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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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3-01-20 15: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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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로마서 7:1-6 
설교일 2013-01-20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행사 

■ 성서 본문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율법을 아는 사람들에게 말을 합니다. 율법은,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만 그 사람을 지배한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까? 결혼한 여자는, 그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법으로 남편에게 매여 있으나, 남편이 죽으면 남편의 법에서 풀려납니다. 그러므로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에 그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로 가면, 그 여자는 간음한 여자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남편이 죽으면 그 법에서 해방되는 것이므로, 다른 남자에게로 갈지라도 간음한 여자가 되지 않습니다.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므로 여러분도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해서는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다른 분, 곧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그분에게 속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위하여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전에 우리가 육신을 따라 살 때에는, 율법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죄의 욕정이 우리 몸의 지체 안에서 작용해서, 죽음에 이르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를 옭아맸던 것에 대하여 죽어서, 율법에서 풀려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자에 얽매인 낡은 정신으로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성령이 주시는 새 정신으로 하나님을 섬깁니다.

<로마서 7:1-6>


■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은 여신도주일입니다. 여신도주일을 맞이하여 함께 예배를 드리는 여러분 모두,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받았던 은혜와 축복을 충만히 입으시고 받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우리가 1937년부터 1월 셋째 주일을 여신도주일로 지켜오고 있으니까 벌써 75년이나 됐습니다. 1937년이면 우리가 일제에 강제점령을 당해서 고생하던 시절이고, 남녀평등 같은 주제는 아직 대놓고 말하기조차 어려웠던 시대입니다.

■ 옥련이 이야기

이인직(李人稙, 1862.7.27~1916.11.25)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사람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 〈혈의 누〉인데요, 이건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906년에 발표된 작품이지요. 이 소설의 주인공이 ‘옥련’입니다. 평양에 사는 젊은 부부가 아기를 낳고 그 얼굴을 보니 어찌나 예쁜지, 마치 옥을 깎아서 만든 인형 같았습니다. 아이를 낳았으니 이름을 지어야 하지 않습니까? 부부가 깊이 의논을 했습니다. 아이의 모친은 아이가 옥같이 희다 하여 옥이라고 부르자고 했고, 부친은 아이가 연꽃같이 아름답다 하여 연화라고 부르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둘이 서로 우기다가 결국 합의를 했는데, ‘옥’ 자, ‘련’ 자를 합하여 옥련이라고 이름을 지었답니다. 옥련이는 제 부모가 보기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예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딸을 낳아서 잘 먹고 잘 살았다, 하면 소설이 재미가 없지 않아요. 그 당시에 청일전쟁이 일어나서 남의 나라 군인들이 조선 땅에서 싸움을 벌입니다. “성중에는 울음 천지요, 성 밖에는 송장 천지요, 산에는 피란꾼 천지”인 전쟁 통에 옥련이는 그만 부모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옥련의 나이 일곱 살 때였습니다.

옥련이는 총탄에 맞아 다리를 다쳤는데, 어찌어찌해서 일본군 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군의관이 옥련의 집을 찾아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부모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군의관은 일본에 있는 자기 아내에게 아이를 보내서 키우도록 편지를 써서는, 일본으로 귀국하는 부하에게 옥련이를 딸려서 자기 집인 오사카로 가게 했습니다. 배가 인천서 떠난 지 나흘 만에 오사카에 다다랐습니다. 짐 가방도 없이 오직 편지 한 장만 달랑 품에 안은 옥련에게 별 생각이 다 듭니다. “남은 제 집 찾아가건마는 나는 뉘 집으로 가는 길인고. 남들은 일이 있어서 대판에 오는 길이거니와 나 혼자 일없이 타국에 가는 사람이라. 편지 한 장을 품에 끼고 가는 집이 뉘 집인고. 이 편지 볼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며, 이내 몸 위하여 줄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가. 딸을 삼거든 딸 노릇 하고, 종을 삼거든 종노릇 하고, 고생을 시키거든 고생도 참을 것이요, 공부를 시키거든 일시라도 놀지 않고 공부만 하여 볼까.” ― 이인직(한국저작권위원회 편), ≪혈의 누≫((주)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 34% 지점.

