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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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06-04-17 17: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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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가복음서 14:32-42 
설교일 2006-04-16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부활절 

■ 성서 본문

그들은 겟세마네라고 하는 곳에 이르렀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기도하는 동안에, 너희는 여기에 앉아 있어라” 하시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셨다. 예수께서는 매우 놀라며 괴로워하기 시작하셨다. 그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마음이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머물러서 깨어 있어라.” 그리고서 조금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기도하시기를, 될 수만 있으면 이 시간이 자기에게서 비껴가게 해 달라고 하셨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으시니,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여 주십시오.”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보시니, 제자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시몬아, 자고 있느냐?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느냐? 너희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서 기도하여라. 마음은 원하지만, 육신이 약하구나!” 예수께서 다시 떠나가서,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시고, 다시 와서 보시니, 그들은 자고 있었다. 그들은 졸려서 눈을 뜰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예수께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 예수께서 세 번째 와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남은 시간을 자고 쉬어라. 그 정도면 넉넉하다. 때가 왔다. 보아라, 인자는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서 가자. 보아라, 나를 넘겨줄 자가 가까이 왔다.”

(마가복음서 14:32-42)


부활의 새벽입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지금 시각쯤에 부활하셨을 것입니다. 부활의 현장에 함께 나와서 주님을 맞이하는 여러분에게 주님의 크신 은총과 놀랍게 역사하심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아침에 저는 여러분에게 시 두 편을 소개하면서 부활절 아침 메시지를 전하려고 합니다.

먼저 구상 선생의 시 <그분이 홀로서 가듯>이라는 시입니다.

그분이 홀로서 가듯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저 2천년 전 로마의 지배 아래
사두가이와 바리사이들의 수모를 받으며
그분이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악의 무성한 꽃밭 속에서
진리가 귀찮고 슬프더라도
나 혼자의 무력(無力)에 지치고
번번이 패배의 쓴잔을 마시더라도
백성들의 비웃음과 돌팔매를 맞으며
그분이 십자가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정의(正義)는 마침내 이기고 영원한 것이요,
달게 받는 고통은 값진 것이요,
우리의 바람과 사랑이 헛되지 않음을 믿고서

아무런 영웅적 기색도 없이
아니, 볼꼴 없고 병신스런 모습을 하고
그분이 부활(復活)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 구상, 《홀로와 더불어》(황금북, 2002), 54-55쪽.


주님께서는 일찍이 홀로 집을 떠나서 광야로 가셨습니다. 거기서 홀로 40일간 온간 고행을 마다않고 기도와 수행을 하셨습니다.

세상에 나오신 주님께서는 한 때 수많은 군중이 따랐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썰물처럼 다 빠져나가고 제자 몇 명만 남은 적도 있습니다. 이 때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떠나려느냐?” 이처럼 주님은 외로운 사역을 하셨습니다.

죽음을 앞둔 날 밤, 주님께서는 몹시도 괴로우셨습니다. 그냥 앉아 있을 수 없어, 산으로 기도하러 가셨습니다. 가장 아끼던 제자,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기도하라고 이르신 다음, 역시 홀로 떨어져서 기도하셨습니다. 피와 땀을 쏟는 절체절명의 기도였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주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던 제자들은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잠자고 있었습니다. 세 번씩이나 깨웠음에도 그들은 잠자고 있었습니다. 주님은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혼자이셨습니다.

재판을 받으실 때도, 예수님과 가장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의로우셨던 분을, 때리고, 욕하고, 모욕하고, 조롱하는 사람들밖에 없었습니다. 베드로마저 주님을 부인하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끝까지 주님은 혼자이셨습니다.

부활의 아침, 주님께서 무덤에서 일어나셨을 때, 그 자리에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죽음에서 살아나신 뒤에 여자들 몇 사람이 찾아왔을 뿐입니다. 부활하시는 순간까지 주님은 혼자이셨습니다.

우리는 이 새벽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이 외로운 새벽에, 주님을 찾아뵈려고 조촐하게 모였습니다.

지금 우리는 홀로 가는 길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의로운 삶을 향해 홀로 가야 합니다. 홀로 고난 받는 것도 견뎌야 합니다. 아니,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가운데 홀로 죽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닙니다. 부활의 신선한 아침도 홀로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여럿이 함께 부활의 기쁨을 맛보면 좋겠지만, 혼자 외롭게 부활할지도 모릅니다.

이 뜻 깊은 아침,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 비장한 아침에, 박목월 선생의 시 <부활절 아침의 기도>로 우리들의 기도를 대신합시다.

주여
저에게
이름을 주옵소서.
당신의
부르심을 입어
저도 무엇이 되고 싶습니다.
주여
주여
주여
태어나기 전의
이 혼돈과 어둠의 세계에서
새로운 탄생의
빛을 보게 하시고
진실로 혼매한 심령에
눈동자를 베풀어 주십시오.
‘나’라는
이 완고한 돌문을
열리게 하옵시고
당신의 음성이
불길이 되어
저를 태워 주십시오.
그리하여
바람과 동굴의
저의 입에
신앙의 신선한
열매를 물리게 하옵시고
당신의
부르심을 입어
저도
무엇이 되고 싶습니다.
주여
간절한
새벽의 기도를 들으시고
저에게
이름을 주옵소서.

― 박목월의 시 〈부활절 아침의 기도〉 전문.
942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941 부활 후 가장 궁금했던 일
940 개켜 있는 수건
939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938 믿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937 그날, 주인공
936 게임의 결과
935 부활절 아침의 사람들
934 부활을 전하는 사람들
» [새벽] 홀로 가는 길
932 주님 계신 그 곳에
931 부활의 날, 좋은 날
930 주님의 이슬
929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928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에 있느냐?"
927 주님의 나라로!
926 아름답게 부활하기
925 그래도 기뻐하십시오!
924 "와서 아침을 먹어라!"
923 부활 드라마의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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