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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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욥기 19:23-27 
설교일 2013-03-31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부활절 
■ 성서 본문

아,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기억하여 주었으면!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비망록에 기록하여 주었으면!
누가 있어 내가 한 말이 영원히 남도록
바위에 글을 새겨 주었으면!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내 구원자가 살아 계신다.
나를 돌보시는 그가
땅 위에 우뚝 서실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내 살갗이 다 썩은 다음에라도,
내 육체가 다 썩은 다음에라도,
나는 하나님을 뵈올 것이다.
내가 그를 직접 뵙겠다.
이 눈으로 직접 뵐 때에,
하나님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내 간장이 다 녹는구나!

<욥기 19:23-27>


■ 들어가는 이야기

우리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신 날입니다. 부활의 은혜와 부활의 기운이 저와 여러분에게, 그리고 부활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충만히 깃들기를 축복하며 기원합니다.

■ “박정호가 죽었어요!”

엊그제 트위터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어떤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요, 친구의 교통사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한 편의 시 같았습니다. “우리 반 십육 번 / 박정호가 죽었네 / 영어학원 건너가려다 / 뺑소니를 당했네 // 레커차 달려오고 / 경찰차 달려오고 / 사이렌 시끄러워도 / 그 아이 텅 빈 눈은 / 먼 하늘만 보았네 // 박정호가 죽었어요 / 훌쩍대는 전화에 / 울 엄마는 그 아이 / 몇 등이냐 물었네.” ― 트위터에서 @Publiclassic(빛찬) 님의 글. 2013.3.29 오후 4:16. 늘 함께 지내던 친구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서 목숨을 잃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습니까? 그것도 고등학생이라면 주변사람의 죽음을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았을 나이 아닙니까?

그 처참한 꼴을 겪은 슬픔에, 이 친구는 자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대뜸 한다는 말이, “걔 몇 등이야?” 하는 소리였습니다. 엄마의 궁금증은 두 가지였을 것입니다. 하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면, ‘그렇게 똑똑한 아이가 죽었어? 거 참 안 됐네!’ 하는 마음이었을 테고, 또 하나는,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들이랑 어울리는지,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어울리는지, 못하는 아이들과 어울리는지, 그게 궁금했을 것입니다. 물론 세상 엄마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생’ 또는 ‘중학생’ 하면 ‘등수’를 먼저 생각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 “무당벌레 살리기 프로젝트”

또 다른 고등학생 이야기 하나 더 하겠습니다. 이 친구가 중학생이었을 때 일인데요(잠실중학교 3학년 이환희), EBS TV에도 나왔던 여학생이라고 들었습니다. 2009년 7월 22일, 달그림자가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간 소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태양이 사라진 것을 보고 놀란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녀를 놀라게 한 것은 무당벌레였습니다. 무당벌레들이 무리를 지어서 까맣게 타죽어 있었던 것입니다. 소녀는 생각했습니다. “무당벌레들이 왜 죽었을까? 무엇이 이것들을 죽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무당벌레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당벌레는 수명이 2~4개월 정도 되는데, 살아 있는 기간 동안 약 4천 마리의 진딧물을 먹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유익한 벌레가 죽다니….’ 소녀는 두 달 동안 관찰한 끝에 무당벌레를 죽게 한 원인을 찾았습니다. 고급 아파트들을 보면 옥상에 조명을 켜두지 않습니까? 그게 원인이었습니다. 조명의 열기에 타죽은 것이었습니다.

무당벌레가 다 죽어 없어지면 해충들이 창궐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살충제를 뿌려야 하는데, 그 결과 식물이 오염되고 땅까지 망가지게 됩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람에게 오게 되어 있지요. ‘무당벌레를 구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소녀는 아파트 옥상에다가 스티로폼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무당벌레들은 뜨거운 조명을 피해 텃밭으로 날아들었습니다. 조명에 타죽는 무당벌레들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까? 아, 그래!’ 소녀는 그 다음 일을 추진했습니다. 아파트 조명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것을 정리해서 주민들에게 홍보전단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 반응은 어땠을까요? 짐작하실 만하지 않습니까? “학생이 공부나 하지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어!” “조명을 끄면 최신식 아파트로 보이지 않게 돼서 집값이 떨어질 거야!” 그러나 소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파트에 설치된 메탈 힐라이트 조명은 날벌레들이 좋아하는 자외선을 방출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자외선 방출을 차단하는 램프를 설치하면 되겠네!’ 소녀는 이런 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만들어서 SNS를 통해서 배포했습니다. 드디어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 다음 아고라, 슈라 (pb***) 님의 글 참조.

■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정말 대단한 학생 아닙니까? 학생들만 보면 ‘저거는 몇 등짜리일까?’ 하며 생각하는 세상과, 젊고 싱싱한 학생들이 학교공부에만 매달려서 찌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서 활발하게 제구실을 하는 세상! 어떤 세상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세상이 하나님의 나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청소년기에 공부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성인기를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의 공부란 그저 ‘서열 정하기’일 뿐입니다. 한 사람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건강하고 행복한 시민으로 배출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 몇 등인지 그것이 결정됩니다. 그 이후의 인생도 거기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 곧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것은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청소년 자살률은 정말 심각합니다. 2009년도부터는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입니다. 성인들은 빼고 초중고 학생들 가운데서 1년에 수백 명이 자살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200명이 자실을 한다면 적어도 수천 명은 자살 ‘시도’를 한다는 것입니다. 수만 명은 자살하고 싶다는 충동을 가진다는 말입니다. 수십만 명은 ‘자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죽음의 세상입니다. 죽음이 청소년을 지배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오늘 부활절이지요. 부활이 무엇입니까? 죽음의 세상을 생명의 세상으로 바꾸어놓는 것 아닙니까? 하나님은 생명의 하나님이십니다. 구약성경에 보니까 욥이라는 사람이 죽게 생겼습니다. 그러나 그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욥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내 구원자가 살아 계신다. 나를 돌보시는 그가 땅 위에 우뚝 서실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욥기 19:25).

■ 맺는 이야기

우리나라도 죽음공화국에서 생명공화국으로 바뀔 날이 분명히 올 것입니다. 반드시 오고야 말 것입니다. 비록 수는 적지만, 저와 여러분이 서열사회가 아니라 평등사회를 꿈꾸고, 무한경쟁 세상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승리하는 세상이 오기를 꿈꾼다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힘겨울 것입니다. 더 많은 세상 사람들이 ‘경쟁’이 진리라고 믿고 있는 가운데서 ‘공평’을 말하면, 그 사람들이 ‘좌파’니 ‘종북’이니 하며 말도 안 되는 굴레를 씌우기도 합니다. 외롭습니다. 그래서 욥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내 간장이 다 녹는구나!”(욥기 19:27). 생명의 세상이 오기까지 간장이 다 녹을 정도로 괴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의 기운은 생명의 기운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저와 여러분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우리 주님께서 인정하십니다. 우리가 머지않아 생명의 나라에서 살게 되기를 부활하신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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