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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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07-11-04 1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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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디모데후서 4:19-22 
설교일 2007-11-04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브리스가와 아굴라와 오네시보로의 집에 문안해 주십시오. 에라스도는 고린도에 머물러 있고, 드로비모는 앓고 있으므로 밀레도에 남겨 두었습니다. 그대는 겨울이 되기 전에 서둘러 오십시오. 으불로와 부데와 리노와 글라우디아와 모든 신도가 그대에게 문안합니다. 주님께서 그대의 영과 함께 하시기를 빌며, 주님의 은혜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빕니다.

〈디모데후서 4:19-22〉


■ 들어가는 말씀

벌써 11월입니다. 이제 곧 겨울의 문턱에 들어설 것입니다.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입니다. 여름은 열매를 맺기 위해 장마와 뜨거운 햇볕을 견뎌야 하는 계절입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그러나 겨울은 자연의 움직임이 겉으로는 멈추는 계절입니다. 사람의 몸도 움츠려들고, 옆구리도 시린 계절입니다.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이, 활기참보다는 정체됨이, 밝음보다는 어두움이, 생기보다는 음산함이 우리를 감싸는 계절입니다.

사도 바울은 한평생 복음을 위해서 자기 온몸을 바쳤던 분입니다. 가문도 포기했습니다. 학벌도 버렸습니다. 부귀영화에도 미련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주님을 위하여 십자가의 길을 갔던 분입니다. 그런 바울이 지금 로마에서 자유도 잃고 감금된 채 인생의 말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동안 함께 일했던 측근들도 하나둘, 다 떠나고 없습니다. 이 시기에 바울은 자기 제자요 동역자인 디모데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서둘러 오십시오!”

오늘은 ‘겨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겨울을 겪게 됩니다. 겨울은 계절의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겨울도 있고, 신앙의 겨울도 있습니다. 저는 며칠 전에 충격적인 소식을 하나 들었습니다. 가까이 알고 지내던 어떤 분이 뇌출혈이 생겨서 몸의 반쪽에 마비가 왔습니다. 지금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직 나이가 40이 안 된 젊은 분입니다. 다행히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재활치료를 받으면 머지않아 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만, 이분은 지금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계절의 겨울이든, 인생의 겨울이든,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는 세 가지 기도를 드리면 좋겠습니다.

■ 겨울이 오기 전에 돌아가게 하소서!

중국 명나라에 왕용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결혼을 했는데, 아내가 몸이 안 좋았습니다. 생리도 불순하고 늘 시들시들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결혼한 지 일 년이 채 안 된 새색시를 집에 남겨두고 약초를 캐러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산으로 들어간 후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아내는 3년여 동안 남편을 기다리다가, 결국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재가를 했습니다. 새색시는 재가를 했지만, 재가한 후에는 아예 월경도 끊어지고 몸이 더 쇠약해져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중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때마침 이때 산에서 왕용이 돌아왔습니다. 왕용은 산에서 캐온 약재를 색시에게 주어 달여 먹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색시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뭐 합니까? 색시는 이미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된 처지. 왕용은 속절없이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색시를 떠나면서 글을 하나 써서 주었습니다. 거기에는 ‘장부당귀’(丈夫當歸)라는 말이 씌어 있었습니다. ‘마땅히 돌아올 사람은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아내에 대한 야속함이 서린 말이지요. 그 후 그가 캐온 약초에는 ‘당귀’라는 이름이 붙어서 오늘날까지 다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지금도 한방에서는 당귀를 귀한 약재로 씁니다. 피를 만들어 보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해서 부인과 질환에 빼놓지 않고 사용한답니다. 특히 여성들이 월경불순, 월경통, 산후 회복, 갱년기 장애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귀라는 약재가 자궁수축을 돕고 여성호르몬의 생성과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 왕용이라는 사람이 조금만 일찍 돌아왔더라도, 그렇게 가슴 아픈 이별은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왕용의 아내가 조금만 더 기다려주었더라도 이런 한 맺힐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합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돌아가야 합니다. 만일 부모님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린 일이 있다면, 겨울이 닥치기 전에, 부모님께 서둘러서 돌아가야 합니다. 남편에게, 아내에게, 원망 들을만한 일이 있다면, 그에게 겨울이 오기 전에 얼른 돌아가야 합니다. 형제자매에게 척진 일이 있다면 겨울이 오기 전에, 속히 그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 겨울이 오기 전에 찾아가게 하소서!

