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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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05-05-22 19: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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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잠언 25:18-20 
설교일 2005-05-22 
설교장소 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본문 말씀

거짓말로 이웃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사람은,
망치요, 칼이요, 뾰족한 화살이다.
환난을 당할 때에,
진실하지 못한 사람을 믿는 것은,
마치 썩은 이와
뼈가 부러진 다리를 의지하는 것과 같다.
마음이 상한 사람 앞에서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추운 날에 옷을 벗기는 것과 같고,
상처에 초를 붓는 것과 같다.

(잠언 25:18-20)


■ 들어가는 말씀

오늘 아침에 저는 참 아쉬운 게 하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그래도 제가 할 줄 아는 게 꽤 많다고 여겼는데, 그렇지가 못해서 퍽 아쉽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오늘 같은 날 판소리를 멋지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입니다. 서양 음악은 그래도 좀 배워서, 악보도 볼 줄 알고, 악보 보며 노래도 곧잘 할 줄 알지만, 정작 우리 음악인 판소리에 대해서는 완전히 깜깜이니, 참 딱한 노릇입니다.

판소리 흥부가의 대본을 보면, 그냥 읽어만 봐도 흥이 저절로 납니다. 판소리를 할 줄은 모르지만 그 중에서 한 대목을 요즘 말로 바꾸어 그냥 읽어만 보겠습니다. 놀부를 묘사한 대목인데, 놀부가 얼마나 심보가 고약한지, 잘 아시겠지만, 한 번 들어 보십시오.

술 잘 먹고 쌈 잘하기,
남의 노적에 불 지르고,
불붙는 데 부채질,
상여 잡고 춤추기,
길 가는 과객 양반 재울 듯이 붙들었다
해 다 지며는 내어 쫓고,
의원 보며는 침 도적질,
지관 보며는 쇠 감추기,
좋은 망건 편자 끊고,
새 메투리는 앞총 타기,
다큰 큰애기 겁탈하고,
수절 과부 무함 잡기,
음녀 보면 칭찬하고,
열녀 보면 해담하기,
돈 세는 데 말 묻기와,
글 쓰는 데 옆 쑤시기,
옹기 진 놈 가래 뜨고,
사기 짐은 작대기 차기,
우는 애기는 발가락 빨리고,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새암 가에 허방을 놓고,
호박에다가 말뚝 박기,
곱사동이는 뒤집어놓고,
앉은뱅이는 태껸하기….


이런 게 놀부 심보라는 겁니다. 오늘 구약성경 본문인 잠언에 보니까, 성경에서도, 이런 짓은 제발 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거짓말로 이웃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잠언 25:18). 마음 상한 사람 앞에서 즐거운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했습니다(잠언 25:20). 거짓말을 해서 이웃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성경에서는 망치로 머리통을 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우리말에도 뒷통수 친다고 하지 않습니까? 성경에서는 한 걸음 더 나갑니다. 그런 사람을 보고 칼로 찌르는 사람이라고 했고, 그런 짓은 뾰족한 화살을 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또, 마음 상한 사람 앞에서 좋아라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두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것은 추운 날에 옷 벗기기이고, 상처 난 데 초 치기라는 겁니다. 추운 날에 옷을 주지는 못할망정 옷을 뺏어가는 심보, 상처 난 데 약은 못 발라줄망정 거기다가 초를 쳐서 쓰라리게 만드는 게 놀부 심보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는 보통, 나는 절대로 놀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도, 자기가 놀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에게 놀부 심보는 다 있습니다. 때로는 알면서도 놀부처럼 심통을 부리고, 때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놀부 노릇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쨌든 그건 우리 모두 스스로 반성해보도록 하고, 놀부 같은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조심해야 합니다.

놀부 심보라는 게 무엇입니까? 불안하게 앉아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힘들게 옹기 짐을 지고 가는 사람 다리 걸기…. 이런 것들을 요약해보자면,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하는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놀부 심보입니다.

불행을 당한 사람,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 사고를 당한 사람, 날 대부터 팔자가 드세서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고생을 해야 하는 사람…. 이런 이웃들을 힘들게 한다면 그게 바로 놀부라는 말입니다. 놀부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언제 그랬느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 그러면 힘든 사람 더 힘들게 만드는 놀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생각해 봅시다.

1. 우리가 놀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낭패 당한 사람들을 추궁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암에 걸렸다고 합시다. 만일 그 사람이 평소에 술을 많이 마시던 사람이라면 겉으로는 안 그래도, 속으로는, 그 사람, 그렇게 술을 퍼마시더니만 내 그럴 줄 알았지,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습니까? 여름에 성범죄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성 폭행을 당한 여성을 두고, 매일 그렇게 야하게 옷을 입고 밤늦게 싸돌아다닌다 했더니, 그래서 그런 일을 당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이 사업을 하다가 망했을 때도 우리는 그가 그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줄까 하고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그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를 따지고 싶어 합니다.

