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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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5-11-09 0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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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시편 34:12-14 
설교일 2015-11-06 
설교장소 구미남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외부 
■ 성서 본문

생명을 사모하고 연수를 사랑하여 복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누구뇨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거짓말에서 금할지어다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며 화평을 찾아 따를지어다

<시편 34:12-14>


■ 들어가는 이야기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이 뜻깊은 날이어서 그런지,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얼굴에서 범상하지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요즘 SNS들 많이 하시지요. 저도 트위터 글을 종종 읽습니다만,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언제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못하겠는데, 40대쯤 된 어떤 남자가 이런 글을 썼습디다. 캡처를 해두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좀 거친 표현이 있더라도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1년 전에 전철에서 어떤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해드린 적이 있었지. 그게 착해보였는지, 어떤 년이 내 번호를 따더라고. ‘노인 배려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전화번호 좀 여쭈어봐도 될까요?’ 그년이 지금 내 마누라임. 그때 내가 자리 양보만 안 했어도…, 씨발!” 이게 팔자입니다. 이 남자가 말은 좀 험하게 하지만, 제가 보기에 자랑 같았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이렇게 묘한 인연으로 엮이어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구체적인 사연은 잘 모르지만, 어떤 형식으로든지 구미YMCA에 코가 꿰어서 최소한 몇 년씩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 평화에 대하여

제가 우리 구미YMCA 원년 멤버는 아닙니다만, 25년 정도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래도 우리가 그동안 참 평화로웠다는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그래서 오늘 저는 평화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하는데요, 그래서 제목도 ‘평화 만들기’라고 붙였습니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이것처럼 소중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시편 34:14를 읽어봅니다.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며 화평을 찾아 따를지어다.” ‘화평을 따르라’고 했습니다. 이게 개역 개정판 성경인데, 저는 처음에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별 감동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새번역 성경으로 읽으면서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이 말이 새번역 성경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평화를 찾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 평화 쪽에 줄을 서라는 것도 아니고, 평화를 위해서 가급적 힘을 좀 쓰라는 것도 아니고, 평화를 위해서, 평화를 찾을 때까지 있는 힘을 다하라는 겁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평화를 만들라는 것이지요. 평화 만들기의 대가는 물론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서도 평화 만들기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사람이 있는데, 이 시간에는 베드로 이야기를 잠시 해보겠습니다.

■ 팔자 고친 사람

교회에 다니시는 분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여러분에게 숙제를 한 가지 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 들으신 뒤에, 내용을 한 문장으로, 또는 한 줄로 짧게 요약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요약한 것을 발표하실 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작합니다. 어느 날 오후 세 시쯤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이나 이슬람 신도들은 날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모두 기도를 합니다. 이날도 기도시간이 되어서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으로 갔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어떤 남자를 떠메고 왔습니다. 나면서부터 못 걷는 사람이었습니다. 성전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게 하려고 이 사람을 날마다 성전 문 곁에 앉혀 놓아두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성전으로 들어가는 베드로와 요한을 보고 “한 푼 주십시오!” 했습니다. 베드로가 그를 보고 말했습니다. “나한테 돈이 없어서 안타깝군요. 그렇지만 돈은 없어도 내가 할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시오!”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생 걷기는커녕 일어서보지도 못했던 남자가 다리와 발목에 힘을 얻어서 벌떡 일어나서 걸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베드로 일행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요약하시면 됩니다. 다 하셨습니까? 요약한 것을 누가 소개해보시겠습니까?

■ 예수님의 제자만 할 수 있는 일

지금까지 제가 들은 대부분의 요약은 이것이었습니다. “베드로가 앉은뱅이를 고쳐서 걷게 했다!” 그러면서 교훈까지 추출해내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 보셨지요? 예수 믿으면 이렇게 불치의 병도 낫습니다. 하나님은 능치 못함이 없는 분입니다. 기도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예수 잘 믿으십시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 관점은 핵심에서 벗어났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핵심은 마지막 문장입니다. 성경은 “그는 […]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갔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밑줄을 쫙 긋고 봐야 할 구절은 ‘베드로가 병을 고쳤다’가 아니라 ‘베드로가 걷지 못하는 그 사람을 데리고 성전으로 들어갔다!’입니다. 성전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합니까? 그것은 길가에 버려진 사람을 주류사회에 편입시켰다는 말입니다. 사람대접 못 받는 사람을 친구로 삼았다는 뜻입니다. 이제 연말이 다가옵니다만, 이맘때쯤이면 자주 듣는 말이 ‘불우이웃 돕기’입니다. 베드로가 이 사람에게 동전을 던져주었다면 그것은 불우이웃 돕기입니다. 그리고 병을 고쳐주었다면 그것은 더 큰 불우이웃 돕기입니다. 병 고치는 것은 의사도 할 수 있고, 무당도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병 고쳐주는 주술사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베드로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불우한 이웃을 내 식구로 만들었습니다. 베드로가 한 일은 단순한 불우이웃 돕기가 아니고 ‘하나님 나라 운동’이었습니다. 진정한 평화 만들기였습니다.

■ 맺는 이야기

조선 말기에 가톨릭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지요. 당시에 백정 출신의 황일광(1756~1801)이란 사람이 예수를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이 사람은 천국을 맛보았습니다. 그가 가장 감격했던 것은 양반 신도의 방에 들어가서 함께 앉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던 백정으로서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말했습니다. “내게는 천당이 둘 있는데, 하나는 지상에 있고 다른 하나는 내세에 있습니다!” ― 길희성, ≪보살 예수≫(현암사, 2005), 30쪽. ‘천국’이 다른 말로 ‘하나님의 나라’ 아닙니까? 세상에 이보다 더 귀한 하나님 나라 운동이 어디 있습니까? 30주년을 맞이하는 구미YMCA와 우리 식구들이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을 주는 ‘이웃돕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불우이웃을 돕기도 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을 우리와 한 가족으로 받아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평화 만들기의 진수’입니다. 이와 같은 주님의 평화가 30주년을 맞이하는 구미YMCA와, 모든 회원 여러분과, 우리 이웃들에게 영원토록 함께 있기를 기원합니다.

(※ 2015.11.6 구미YMCA 창립 30주년 기념예배 말씀입니다.)
941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자들
940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939 편안한 후회
938 영원토록 칭찬 받기
937 빛이신 하나님
936 으뜸 친구
935 교회가 바로 서려면
934 시온의 딸과 임금님
933 “그만하면 됐다!”
932 저승에 간 부자
931 어느 쪽이 이길까?
930 먹보들의 기도
929 복의 생산과 유통과정
928 엄마 집
92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926 “평화가 있어라!”
925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24 전쟁 연습, 평화 연습
923 총명한 사람의 선택
922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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