 대부분의 사람에게 번갯불 같은 섬광이 비칩니다. 그 섬광이 어떤 사람에게는 탈출구를 찾게 하는 고마운 빛이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눈이 멀게 하는 치명적인 빛이 되기도 합니다. 이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미리 준비한 사람에게 그것은 구원의 빛이 되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그것은 파멸의 레이저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사랑의 기술≫이라는 유명한 책을 쓴 에리히 프롬은 정신집중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 정신 집중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단계는 홀로 있는 것을 배우는 일입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잠을 자거나 독서를 하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술을 마시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고 순수하게 홀로 있는 것 말이지요. 홀로 있으려고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입니다. ― 에리히 프롬(황문수 역), ≪사랑의 기술≫((주)문예출판사, 2013), 264쪽. 다른 사람이나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따가 기도시간에 우리도 하겠습니다만, 이것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훈련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우리에게 비치는 섬광을, 파멸의 레이저가 아닌 구원의 빛으로 맞이하게 해주는 소중한 훈련입니다.

■ 맺는 이야기

내일,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고 행운이 여러분 앞에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파멸이든 행운이든, 그건 아무런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준비’입니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파멸이든 행운이든 둘 다 ‘OK!’지만, 대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둘 다 재앙입니다. 언제나 기도하는 가운데 깨어 있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5.7.12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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