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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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요한복음서 12:20-26 
설교일 2006-11-05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명절에 예배하러 올라온 사람들 가운데 그리스 사람이 몇 있었는데, 그들은 갈릴리 벳새다 출신 빌립에게로 가서 청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예수를 뵙고 싶습니다.” 빌립은 안드레에게로 가서 말하고, 안드레와 빌립은 예수께 그 말을 전하였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인자가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자기의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생에 이르도록 그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 나를 섬기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사람도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높여주실 것이다.”

(요한복음서 12:20-26)


■ 들어가는 말씀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겠다는 것인데, 속으로는 예수님께 붙어서 뭔가 덕 볼 것이 좀 없을까 찾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예수님께서 제자가 필요하실 때는, 찾아오는 사람들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친히 찾아가셔서 “나를 따르라!” 하고 부르셨다는 것입니다. 반면,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내치셨습니다.

■ 1.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

율법학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와서 말하였습니다. “선생님, 나는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이 때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네가 떡고물을 바라는 것 같은데, 아무리 나를 따라와 봐야 그런 것은 없다!’ 하는 뜻입니다.

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말하였습니다. “주님,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런 다음에 와서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것인데, 이때도 예수님께서는 잘라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나를 따라오너라. 죽은 사람의 장례는 죽은 사람들이 치르게 두어라.”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사람은 제자가 되기에 합당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사람이 말했습니다. “주님, 내가 주님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집안 식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계실 때, 한 번은 그리스 사람들이 예수님을 뵙기를 청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번에는 완전히 내치지는 않으셨지만, 대뜸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인자가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예수님께서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기 전에도 예수에 대한 소문은 많이 돌았을 것입니다. ‘능력이 많은 사람이라더라.’ ‘병도 잘 고치신다더라.’ ‘정권 실세들에게도 대놓고 호통을 치신다더라.’ 소문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한 다리 건널 때마다 뻥튀기가 되고 왜곡이 되니까, 아마도 별의 별 소문이 다 퍼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소문으로만 듣던 예수가 예루살렘에 왔다니까, 이거 뭔가 일을 내도 크게 낼 건가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겠지요. 그래서 보리밥 보고 파리 꼬이듯, 별 사람들이 다 몰려들었을 것입니다. 이번에 찾아온 그리스 사람들이 딱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예수님께서 그 뒤에 하신 말씀을 봐서는 이 사람들도 떡고물 얻으려고 찾아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자가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이 말씀은, 이제 일을 낼 때가 되기는 됐다, 이런 말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씀을 보면 이번에 찾아온 사람들에게도 번지수를 제대로 찾으라고 확인시켜 주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자기의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생에 이르도록 그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요한복음서 12:24-25). 나를 따라오려거든 죽을 각오를 하고 따라오라, 이런 말입니다.

■ 2. 하나님께서 사람을 쓰시는 법.

하나님께서 사람을 불러서 쓰시는 것을 보면 참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불러서 쓰십니다. 지위를 따지지 않습니다. 출신을 따지지 않습니다. 학력을 따지지 않습니다. 재력을 따지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세상에서 버림받은 ‘별 볼일 없는’ 사람까지도 불러서 쓰십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 나중에 반드시 큰일을 이룹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겉모습을 보시지 않고 중심을 보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인간이 지금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 그것이 아니라 앞으로 큰 재목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 그것을 보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밀을 추수하면 추수한 밀을 다 땅에다 심습니까? 아니지요. 대부분의 밀은 그냥 입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가운데서 선택된 밀이 ‘종자’(種字)가 됩니다. 그 밀이 땅에 떨어져서 죽은 듯 있다가 다시 밀을 내는 밀 포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 여러분들은 겉으로는 내세울 것이 없을지 모르지만, 종자가 되기에 합당한 ‘뼈대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거,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택함 받은 사람들만 죽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택한 사람들을 반드시 얼마 동안은 죽은 듯이 땅속에 처박아 둡니다. 이것은 거의 예외가 없습니다. 다만 방법은 조금씩 다릅니다. 훈련을 시키시는 기간 동안에 혹독한 시련을 주셔서 연단하시는 경우도 있고, 수십 년 동안 ‘그냥’ 처박아 두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그냥 푹 썩히는 것입니다. 모세가 그런 경우지요. 모세는 젊은 시절에 자기 민족을 위해 뭔가를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좌절을 맛보지 않았습니까? 그러고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나이 사십이 된 모세를 광야로 내몰아서 거기서 사십 년 동안이나 푹 썩히셨습니다. 무슨 특별한 훈련을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양 치는 목자로 살게 하셨습니다. 이 기간이 사 년도 아니고 무려 사십 년이었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속에서 푹 썩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나이 팔십에 다시 부름을 받아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일을 해내지 않았습니까?

