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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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5-08-30 06: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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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시편 25:16-18 
설교일 2015-08-30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주님, 나를 돌보아 주시고,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나는 외롭고 괴롭습니다.
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시고,
나를 이 아픔에서 건져 주십시오.
내 괴로움과 근심을 살펴 주십시오.
내 모든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시편 25:16-18>


■ 들어가는 이야기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따라 하나님의 자녀들인 여러분들이 더 멋져 보입니다. 개인의 영달보다도 하나님의 나라를 더 사모하는 여러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은혜와 성령님의 감동이, 철철 넘치도록 임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외로운 밤

입추도 지났고 처서도 지났으니,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제 가을입니다.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무엇입니까? 하늘, 햇살, 추석, 추수, 풍성… 등등의 말들이 연상되지요. 또 하나, 가을과 함께 회자되는 말이 ‘외로움’입니다. 왜 사람은 유난히 가을에 외로움을 탈까요? 여름에 덥고 습할 때는 몰랐지만, 기온이 내려가게 되면서부터 따뜻한 것을 찾게 됩니다. 난방으로도 따뜻하게 할 수 있지만, 사람에게 가장 쾌적한 온도는 체온, 곧 사람의 온도입니다. 기분 좋은 사람과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외로움이지요. 흔히 하는 말로 옆구리가 허전한 계절입니다. 이런 형상은 몸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여름 내내 이완되어 있던 혈관이 가을이 되면 수축됩니다. 몸에 긴장감이 더해지는 원인이지요. 긴장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 또한 편안한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적어집니다. 사람이 햇볕을 충분히 쐬지 못하면 우울해집니다. 이래저래 가을에는 외로움을 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가을 밤’이라는 노래를 잘 아실 것입니다. 이태선 선생의 동시에 박태준 선생이 곡을 붙인 것인데요, 이게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입니다.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 가을 밤 고요한 밤, 잠 안 오는 밤, 기러기 울음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외로운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한다는 내용입니다.

■ 별 헤는 밤

외로움에 사무친 아이는 별을 세며 그리움을 달랩니다. 별을 세는 게 외로움 치유에 효과가 있는 모양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이 시는 1941년 11월 5일, 윤동주가 서울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의 전신)에서 공부할 때 지은 것입니다. 소재는 ‘별’이지만, 핵심낱말은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북간도에 계시고 아들은 조선 경성에 있습니다. 두 사람이 멀리멀리 떨어져 있지만, 별은 서울의 하늘과 북간도의 하늘에서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북간도의 어머니가 보고 계실 같은 별을 보면서 윤동주는 별을 세며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나라 없는 서러움을 누그러뜨립니다.

■ 잠 못 드는 밤

시인은 별 하나에 사람 하나씩 짝을 짓습니다. 저 별은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김 아무개, 이 아무개, 박 아무개…, 저 별은 북간도에서 알고 지냈던 이국 소녀들인 패, 경, 옥…, 저 별은 벌써 아기 어머니가 된 갑순이, 순자, 명희…. 그리고 가난한 이웃 사람들도 하나씩 떠올려 봅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등 동물들의 이름도 갖다 붙여 봅니다. 또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시인들의 이름도 불러 봅니다. 가을 타는 청년 윤동주가,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밤 문득 사람이 그리운 겁니다. 물론 가장 그리운 분은 북간도에 계신 어머니이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처럼, 어머니의 얼굴을 그리며 별을 보다가, 이사람 저사람 얼굴을 떠올려본 것이지요. 잠은 다 달아났습니다. 이러느라고 새벽이 하얗게 밝아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윤동주가 깨달은 것은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시편 25편에 보니까 거기서도 시인이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주님, 나를 돌보아 주시고,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나는 외롭고 괴롭습니다. 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시고, 나를 이 아픔에서 건져 주십시오. 내 괴로움과 근심을 살펴 주십시오. 내 모든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시편 25:16-18).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어린 아이는 일 나간 엄마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머나먼 타향에서 유학하는 다 큰 총각 윤동주 역시 어머니를 찾습니다. 그런데 시편의 시인은 하나님을 찾습니다.

■ 맺는 이야기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외롭지 않으십니까? 그렇더라도 이제는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외로울 때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만, 어머니는 여러분과 그리 오래 함께 계시지 못합니다. 언젠가는 아쉽게 떠나시겠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영원히 여러분과 함께 계십니다. 이사야서 41:10 말씀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의 하나님이니, 떨지 말아라. 내가 너를 강하게 하겠다. 내가 너를 도와주고, 내 승리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주겠다.” 하나님을 멀리 하고 혼자 떨어져 있을 때는 외로워서 잠 못 드는 밤이었지만, 이제부터는 하나님을 만남으로써 여러분이 기쁨과 설렘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맞이하시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기원합니다.

(※ 2015.8.30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922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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