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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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사무엘기하 1:25-26 
설교일 2012-11-04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아, 용사들이
전쟁에서 쓰러져 죽었구나!
요나단, 어쩌다가
산 위에서 죽어 있는가?
나의 형 요나단,
형 생각에 나의 마음이 아프오.
형이 나를 그렇게도 아껴 주더니,
나를 끔찍이 아껴 주던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도 더 진한 것이었소.

<사무엘기하 1:25-26>


■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 아침에 교회 오시면서 보셨겠지만, 화려했던 단풍이 물이 거의 다 빠졌고, 길거리에는 낙엽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제 11월이 되었으니 겨울을 준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옆구리가 시린 계절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이 겨울에도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따뜻하게 품어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진한 사랑

이미 10월은 지나갔습니다만, 10월의 마지막 날일 31일,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내보내는 곡은 아마도 이용이 부른 〈잊혀진 계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나이 40대를 넘기신 분들은 다 아실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젊은 남녀가 헤어졌는데, 그날이 바로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그런 내용이지요. 이 노래의 가사는 그냥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원래 헤어진 날짜는 10월의 마지막 날이 아니고 9월의 마지막 날이었답니다. 음반을 낼 때가 10월이어서 9월을 10월로 바꾸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해놓고 보니까 “9월의 마지막 밤”보다는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가사가 이별의 아픔을 더 실감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쓴 사람이 박건호 씨인데요, 이 사람은 1972년에 〈모닥불〉(박인희 노래)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쓰면서 작사가로 데뷔했습니다.

이 사람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그 여자를 좋아하게 된 것은 대화가 잘 통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자는 늘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박건호는 그게 부담스러웠습니다. 아무리 말이 잘 통해도 볼 때마다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겠습니까? 그래서 그는 여자와 헤어지기로 결심합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해 9월이었습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체질이었지만 그는 두 홉들이 소주 한 병을 거의 다 비운 뒤에 여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별을 고했습니다. 크게 취한 상태였습니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시내버스를 탔는데, 여자는 남자가 걱정이 돼서 안내양에게 당부를 했습니다. “이분 흑석동 종점에서 좀 내리게 해주세요.” 그러나 그는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여기 흑성동 아니에요!” 하고 말리는 안내양을 뒤로 하고 그는 버스가 오던 길로 내달렸습니다. 동대문에서 창신동으로 꺾이는 지점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따라잡았습니다. 여자의 앞에 선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마디 외쳤습니다. “정아씨, 사랑해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뒤돌아 뛰었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후, 마음이 몹시도 춥고 외로웠던 1982년 어느 가을에, 그는 그때의 상황을 노랫말로 만들어서 발표했습니다. 당시 무명의 신인가수였던 이용은 이 노래를 불러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박건호 씨는 2007년에 쉰여덟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갔지만 그가 만든 이 노래가 30년이나 지나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 더 진한 우정