독일의 히틀러가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을 죽였는데, 그 일을 두고도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유대인들이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그렇게까지 당하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가난하게 살면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우리는 그들의 게으름만을 탓하려고 합니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 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 무거운 병에 걸리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사람, 자식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야 하는 부모…. 이런 사람들이 정말 누군가의 죄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문제에 대해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답하셨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당시에 갈릴리에서 수많은 사람이 학살을 당한 일이 있었고, 실로암의 탑이 무너져서 수십 명이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들을 보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일로 희생을 당한 사람들이 너희보다 죄가 많아서 그런 줄 아느냐? 아니라는 겁니다. 제자들이, 나면서부터 소경 된 사람들 두고 물었지요? 이 사람이 이렇게 된 것이 자기 죄 때문에 그렇습니까, 아니면 부모의 죄 때문에 그렇습니까? 이때도 예수님께서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려는 일을 그를 통하여 드러내시려고 하는 게 그 이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려는 일이 무엇입니까? 길 잃은 양은 찾아오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아픈 이와 함께 아파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높은 산은 낮아지고 골짜기는 메우는 것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 아닙니까? 힘들어 하는 사람, 불행해진 사람, 남이 겪지 않은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우리 옆에 있는 것은, 우리 보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도록 하시려는 것이, 불행이 이 세상에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행한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꿈에라도 그들의 잘못을 짚어보려고 하는 것은 엎어진 놈 뒤 꼭지 누르는 일입니다. 그게 바로 놀부 심보라는 말입니다.

2. 둘째, 놀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픈 사람, 무거운 짐에 짓눌려 사는 사람을 배려할 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입니다. 시각 장애인이 같이 앉아 있다고 할 때, 그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부스럭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에 상당히 예민합니다. 자리를 옮겨 앉을 때, 아무개가 이쪽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고 말로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아무개가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말을 해주어야 합니다.

청각 장애인이 같이 있다고 할 때, 그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옆 사람과 소곤대는 것에 민감합니다. 수화를 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한 입을 크게 벌리고 말을 하고, 행동도 손짓 발짓을 크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증 지체장애인이 함께 있을 때는 같이 등산을 가자고 한다든지, 등산 갔다 온 이야기를 한다든지 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그분들과 같이 걸을 때는, 굳이 도와주지는 않더라도 보조를 함께 맞추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것뿐만이 아닙니다. 남편과 이별한 사람 앞에서 자기 남편 이야기를 자꾸 한다든지, 홀아비를 앞에 두고 자기 마누라 이야기를 해댄다든지, 자식이 없어 허전한 사람들 앞에서 자식 자랑을 한다든지, 가진 게 별로 없어 알뜰살뜰 절약하며 사는 사람들 앞에서 백화점 세일 이야기를 화제에 올린다든지, 하루 세 끼 밥 먹고 살기도 바쁜 사람을 앞에 두고 암 보험이니, 생명보험이니, 노후 대책이니 하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든지…. 조금만 처지를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우리는 많이 하고 살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것들은 부자들이나, 사지가 건강한 사람들이나 가정이 화목한 사람들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비록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가난하게 산다고 하더라도, 남을 위해 배려할 일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상대가 못 가진 게 무엇인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는 말입니다.

■ 맺는 말씀

우리가 놀부 같은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두 가지를 말씀 드렸습니다. 첫째는 낭패를 당한 사람들을 추궁하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희생자들입니다. 우리가 잘 나서, 우리는 죄가 없어서 그런 기가 막힌 일을 겪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이만큼 잘 사는 것은 다 내가 노력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이라는 착각도 버리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로 말씀 드린 것은, 건강이나 돈이나 가족이나, 우리가 가진 것 중에 상대가 가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각별히 주의하자는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항상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나 말이 남의 상처에 초를 치듯, 다른 사람에게 쓰라림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아야겠습니다.

끝으로 인디언 중의 호피 족의 격언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소박하게 먹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다.

(에리코 로, 《아메리카 인디언의 지혜》)


같이 한 번 따라해 봅시다.

소박하게 먹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다.

■ 기도

은혜로우신 주님, 우리 주변에는 낭패를 당한 이들, 아픈 이들, 장애를 가진 이들, 가난한 이들, 삶을 힘겨워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된 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님을 저희가 확실히 깨닫게 해주십시오.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 때, 우리가 그들과 아픔을 나누게 해주시고, 매사에 조심하여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삼가게 해주십시오. 세상의 낮은 곳으로 오셔서 그들과 한 몸이 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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