■ 3. 주님의 제자가 되는 길

“자기의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생에 이르도록 그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요한복음서 12:25).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이 영생에 이른다, 그러니 자살이라도 해라, 그런 말이 아닙니다. 무모하게 목숨을 걸어라, 그런 말도 아닙니다. 한 알의 밀알이 돼서 푹푹 썩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오진’ 말씀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에 대해서 가장 핵심적인 말씀은 이것입니다. “나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너라”(누가복음서 9:23). 자기를 조금도 내세우지 말고, 오히려 자기를 부인하라는 것입니다. 교회든 직장이든 썩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이런 데서 이렇게 썩을 사람이 아니야.’ ‘내가 누군데, 이런 데서 이렇게 썩고 있어야 해?’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또는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들어서 쓰시고자 하시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푹푹 썩게 하십니다. ‘내가 지금 썩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드신다면 한 알의 밀알이 싹을 틔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무대에 올라 열연을 하고 관중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는 ‘배우’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죽었다!’ 생각하고, 박수가 없어도 묵묵히 제 구실을 다 하는 사람이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배우는 관중의 박수가 없으면 못 견딥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는 박수가 없어도 기쁘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아니 관중의 야유를 받아도 묵묵히 제 할 일을 잘 감당합니다.

자기를 부인하라는 말과 제 목숨을 아끼지 말라는 말은 결국 같은 말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길입니다. ‘내가’ 이렇게 수고하고 애를 쓰는데 왜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지? ‘내가’ 이렇게 해주었는데도 저 사람은 왜 고마운 줄도 몰라? ‘내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 왜 결과가 이것밖에 안 나오는 거야? ‘내가’ 전도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아직까지 결실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내가' 교회의 발전을 위해서 이렇게 기도했는데 우리 교회는 왜 아직까지 이 모양일까? 이런 생각이 든다면 아직 자기를 부인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직 십자가를 질 준비가 덜 된 상태입니다.

예수님은 철저하게 자기를 부인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제자가 될 사람들에게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를 것을 요구하십니다. ‘나’라는 존재는 조금도 남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오직 푹푹 썩고 있는 밀알처럼 말없이 주님의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현대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조급증의 사회’라는 것이지요. 지금은 조금도 기다릴 줄 모르는 시대입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누구에게 편지를 보내면 열흘이고 한 달이고 답장 오기를 말없이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떻습니까? 이메일에다 휴대전화에다 문자메시지에다 통신수단이 얼마나 다양한지, 내가 뭔가를 보내 놓았는데 아무 반응이 없이 1분만 지나도 조급해집니다. 무슨 일을 해놓고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초조해집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한 알의 밀알이 새로운 생명이 되어 싹을 틔우기까지는 하나님께서 정한 시간이 있습니다. 그 때까지는 푹푹 썩고 있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 맺는 말씀

제가 보기에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은 한 알의 밀알이 되기 위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때가 되면 열심히 예배에 참석합니다. 사람 수가 많든 적든 기쁘게 주님께 예배를 드립니다. 자기 당번이 되면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옆에서 아무도 박수를 쳐주지 않아도 걸레를 들고 예배당을 청소하는 분들입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교회학교 교사로서, 찬양 인도자로서, 차량 운전자로서, 모임 안내자로서, 반주자로서, 음식을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등 온갖 봉사자로서 여러분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공자께서도 말씀하셨지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으면 어찌 군자(君子)가 아니겠는가!” 공자는 예수님의 복음을 듣지 않고서도 이런 진리를 깨달았으니 참 위대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그냥 참고 원망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있는 상태이니 오히려 기뻐하고 즐거워하라는 것입니다.

기꺼이 자기를 부인하고, 땅속에서 푹푹 썩는 밀알이 됨으로써 삼십 배, 육십 배, 아니 천 배, 만 배, 천만 배의 결실을 맺게 될 것을 확신하는 여러분 위에, 놀라운 하늘의 은혜와 땅의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861 문제는 믿음입니다!
860 기쁨을 주는 기쁨
859 “너희 소원이 무엇이냐?”
858 반전(反轉)의 때
857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856 길은 멀고 짐은 무겁지만
855 매일 새로 태어나기
854 양을 찾아서
853 “여러분의 수고가 헛되지 않습니다!”
852 그대 모습 보여주오!
851 내 몸, 어떤 의사에게 보일 것인가?
850 양심을 깨끗하게 만드는 제물
849 기름 값
848 성공한 예언자 벤치마칭
847 두 아들과 아버지
846 왜 하나가 되어야 하는가?
845 삼일절에 생각하는 ‘나라 사랑’
844 머리로 알기 vs 몸으로 알기
843 힘쓰는 사람이 얻습니다!
842 그래도 내려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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