이별의 아픔은 이별하기 전까지의 사랑의 진함 곧 농도에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 진할수록 이별의 고통도 크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남녀 사이의 사랑에만 진함이 있고 아픔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 사이의 우정도 이성간의 사랑에 못지않게 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다윗과 요나단 이야기입니다. 다윗은, 사랑하는 친구 요나단이 전쟁터에서 죽었을 때 이런 조가를 지어서 불렀습니다. 요나단, 어쩌다가 산 위에서 죽어 있는가? 나의 형 요나단, 형 생각에 나의 마음이 아프오. 형이 나를 그렇게도 아껴 주더니, 나를 끔찍이 아껴 주던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도 더 진한 것이었소(사무엘기하 1:25-26). 요나단은 당시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사울의 아들이었습니다. 다윗은 사무엘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은 차기 왕이었습니다. 사울과 다윗 사이에는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었습니다. 그냥 정치적인 경쟁자였습니다.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경쟁자라기보다는 원수지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윗에게 요나단은 원수의 아들입니다. 요나단에게 다윗은 아버지의 원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과 요나단은 남다른 우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윗이 블레셋 장수 골리앗을 물리치고 난 뒤의 일입니다. 사울이 다윗을 불렀지요. 이스라엘의 골칫거리였던 골리앗을 물리친 장수가 도대체 누군지 궁금했던 사울은 다윗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체구가 건장한 장수가 아니라 몸이 왜소한 홍안의 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사울의 아들 요나단은 그때부터 다윗의 광팬이 되었습니다. 요나단은 다윗에게 푹 빠져서 그와 친구가 되기로 굳게 언약을 맺었습니다. 성경에 보니까 요나단은 제 목숨을 아끼듯이 다윗을 아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서 다윗에게 주었고, 칼과 활과 허리띠까지 모두 다윗에게 주었습니다. 이게 무엇을 말합니까? 요나단은 왕자인데 자기가 가지고 있던 왕자의 의관을 모두 다윗에게 주었다는 것은, ‘네가 왕 해라!’ 그런 말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자기가 왕이 될 터인데, 요나단은 그것마저 포기했습니다. 사람이 자기 몫으로 내정된 권력을 포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요즘의 대선주자들을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요나단은 다윗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님께서 나의 아버지와 함께 계셨던 것처럼, 자네와도 함께 계시기를 바라네”(사무엘기상 20:13). 다음 왕은 자신이 아니라 다윗임을 공언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요나단은 다윗에게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그 대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내가 주님의 인자하심을 누리며 살 수 있게 해주게. 내가 죽은 다음에라도, 주님께서 자네 다윗의 원수들을 이 세상에서 다 없애 버리시는 날에라도, 나의 집안과 의리를 끊지 말고 지켜 주게”(사무엘기상 20:14-15). 이처럼 요나단은 친구를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우정을 가지고 있었고, 행동으로 그 우정을 보여주었습니다.

■ 친구에 대하여

다윗에게 요나단과 같은 친구, 요나단에게 다윗과 같은 친구, 그런 친구를 가지고 싶지 않으십니까? 좋은 사람을 만나 멋진 사랑을 하고 행복한 결혼을 하는 것, 그리고 좋은 친구를 만나 멋진 우정을 꽃피우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 이것은 누구나 바라는 소망일 것입니다. 그런 사랑을 하려면, 또는 그런 친구를 가지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을 잘 아시지요? 사람은 자기와 같은 타입의 사람을 끌어당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면, 우선 본인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나를 전적으로 사랑해줄 그런 남자, 또는 그런 여자가 있으면 좋겠다,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어떤 경우에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면 됩니다. ― 우에니시 아키라(홍성빈 역), ≪사랑의 기술 78가지≫(하남출판사, 2004), 241쪽. 여자라면 누구나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고운 여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멋진 남자는 저절로 딸려 오게 되어 있습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고운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멋진 남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고운 여자는 저절로 딸려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멋진 사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겠습니까? 옛 러시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만날 때는 그의 옷으로 판단하지만, 헤어질 때는 그의 마음으로 판단한다.” 마음을 예쁘게 가지면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작년에 만났던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가 입었던 옷은 대부분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 씀씀이는 지금도 살아서 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보통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남다르지만, 첫사랑을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옷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첫사랑이 했던 말이나 그의 마음 됨됨이는 영원토록 잊어지지 않습니다. 출처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새벽에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내가 먼저 겸손한 마음, 칭찬하는 마음, 넓은 마음, 깊은 마음…,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우정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 맺는 이야기

호피 족 인디언들은 이런 격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명의 적은 너무 많고, 백 명의 친구는 너무 적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되고…, 하는 식으로 적을 만들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 사람은 이런 면이 좋고, 저 사람은 저런 면이 좋고…, 하는 식으로 생각하면 세상에 원수 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아무쪼록 우리는 우리 스스로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서, 우리 옆에 좋은 친구를 많이 두고, 그럼으로써 삶이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1. 20121124 KBC_mem.
223 슬픈 기다림, 복된 기다림
222 고난이 오기 전에 아직 기도는 시작되지 않는다!
221 탐욕에 대하여
220 하나님의 손수건
219 ‘하나 됨’의 기쁨
218 주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시간
217 돈에 대하여
216 작은 씨, 큰 나무
215 삶이 힘든 그대에게
214 무난하게 먹고 살기
213 쥐 세상, 개미 세상
212 "남에게 주어라!"
211 쉬면서 숨 돌리기
210 부자에 대하여
209 '하나'에 대하여
208 바벨탑 이야기
207 복을 생산하라!
206 무엇 때문입니까?
205 함께 누리십시오!
204 그물을 버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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