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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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06-10-22 23: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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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요한복음서 8:1-11 
설교일 2006-10-22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본문 말씀

예수께서는 올리브 산으로 가셨다. 이른 아침에 예수께서 다시 성전에 가시니, 많은 백성이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예수께서 앉아서 그들을 가르치실 때에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간음을 하다가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워 놓고,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 이런 여자들을 돌로 쳐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그들이 이렇게 말한 것은, 예수를 시험하여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서,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다. 그들이 다그쳐 물으니, 예수께서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리고는 다시 몸을 굽혀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다.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이로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떠나가고, 마침내 예수만 남았다. 그 여자는 그대로 서 있었다. 예수께서 몸을 일으키시고,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 너를 정죄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느냐?” 여자가 대답하였다. “주님,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가서,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요한복음서 8:1-11)


■ 들어가는 말씀

오늘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여자’ 이야기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1. 간음

어느 날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당시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꼬투리만 잡히면 예수님을 잡아 죽이려고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 계시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들은 또 흉계를 꾸몄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계실 때, 갑자기 사람들이 한 무리 들이닥쳤습니다. 무리 맨 앞에는 초라하게 보이는 한 여자가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군중을 뚫고 예수님이 계신 곳으로 떠밀려 들어왔습니다. 잠시 후, 방금 나타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그는 겉으로 깍듯이 예의를 차리며, 악을 미워하여 분개하는 듯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 여자는 간음하다가 잡힌 여자입니다. 현장에서 저희들이 잡았습니다. 모세의 율법에는 이런 여자를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선생님, 어떻게 할까요?”

언제나 인정 많은 예수님이었습니다. 돌로 쳐 죽이라고 할 리가 없습니다. 만일, 돌로 쳐 죽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예수님을 두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고 욕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만일 예수님께서 이 여자를 살려주라고 하신다면? 그것은 모세의 율법을 어기는 일이 되기 때문에 잘만 하면 이 기회에 예수님을 탄핵해서 죽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눈을 들어 둘러선 사람들을 일일이 쳐다봅니다. 사람들은 마음속을 들킨 듯, 주춤거립니다. 여자는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었을 겁니다. 예수님은 다시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을 둘러보신 다음, 땅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예수님은 답답하다는 듯, 땅바닥에다가 뭔가를 쓰셨습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집니다. 여기저기서 야유하듯 예수님께 대답을 재촉했을 것입니다. 드디어 예수님께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신 다음,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둘러보신 다음, 천천히 입을 여셨습니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다시 주저앉아서 땅바닥에다가 뭔가를 쓰셨습니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 한 마디에, 둘러섰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자리를 뜨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살기등등하게 시끌거리던 곳에, 이제는 아무도 없습니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서 있는 여자와, 모래 위에 쭈그리고 앉은 예수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여자를 보고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내가 네 마음을 안다. 너를 정죄하던 사람들이 다 갔다. 나도 너보고 뭐라 하지 않겠다. 돌아가라.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2. 군중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예수님의 이 한 마디 말씀은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입을 일거에 막아버렸습니다. 이 말씀은 당시 율법학자들과 바리새인들의 입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들의 입도 모조리 틀어막아버립니다.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돌을 던져라!” 하시는데, 그 어느 누가 자신있게 나와서 돌을 들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 주변에 둘러섰던 사람들은 그래도 ‘염치’(廉恥)를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염치란 게 무엇입니까? 청렴할 염, 또는 깨끗할 염 자에, 부끄러울 치 자를 써서, 이게 깨끗한 일인지, 부끄러운 일인지 분간을 할 줄 안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여자 문제에 관한 한, 거기 서 있던 남자들은 어느 한 사람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고,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 물러갔겠지요.

우리가 누구를 욕할 일이 있다든지, 다른 사람을 정죄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반드시 한 번 짚어봐야 합니다. “내가 그 처지에 있을 때, 나는 깨끗할 수 있는가?” 요즘 친일청산 문제가 심심찮게 나옵니다만, “내가 만일 일제시대에 살았다면 나는 변절하지 않고 끝까지 깨끗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염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3. 여자

자, 그렇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완벽하게 깨끗하지 못하다, 따라서 그 누구도 그 여자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여자는 떳떳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얼마 전에 어느 당 중진 국회의원이 저녁 먹는 자리에서 신문사 여기자를 성추행한 일이 있었지요. 그 일로 시끄러워지니까, 국회에서 제명인지 무슨 권고안을 낸 것으로 압니다만, 그 안에 찬성한 사람이 반 정도밖에 안 됐었습니다. 그까짓 일, 누구든 범할 수 있는 잘못이야, 뭐 그 정도로 생각했겠지요. 글쎄, 그걸 보고 동료 국회의원들을 염치 있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한동안 잠잠하더니 그 국회의원이 요즘 다시 국회에 나와서 국정감사를 합디다.