■ 뒤웅박 팔자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우리 속담이 있지요. 요즘 사람들은 뒤웅박이 뭔지 잘 모를 겁니다. 물이나 곡식을 퍼 담을 때 요새는 보통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박으로 만든 바가지를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박이 익으면 그걸 둘로 쪼개서 속을 파낸 다음 말려서 바가지를 만드는데, 뒤웅박이란 박을 반으로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만 뚫어서 속을 파낸 바가지를 말합니다. 이 뒤웅박의 용도가 집집마다 다른데요, 부잣집에서는 그걸 마루나 안방 같은 데 걸어두고 거기다가 쌀이나 성냥이나 바느질 도구 같은 귀한 물건들을 담아둡니다. 그런데 가난한 집에는 귀한 물건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걸 헛간에다가 두고 아무거나 담아 두지요. 여자가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느냐, 아니면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느냐에 따라 그 여자의 팔자가 결정된다는 뜻으로 쓰인 말입니다. 지금 옥련이야말로 뒤웅박 팔자 인생의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자신이 가려고 하는 집의 안주인 곧 군의관의 아내가 가품 좋고 인정 있는 사람일지, 아니면 찬바람이 쌩쌩 불고 독기가 똑똑 떨어지는 사람일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제가 보니까 이 소설을 쓴 이인직이라는 사람이 글재주는 상당히 있습니다. 꽤 재미가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이 뼛속까지 친일파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나라를 일본에 갖다 바친 이완용의 비서였습니다. 실제로 1910년의 한일 강제병합에 앞서서 일본에 가서 실무협상까지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의 생각은, 우리 조선은 스스로 나라를 꾸려갈 능력이 없으므로 조선인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합병해서 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작품 중 옥련이의 모습에서 저는 당시 조선 사람들의 운명을 보았습니다. 옥련의 입을 빌려서 하는 작자가 하는 얘기를 다시 봅시다. ‘딸을 삼거든 딸 노릇을 하고, 종을 삼거든 종노릇을 하고, 고생을 시키거든 고생도 참을 것이요, 공부를 시키거든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될 것 아닌가.’ 철저한 식민지의식입니다. 우리 조선이 일본에 병합되거든, 우리 국민은 일본인들이 하는 대로, 국민으로 대해주면 국민 노릇을 하면 되고, 종을 삼으면 종노릇을 하면 된다, 그리고 고생을 시키면 고생을 참으면 되고, 콩고물이라도 떨어뜨려주면 그걸 주워 먹으면 된다, 그런 말이지요. 우리 조선 백성들을 완전히 뒤웅박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인직의 생각을 일단 ‘구시대의 사고방식’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겠습니다. 한 쪽은 지배자, 한 쪽은 피지배자로 세상이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 옛 남편의 법, 새 남편의 법

이제 성경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로마서 7:1-6에 보면 한 여자의 운명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이 여자에게는 남편이 있는데, 남편이 얼마나 꼬장꼬장한지, 사사건건 간섭을 합니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왜 그렇게 늦잠을 자느냐, 음식이 이게 뭐냐, 여자가 좀 사뿐사뿐 다니지 못하고 발걸음을 왜 그렇게 거칠게 놀리느냐, 하며 닦달합니다. 설거지하다가 그릇이라도 하나 깨먹으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매일 같이 냉장고 문을 열어보며 왜 음식을 이렇게 오래 두었느냐, 씀씀이가 이렇게 헤퍼서 되겠느냐, 하면서 잔소리를 합니다. 매일 쌀독을 살피면서 쌀이 왜 이렇게 축이 났느냐 추궁도 합니다. 이 여자는 남편 무서워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삽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까 말씀드린 ‘구시대의 사고방식’이 지배하던 옛날에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렇게 살았습니다. 이 남편 이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율법’입니다. 율법 아래 사는 사람들의 신세가 이 여자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못된 남편이 죽었습니다. 이제는 어떻습니까? 로마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결혼한 여자는, 그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법으로 남편에게 매여 있으나, 남편이 죽으면 남편의 법에서 풀려납니다”(로마서 7:2). 여자는 해방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고리타분하던 남편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됩니다.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까지 하나님을 믿던 사람들은 이 여자처럼 살았습니다. 구약에 보면 율법조항들이 셀 수도 없이 많잖아요? 법이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닙니까? 힘 있는 사람들은 율법을 자기들 멋대로 해석해서 다 빠져나갑니다. 그러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걸면 거는 족족 걸립니다. 그래서 ‘죄인’이 되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려 다니셨다고 했는데, 여기서 ‘죄인’들이라고 한 것은 무슨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이 아니라 율법의 그물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어쨌든, 바울은 그 율법이 죽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그 여자는, 못된 남편이 죽고 난 뒤에 새 남편과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새 남편은 어찌나 마음이 너그러운지, 설거지하다가 그릇을 깨뜨리면, 옛날 남편 같으면 “저 여편네가 눈을 어디다가 박고 사는 거야?” 하며 소리를 질렀겠지만, 이 사람은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하며 걱정부터 먼저 합니다. 가끔 아침에 조금 늦게 눈을 떠도 “피곤하지? 더 자, 아침 준비는 내가 할게!” 하면서 다독거려 줍니다.

■ 맺는 이야기

옥련이가 살던 시대의 여자들은 ‘뒤웅박 팔자’에 따라서 살아야 했습니다. 여자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지배자가 시키는 대로 하고, 지배자가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는 삶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구시대의 사고방식에 묶여서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못된 남편이 죽고 새 사람을 만난 그 여자는 어떻습니까? 남편과 아내가 이제는 더 이상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가 아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요즘 시대 사람들은 누구나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새 시대의 사고방식입니다. 그렇다고 아까 그 못된 남편이 잔소리하던 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요. 살림살이는 아껴가며 잘 살아야지요. 어른들에게는 예의바르게 대해야지요. 구시대나 새 시대나 사람이 해야 할 도리가 바뀐 것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율법은 ‘일 점 일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똑 같이 제 할 일 하고 살더라도 잔소리 들으며 억지로 하는 것과, 스스로 기뻐서 하는 것은 천지차이지요.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낡은 정신으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벌 받을까봐 무서워서 율법을 지킵니다. 그러나 새 정신으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율법을 지킵니다. 남편이나 아내의 잔소리가 싫어서 자기 의무를 다하는 게 아니라 남편이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사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쪼록 저와 여러분은 낡은 정신을 벗어버리고 새 정신으로 가정생활도 꾸려나가고 신앙생활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신앙인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기원합니다.



1. 20140310 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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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정신, 새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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