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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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시편 103:1-5 
설교일 2006-12-31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송구영신 
[2006.12.31 23:30 새해맞이 예배]

■ 성서 본문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마음을 다하여 그 거룩하신 이름을 찬송하여라.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주님이 베푸신 모든 은혜를 잊지 말아라.
주님은 너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는 분,
모든 병을 고쳐 주시는 분,
생명을 파멸에서 속량해 주시는 분,
사랑과 자비로 단장하여 주시는 분,
평생을 좋은 것으로 흡족히 채워 주시는 분,
네 젊음을 독수리처럼
늘 새롭게 해 주시는 분이시다.

(시편 103:1-5)


■ 들어가는 말씀

얼룩진 보자기의
네 귀를 접듯
눈물과 뉘우침의 한 해를 챙긴다.
과오는 사람이므로
누구나 범할 수 있지만
새벽의
쓰디쓴 참회의 눈물은
누구나 맛볼 수 없다.
순결이여,
얼룩진 자리마다
깨끗하게 씻어내는
새로운 정신의 희열이여,
참으로 뉘우침으로
인간은 인간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그 정신의 안쪽에 열리는
생기찬 과일로써
오늘의 신성한
여명을 맞이한다.

박목월, 《크고 부드러운 손》(민예원, 2000), 88쪽.


박목월의 시 〈얼룩진 보자기의 네 귀를 접는〉 중 일부입니다. “과오는 사람이므로 누구나 범할 수 있지만 새벽의 쓰디쓴 참회의 눈물은 누구나 맛볼 수 없다.” 이 대목이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 밤입니다. 한 해를 돌이켜보며 참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우리는, 비록 과오는 있지만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참회할 수 있다는 것은 거꾸로 감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참회의 자리마저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갈 곳이 없습니다. 참회함으로써 새사람이 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길을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참회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하나님께서는 그런 우리에게 분에 넘치는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시편 103편에 보면 참으로 많은 은혜가 열거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몇 가지만 뽑아서 한 번 짚어 보겠습니다.

■ 1. 용서 받은 은혜

‘용서’라고 할 때 우리는 죄 지은 것만 가지고 보통 이야기를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파렴치한 죄를 짓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살인이나 도둑질이나 간음이나, 뭐 그런 죄를 지었다면 당연히 참회하고 용서를 받아야 하겠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주로 짓는 죄는 시행착오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것도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맡아서 하나님의 뜻대로가 아니라 내 편의에 따라서 했다면 그것도 상당히 무거운 죄에 속합니다.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지요.

파렴치한 죄든, 선의의 시행착오든, 나의 이기심에서 불거진 죄든, 안 짓는 것이 최선이지만, 죄를 지었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난 어느 기업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100퍼센트 실패하는 일이라도 그 일을 해본 사람은 경험이 남는다. 나는 이 차이를 50대 0으로 본다.” 윤필교, 《내 인생의 퍼즐 한 조각》(도서출판 가이드포스트, 2004), 33쪽.

무엇인가를 해보고 실패하는 것이, 아예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50배는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잠언 14장 4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지만, 소가 힘을 쓰면 소출이 많아진다.” 실패할까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주인에게 달란트를 받아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혼쭐이 난 사람과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사람을 일컬어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책망하셨습니다. 달란트를 받았으면 써야 합니다. 쓰다가 실패하는 것은 용서 받을 수 있지만, 처음부터 땅에 묻어두는 것은 용서 받기 어려운 죄입니다.

선의의 시행착오야 당연히 그렇지만, 다른 죄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죄를 짓고 그것으로 끝나면 파멸할 수밖에 없지만, 어차피 죄를 지었으면 그것을 좋은 경험으로 삼아야 합니다. 죄를 경험으로 살리는 사람은 발전하는 사람입니다. 그 죄가 인생에서 손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죄를 경험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 불행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어떤 죄도 다 용서하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일단 주님께 사죄를 드리고, 그 실패가 좋은 경험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됩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죄를 지었다면, 하나님께서는 그것도 용서하실 터이니, 일단 하나님 앞으로 나가서 아뢰고 용서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께서는 그 부끄러운 죄마저 우리 인생의 거름으로 삼아 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 2.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신 은혜

