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마을지기 2015-10-04 18:41:35
0 973
성서본문 고린도전서 11:23-26 
설교일 2015-10-04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준 것은 주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것입니다.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빵을 들어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식후에, 잔도 이와 같이 하시고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다. 너희가 마실 때마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그러므로 여러분이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선포하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1:23-26>


■ 들어가는 이야기

요즘 날씨가 9월과는 확연히 다르지요? 바람도 많이 불고 기온도 꽤 내려갔습니다. 이번 목요일(8일)이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한로(寒露)입니다. 찬 이슬이 내려서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는 시절입니다. 우리가 흔히 ‘철이 났다’ 또는 ‘철들었다’는 말을 쓰는데, 이것은 어린이가 성장해서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되었고 이제 어엿한 농군으로서 손색이 없는 나이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이하여, 계절의 변화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뜻도 잘 읽어냄으로써 여러분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먹는다는 것

명절에 맛 나는 것 많이 드셨지요? 오늘은 먹는 문제에 대해서 잠시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술통 철학자로 알려진 디오게네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자는 먹고 싶을 때 먹고, 가난한 사람은 먹을 수 있을 때 먹는다.”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사람은 잘 수 있을 때 자야 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어려움 없이 무심코 하는 행동일지라도 남들은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내가 가진 하찮은 것을 가지기 위해 절박하게 애를 태우는 이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먹을거리가 많아져서 예전과는 형편이 조금 나아졌습니다만, 남들 먹을 때 먹지 못하는 것처럼 서러운 것도 없습니다. 먹을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 먹는 것이 음식이 아니라 (죽지 못해 먹는) 사료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인 황지우는 이런 글을 썼습니다. “몸에 한세상 떠 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의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뒷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황지우, 〈거룩한 식사〉 중. 유승준, ≪사랑을 먹고 싶다≫(작가정신, 2004), 7쪽. 노인들뿐만이 아니라 아직 살날이 창창한 아이들 가운데서도 안타까운 사연이 많습니다. 어느 동화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 영호가 동준이에게 다정하게 물었습니다. “너, 저녁은 먹었니?” 동준이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습니다. “그럼 점심은 먹었어?” “학교에서 급식 먹었는데요.” “그으래? 요즘 너네 급식하니?” “네, 옛날부터 했는데요.” “그럼, 아침은 먹었니?” “원래, 아침 안 먹는데요.” ― 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창작과비평사, 2002), 84쪽.

■ 먹여주시는 하나님

‘원래 아침 안 드시는’ 분들 계시지요. 다이어트를 위해서, 귀찮아서…. 이럴 때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전 원래 아침 안 먹어요.” 동준이도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이 아이는 없어서 못 먹는 겁니다. 아직도 우리가 사는 한 구석에 이런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먹는 문제’는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래로 가장 중요하고 또 민감한 주제입니다. 그래서 그렇겠지요? 성경에도 먹는 이야기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먹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출애굽 사건’인데, 야곱의 후손들이 고향 땅을 떠나 이집트로 간 것은 양식이 부족해서 생긴 일입니다. 그들은 이집트에 들어갈 때도 먹을 것이 없었지만, 어찌어찌 해서 이집트를 탈출할 때도 먹을거리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백성들이 모세에게 난리를 칩니다. 그래도 이집트에서 종살이할 때는 굶지는 않았는데, 왜 우리를 끌어내서 이 광야에서 굶어 죽게 만드느냐는 것이지요. 모세는 화가 나고 분통이 터졌지만 하나님께 해결책을 구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것이 만나와 메추라기입니다. 그것으로써 백성들은 그 험난한 광야생활을 40년이나 견딜 수 있었습니다. 배고픈 백성을 먹이는 것, 이것은 예수님도 그 어떤 일보다 우선적으로 하셨던 일입니다.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처음으로 하신 일이 잔칫집에 포도주를 공급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에도 예수님은 말씀을 들으려고 수천 명씩 모인 사람들이 시장할까봐 손수 대책을 마련해서 그들을 먹이셨습니다. 돌아가시던 날, 이승에서의 마지막 날에도 그분은 식탁을 준비하고 제자들과 만찬을 나누셨습니다. 부활하신 이후에도 손수 숯불을 피우고 생선을 구워서 밥상을 차린 다음 제자들을 먹게 해주셨습니다.

■ 성찬에 대하여

예수님께서 음식을 제공하신 일 가운데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돌아가시던 날 밤 준비해주신 최후의 만찬 자리일 것입니다. 잠깐, 딴 이야기입니다. ‘도원결의’(桃園結義)라는 말 잘 아시지요?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유비, 관우, 장비가 장비네 복숭아밭에 모여서 결의를 하고 의형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그들은 이렇게 맹세하며 제를 올렸습니다. “유비, 관우, 장비가 비록 성은 다르지만 의를 맺어 형제가 되었으니, 마음과 힘을 합해,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케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한 날 한 시에 태어나지 못했어도 한 날 한 시에 죽기를 원하오니, 하늘과 땅의 신령께서는 굽어 살피소서.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는 자가 있다면 우리를 함께 죽이소서!” 그러면서 동물을 잡아 피를 낸 뒤에 ‘삽혈’(歃血, 피를 나누어 마시거나 입술에 바름) 의식을 행했습니다. ‘우리는 피를 나눈 한 형제’라는 것이지요. 이것과는 경우가 좀 다르지만, 예수님께서 생애의 마지막 날 제자들에게 만찬을 베풀 때도 그 뜻은 비장했습니다. 제자들에게 빵을 나누어주시면서 “이것은 내 몸이다!”라고 하셨고, 포도주를 나누어주시면서 “이것은 내 피다!”라고 하셨습니다. 삼국지에서는 짐승의 피를 나누었지만, 예수님은 자신이 피를 흘릴 것을 예고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다음 날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의 살은 다 찢겼고, 피는 몸에서 다 빠져나와 땅으로 쏟아졌습니다. 어쨌든 예수님의 성만찬은 ‘우리는 하나다! 피와 살을 나눈 형제다!’라는 것을 각자의 가슴에 새기는 의식이었습니다.

■ 맺는 이야기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는 모두 하나여야 합니다. 편안하게 밥 못 먹는 사람이 있는 한, 그 나라는 하나가 아닙니다. 지구에 끼니 못 때우는 사람이 있는 한, 지구는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이겁니다. 그래서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이고, 남북이 서로 돕자는 것이고, 세계 도처의 굶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자는 겁니다. 성찬식 때마다 우리가 예수님의 살이라고 하면서 빵을 떼고 예수님의 피라고 하면서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여기서 무슨 신비스러운 경험을 하자는 뜻이 아니라,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자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하나님의 말씀과 성찬을 통하여 우리가 모두 하나라는 사실을 매순간 깨달으며 사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5.10.4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61 자는 동안 복 받기
960 개켜 있는 수건
959 흥미진진한 때
958 수요와 공급의 법칙
957 그날을 꿈꾸며 감사하십시오!
956 행복을 부르는 말, 불행을 부르는 말
955 2020.3.8(일) 한울교회 온라인예배 실황 영상
954 2020.3.1 온라인예배 실황 영상
953 2020.2.23 온라인예배 실황 영상
952 아름답고 즐거운 일
951 나의 성공, 누가 가장 기뻐할까?
950 몸으로 믿으십시오!
949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948 마음 갈증 해결하기
947 선생이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946 하나 됨을 위하여
945 “늘 상기시켜 드려야 한다!”
944 메리 크리스마스!
943 ‘임마누엘’의 실상(實狀)
942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