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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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전도서 12:1-2 
설교일 2015-09-06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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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젊을 때에 너는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고생스러운 날들이 오고, 사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할 나이가 되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기 전에,
먹구름이 곧 비를 몰고 오기 전에, 그렇게 하여라.

<전도서 12:1-2>


■ 들어가는 이야기

창조절 첫째 주일, 우주만물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인식하고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또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을 받들어 생명을 살리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입니다. 창조절을 맞이하는 여러분의 신심(信心)이 날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외로움

지난 주일에 저는, 가을은 외로움의 계절이라고 했는데, 이 ‘외로움’에는 나이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사람의 에너지는 세월이 갈수록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 시절에는 한자의 아이 ‘동’(童) 자에서 보듯이 아랫도리에 에너지가 몰려 있습니다. 동네에서 뛰어 돌아다니는 건 모두 아이들이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함께 뛰어놀 상대가 없으면 외롭습니다.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놀다가 헤어질 때 얼마나 쓸쓸해하는지는 아이를 키워보신 분이라면 다 아실 것입니다. 청소년기부터는 생식기의 기운이 왕성해집니다. 짝이 없으면 심하게 외로움을 탑니다. 그 다음은 배로 올라가지요. 요즘에는 먹을거리가 많아서 덜합니다만, ‘음식 끝에 싸움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는 것에 민감한 시기가 옵니다. 배를 채워야 만족합니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일도 자주 생기지요. 그러다가 50대쯤이 되면 인생의 포인트가 가슴으로 모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또한 가슴이 뻥 뚫리는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서운함을 느끼지요. 나이가 더 들어서 60 이상의 노년이 되면 입의 기능이 왕성해집니다. 시도 때도 없이 말이 많아집니다. 대화의 상대가 없으면 극심한 소외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상대해주는 사람도 줄어듭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롭다, 외롭다 하지만 젊을 때는 그래도 덜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람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간관계는 줄어듭니다. 사람은 많이 만날지 모르지만 그건 인간관계라기보다는 그냥 업무관계지요. 일 때문에 만난 사람은 대체로 외로움을 덜어주지 못합니다.

■ 가장 소중한 것

그래서 제가 오늘 하고 싶은 말씀은 전도서에서 현자가 말한 것처럼,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도서 1:1-2입니다. “고생스러운 날들이 오고, 사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할 나이가 되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기 전에, 먹구름이 곧 비를 몰고 오기 전에, 그렇게 하여라.” ‘그렇게’ 하라는 것은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창조주를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젊을 때는 상상하지 못하던 일들이 일어납니다. 3-4절입니다. “그 때가 되면, 너를 보호하는 팔이 떨리고, 정정하던 두 다리가 약해지고, 이는 빠져서 씹지도 못하고, 눈은 침침해져서 보는 것마저 힘겹고, 귀는 먹어 바깥에서 나는 소리도 못 듣고, 맷돌질 소리도 희미해지고, 새들이 지저귀는 노랫소리도 하나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 여러분들은 아직 심감이 안 날 것입니다. 그렇지만 주의 깊게 들어야 합니다. 내 생애에는 그런 일이 없을 거야 싶지만, 사실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합디다.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다!” 왜 그럴까요? 24일까지는 잘 팔리지만 25일부터는 안 팔리기 때문입니다. 먹을 수는 있지만 팔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는 여자를 지목했지만, 남자의 경우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무 살을 넘어 성인이 되는 순간부터 노화(老化)를 대비해야 됩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나이가 들수록 만나자는 사람도 줄어듭니다. 사귀자는 사람은 더 줄어듭니다. 백마 탄 왕자나 숲속에서 잠자는 공주는 아예 나타나지 않습니다. 3~40대까지는 자식 키우느라 바빠서 그럭저럭 모르고 지나갑니다만, 50대가 넘어서면 인생이 ‘낭만’과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제가 이 나이가 되어서 절실히 느끼는 게 바로 이겁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 마지막 소원

그런데 젊을 때는 사람 소중한 것을 잘 모릅니다. 수 틀어지면 ‘너랑 안 보면 그만이지!’ 하고 생각 없이 갈라섭니다. 인간관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뼈저린 아픔을 겪은 사람이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 카뮈의 ‘이방인’(1942년, 카뮈가 29세 때 발표)이란 작품을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뫼르소의 나이는 정확히 모르지만 추측컨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쯤의 청년일 것입니다. 소설의 첫머리는 어머니의 사망 전보를 받는 장면인데, 양로원에 계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데도 뫼르소는 별 감정이 없습니다. 장례식에 참석해서도 특별한 느낌이 없습니다. 상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무덤덤합니다. 언제 상주(喪主)였었냐는 듯 여자 친구를 만나 하룻밤을 보냅니다. 그렇다고 그 여자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웃사람이나 회사 사람들을 만날 때도 그냥 설렁설렁 대합니다. 사람에 대한 애틋함은 그 누구에 대해서든 손톱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한여름에 해변에 놀러 갔다가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게 되었는데, 마침 일행에게서 받은 권총이 주머니에 한 자루 있어서, 별 생각 없이 그걸로 그 중 한 사람을 쏘아 죽였습니다. 해변의 뜨거운 햇살과 후텁지근한 바람 때문에 짜증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결국 체포되었지요. 재판을 하면서 판사가 왜 죽였느냐고 물었지만 뫼르소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왜 죽였는지 몰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신부님이 찾아왔습니다. 위로를 하려고 하자 신부님의 멱살을 잡고 욕을 해댑니다. 이때 신부님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때 비로소 뫼르소는 ‘관심’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행복’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이제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 알베르 카뮈(이휘영 역), ≪이방인≫((주)문예출판사, 1999), 247쪽.

■ 맺는 이야기

사람의 소중함을 진작 알고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뫼르소는 죽음을 코앞에 두고 그제야 그 평범한 진리를 크게 깨달았습니다. 이런 식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음 직전에는 이 사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 깨달으면 뭐 합니까? 늦습니다. 전도자의 말대로, 먹구름이 비를 몰고 오기 전에, 더 나이 들기 전에 창조주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분의 뜻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창조주를 기억하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소리입니까?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게 창조주 하나님의 자녀들 아닙니까? 그들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라는 말입니다. 창조절 절기가 시작되는 이때, 간절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창조주 하나님과 그분의 자녀들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5.9.6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922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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