남들이 나에게 돌을 못 던지니까, 나는 떳떳하다, 나는 죄가 없다! 그런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염치가 없는 것입니다. 남들이 돌을 못 던지는 것하고, 내가 떳떳한 것하고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만일 예수님 앞에 잡혀 왔던 여자가,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하는 것을 보고, ‘거 봐라!’ 하면서,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래도 과연 예수님께서 그를 용서해주셨겠습니까? 비록 사람들이 손을 들어 돌은 던지지 못했지만, 그 여자는 부끄러움을 알았습니다. ‘염치’ 있는 여자였습니다.

얼마 전에 도올 김용옥 선생이 TV에서 강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박정희는 누구인가?” 하는 주제였습니다. 박정희 하면 저는 기억할 거리가 참 많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구미가 그분 고향이잖습니까? 예전 선산초등학교 다닐 때, 그분이 한 번 뜨면 우리는 밤새워 태극기를 그려서 손에손에 그것을 흔들며 길거리에서 환영을 했었습니다. 저는 박정희 전기도 여러 번 읽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존경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이제 와서 고백입니다만, 저는 틈만 나면, 박정희 대통령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교과서마다 깔끔하게 이발을 한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이 맨 처음에 붙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습자지를 그 위에 얹어놓고 본을 뜹니다. 본을 다 뜬 다음에는 그 습자지를 흰 종이 위에 얹고 연필로 꼭꼭 눌러서 흰 종이에 자국을 냅니다. 다시 습자지를 떼어내고 흰 종이의 자국난 윤곽을 따라 연필로 그려나갑니다. 이렇게 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립니다. 몇 번 그렇게 연습을 하면 이제 습자지 없이도 얼굴 윤곽을 거의 흡사하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린 박정희 대통령 얼굴을 선생님께도 보여드리고 친구들에게도 보여주었을 때, 얼마나 많은 칭찬을 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청년이 돼서, 위대한 민족 지도자 박정희가, 친일파 박정희, 만주 군관학교 일본인 교수의 말대로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다운’ 다까끼 마사오였던 역사적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허탈했는지 모릅니다. 김용옥 박사 이야기가 그겁니다. 일제 말기에 대구사범학교를 나와서 잠깐 동안 황국신민을 양성해내는 데 앞장서다가, 다시 만주 군관학교에 가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며 일본 왕으로부터 상을 받고,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편입하여 완벽한 일본군 장교가 되었던 박정희였습니다.

그러다가 해방이 되었고, 당시 사회주의가 주류인 세상이 되니까, 남로당 간부로 변신합니다. 공산주의자가 된 것이지요. 그러다가 미 군정이 실권을 잡으니까, 남로당 간부로서 사형 언도까지 받았던 박정희가 어찌어찌해서 풀려나서 대한민국 장교가 됩니다. 일제시대에는 일본 편에, 사회주의가 주류이던 시절에는 공산주의 편에, 미 군정이 힘을 쓰던 시대에는 철저한 반공군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냈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박정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당시 우리가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우리는 그이보다 더 나은 처신을 할 수 있었겠는가? 저 역시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박정희는 그래도 염치가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그랬다고 하지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자기 잘못을 알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박정희가 죽고 30년이 다 돼 가는 지금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어떤 사람들이, 그래도 염치가 있었던 박정희를 염치 없는 인간으로 떠받들고 있습니다. 이건 염치 있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닙니다.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것이 그나마 박정희의 염치를 살려주는 길이에요.

■ 맺는 말씀

우리는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 죄에 대해서 사람들로부터 용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예수님으로부터도 용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용서를 받는다고 그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벌을 면하는 것뿐입니다. 용서 받았다고 떳떳할 수는 없다, 이 말입니다. 그것은 결코 떳떳하거나 자랑스러워할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입니다.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으로 아는 사람이 염치 있는 사람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최소한의 염치를 아는 저와 여러분이 되면 좋겠습니다.

1. 20121023 Na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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