1950년대 우리나라가 전란을 겪던 시절, 어느 해 겨울에 한 미국인 선교사가 눈 덮인 시골길 다릿목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교각 아래쪽에서 웬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선교사가 내려가 보니 한 남루한 여인이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어 있었습니다. 그 품속에서는 갓난쟁이 여자아이가 살아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추위 속에서도 아이가 살아남은 것은 그 어머니가 자기 옷을 벗어 아이를 꼭꼭 감싸 안고 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선교사는 사람들을 불러 그 어머니를 묻어주고 아이는 거둬다가 자기가 길렀습니다. 아이가 열 살쯤 되어 철들기 시작할 무렵, 선교사는 한국 체재를 끝내고 귀국해야 할 처지가 되어 아이와 의논 끝에 함께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선교사는 먼 길을 떠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아이를 데리고 아이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 하직인사를 드리도록 했습니다. 그날도 날씨는 쌀쌀하기 그지없는데, 여자아이는 차가운 바람 속에, 한 겹 한 겹 제 옷을 모두 벗었습니다. 그리고 그 옷가지들로 제 어머니의 무덤을 쓰다듬듯 꼭꼭 싸 덮어주고 나서, 자신은 벌거벗은 몸으로 그 추위 속에 하염없이 서 있었습니다. ― 이청준, 《야윈 젖가슴》(마음산책, 2001), 34-35쪽.


추운 겨울,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잠깐 동안 벌거벗고 서 있다고 해서,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아시기야 하겠습니까? 그러나 이 아이가 그렇게 한 것은 자기를 살리려고 대신 돌아가신 어머니를 뼛속 깊이 새기기 위함이겠지요. 우리는 ‘부모가 나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나?’ 하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해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영아원에 가서 단 하루 동안만이라도 아기보기를 경험해보면 좋겠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꼭 부모님을 찾아뵙고 문안을 드리시기 바랍니다.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 무덤에 백 번 찾아간들, 무덤에 가서 추운 겨울날 옷을 벗고 하루 종일 서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제 친구들 가운데, 아직 40대 한창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것을 몇 명 보았습니다. 그 가운데는 예수님을 영접한 친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들이 죽기 전에 한 번 더 찾아가서 따뜻한 대화라도 나눌 걸, 예수님을 알지 못하던 친구에게는 예수님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해줄 걸…. 지금도 후회스러운 마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한 사람이라도 더 찾아갑시다.

■ 겨울이 오기 전에 감사하게 하소서!

몇 주 지나면 추수감사주일이 됩니다.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추수감사는 가인과 아벨의 제사(창세기 4:3-4)이지만, 오늘날 대부분 교회들이 지키는 추수감사절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의 전통입니다. 1620년 영국 청교도 102명이 박해를 피해 영국을 떠나 아메리카 대륙에 닿았습니다. 그해 겨울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러나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듬해 봄에 씨앗을 뿌려 가을에 곡식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청교도들은 자신들을 도운 인디언들을 초대해서 곡식과 채소와 과일 등을 놓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음식을 나눠먹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는 보통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킵니다.

요즘에는 우리의 고유 명절인 추석을 전후해서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교회도 있습니다만, 저는 11월에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고 봅니다. 감사 제사를 드리면서, 하나님께 감사도 해야 하지만, 청교도들의 전통을 따라 이웃에게 감사하는 일도 아름다운 일입니다. 또한 그 계절이 겨울이 오기 직전이니까, 거기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의미도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웃에게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다 함께 겨울을 훨씬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 맺는 말씀

저는 오늘, 겨울이 오기 전에 세 가지 기도를 드리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돌아가게 하소서! 하나님께로부터 떠나서 세상 가운데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겨울이 오기 전에 하나님께로 돌아오십시오. 부모, 형제, 아내, 남편의 사랑에서 떠나 있다면, 겨울이 오기 전에 그들의 사랑 가운데로 돌아가십시오.

▶겨울이 오기 전에 찾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위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것 같아도, 남모르게 외로워하며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그들을 찾아가서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 여러분의 방문 한 번이, 여러분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들의 겨울을 녹여줄 수 있습니다. 그들이 앓을 병을 미리 막아줄 수 있습니다 그들의 생명을 끊어지지 않게도 할 수 있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감사하게 하소서! 하나님 앞에 감사하는 사람은, 감사한 일이 끊임없이 생깁니다. 사람에게 감사하는 사람은 축복에 축복을 더하며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기도드릴 때마다, 내가 무엇을 감사해야 할지 생각하십시오.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저 사람에게 무엇을 감사해야 할지 생각하십시오. 불평할 일, 못 마땅한 일을 생각하면 인생이 고달파지지만, 감사할 일을 생각하면 인생이 즐거워집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돌아가게 하소서! ▶겨울이 되기 전에 찾아가게 하소서! ▶겨울이 되기 전에 감사하게 하소서! 이 세 가지의 기도 가운데 주님의 놀라운 은혜와 평강이 여러분 위에 넘치게 되기를 바랍니다.
862 낮에 출몰하는 귀신
861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860 문제는 믿음입니다!
859 기쁨을 주는 기쁨
858 “너희 소원이 무엇이냐?”
857 반전(反轉)의 때
856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855 길은 멀고 짐은 무겁지만
854 매일 새로 태어나기
853 양을 찾아서
852 “여러분의 수고가 헛되지 않습니다!”
851 그대 모습 보여주오!
850 내 몸, 어떤 의사에게 보일 것인가?
849 양심을 깨끗하게 만드는 제물
848 기름 값
847 성공한 예언자 벤치마칭
846 두 아들과 아버지
845 왜 하나가 되어야 하는가?
844 삼일절에 생각하는 ‘나라 사랑’
843 머리로 알기 vs 몸으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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