고대 그리스의 스토바이오스 격언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에 괴로워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들로 즐거워하는 사람이 현명하다.” 탈레스 외(김인곤 외 역),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선집》(아카넷, 2005), 617쪽.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찾아 괴로워하는 사람은 미련한 사람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감사하고 그것을 기뻐하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다른 건 그래도 괜찮은데, 돈이 너무 없어.’ 이것은 돈 없는 것만 빼면 나머지는 다 좋다는 말입니다. 감사할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지요. 또 그러지요. ‘건강만 괜찮으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몸이 아픈 것만 빼면 나머지는 다 감사할 제목이라는 것 아닙니까? 또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우리 아무개(아이)가 공부만 잘한다면 내가 매일 업고 다닐 텐데….’ 사실 이것도 행복한 고민입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나는 참 지지리도 복이 없다’ 하지만, 자세히 따지고 보면 큰 걱정거리는 한 가지입니다. 많아야 두 가지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다 감사할 일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 수많은 감사할 것들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조금 불편한 것을 ‘복 없는’ 것으로 간주해버리고 하나님을 원망합니다. 이 세상에 감사할 거리가 걱정거리보다 적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감사할 일을 찾는 사람에게는 감사할 일이 자꾸 생기지만, 걱정거리로 한탄하는 사람에게는 걱정거리가 날이 갈수록 더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걱정거리조차 감사한 일로 바뀌게 되지만,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감사할 일조차도 언젠가는 걱정거리로 떠오르게 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좋은 것을 참 많이 채워주셨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한다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좋은 것으로, 더 많이 채워주실 것입니다.

■ 3. 젊음을 주시는 분

화담 서경덕 선생께서 이런 시조를 남겼습니다. “마음아 너는 어이 늘 그렇게 젊었느냐 내 늙을 적이면 너는 아니 늙을쏘냐 아마도 너 쫓아 다니다가 남의 웃음 될 뻔하여라.” 신연우, 《가려 뽑은 우리 시조》(현암사, 2004), 134쪽. 화담 선생께서 이런 시조를 쓰신 취지는 몸과 마음이 같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은 40대인데 마음은 청춘이라면 남의 웃음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좋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은 세상의 시간을 살지만, 우리는 세상 시간과 하나님의 시간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을 초월하는 시간입니다.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니라 ‘카이로스’의 시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늘 시편 본문에도 그랬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우리의 젊음을 “독수리처럼 늘 새롭게 해 주시는” 분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젊음’의 특징은 ‘도전정신’이라고 합니다.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도전정신’이 있다면 젊은이에 해당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참 행복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젊음을 독수리처럼 늘 새롭게 해주시니 행복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기 위하여 늘 도전해야 하니 그것도 행복합니다. 지난 일 년을 돌이켜볼 때 우리 교회에는 도전정신을 안 가진 분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 맺는 말씀

이제 말씀을 맺으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언 한 마디를 더 인용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영혼 속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영혼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에 빠지고 만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김철곤 역), 《아우렐리우스 명상록》(민중출판사, 2005), 31쪽.

다른 사람의 영혼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거 몰라도 불행해지지 않습니다. 내 영혼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슨 문제가 생기고 있는지, 그것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시시때때로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불행에 빠지지 않습니다.

남이 잘못해서 우리나라가, 또는 우리 사회가, 우리 교회가 잘못돼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걱정할 것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냥 버려두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르게 살고 있는지, 내가 바르게 하고 있는지, 그것만 염려하면 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용서의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온갖 좋은 것으로 많이 많이 채워주셨습니다. ▶우리의 젊음을 독수리처럼 늘 새롭게 해주셨습니다. 남이 어떤 은혜를 받았는지, 남의 영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피기 전에, 내가 어떤 은혜를 받았는지, 내 영혼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먼저 살펴서, 하나님께서 남에게 주시는 은혜를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어떤 은혜를 주셨는지 먼저 감사해야겠습니다.

저와 여러분, 그리고 우리 교회에 속한 모든 가정들 위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은혜와 축복이 2007년 내내 풍성하고 가득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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