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성서본문 신명기 8:11-20 
설교일 2011-08-07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사용처 1. 20210808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 성서 본문

“오늘 내가 당신들에게 전하여 주는 주님의 명령과 법도와 규례를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하고,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잊지 않도록 하십시오. 당신들이 배불리 먹으며, 좋은 집을 짓고 거기에서 살지라도, 또 당신들의 소와 양이 번성하고, 은과 금이 많아져서 당신들의 재산이 늘어날지라도, 혹시라도 교만한 마음이 생겨서, 당신들을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내신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주님께서는 넓고 황량한 광야 곧 불뱀과 전갈이 우글거리는 광야와 물이 없는 사막에서 당신들을 인도하여 주시고, 차돌 바위에서 샘물이 나게 하신 분이십니다. 광야에서는 당신들의 조상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당신들에게 먹이셨습니다. 이것이 다 당신들을 단련시키고 시험하셔서, 나중에 당신들이 잘 되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당신들이 마음 속으로 ‘이 재물은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모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의 조상에게 맹세하신 그 언약을 이루시려고 오늘 이렇게 재산을 모으도록 당신들에게 힘을 주셨음을, 당신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오늘 당신들에게 다짐합니다. 당신들이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참으로 잊어버리고, 다른 신들을 따라가서 그들을 섬기며 절한다면, 당신들은 반드시 멸망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주 당신들의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않으면, 주님께서는, 당신들 앞에서 멸망시킨 민족들과 똑같이, 당신들도 망하게 하실 것입니다.”

<신명기 8:11-20>


■ 들어가는 이야기

삼복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이 8월 7일인데, 8월 중순만 되면 바닷물이 차갑게 느껴져서 쉽게 들어가지 못하니까, 이제 한여름은 지나가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무더위 가운데서 지난 한 주간 동안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기쁜 안식의 날, 주님 앞에 모인 이 시간에, 주님의 위로하심과 성령님의 힘주심이 저와 여러분에게 풍성히 임하게 되기를 축원합니다. 8월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8월 둘째 주일은 평화통일 주일이고, 셋째 주일은 우리 교회 창립 기념주일입니다. 또한 8월 15일은 해방 기념일이고 29일은 나라를 빼앗긴 국치일입니다.

■ 잊어버림에 대하여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편해지는 것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뭘 자꾸 잊어버리는 ‘건망증’에 대해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건망증 자체가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잊어버려도 괜찮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손택수 시인이 이런 시를 썼습니다. “다람쥐의 건망증은 참으로 위대하다 / 다람쥐가 땅속에 묻어놓고 잊어버린 / 도토리들이 자라서 상수리나무가 되었다면 / 상수리나무가 이룬 숲과 / 숲이 불러들인 새울움 소리, / 모두가 다 다람쥐의 건망증 덕분이 아닌가.” ― 손택수, 「다람쥐야, 쳇바퀴를 돌려라」 중. 손택수, ≪호랑이 발자국≫(창작과비평사, 2003), 74쪽. 내가 뭔가를 잊어버렸을 때, 그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박지성 선수가 어렸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친구가 늘 불만인 게 뭐냐 하면, 다른 친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쁜 짓을 해도 안 걸리는데, 자기는 어쩌다 한번 군것질만 해도 선생님한테 걸린다는 겁니다. 어느 날 불량식품을 사먹다가 선생님께 들켰습니다. 선생님이 벌을 세웠습니다. 물구나무를 서 있게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선생님이 벌을 세워놓고는 깜빡 잊어버리고 저녁에 술을 마시러 가버린 겁니다. 박지성 선수가 어떻게 했겠어요? 웬만하면 아무도 안 볼 때는 대충 편하게 있다가 선생님이 오시는 기척이 나면 다시 벌을 서는 척 할 것 같은데, 이 친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술을 마시던 선생님이 늦게야 박지성 벌 세워둔 것을 기억하고 교실로 와봤습니다. 그랬더니 그때까지도 물구나무를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중간에 꾀를 부렸는지 어떻게 아느냐 하실지 모르지만, 본인 얘기가, 그렇지 않았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참 미련한 친구입니다. ― 박지성,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중앙북스(주), 2010), 169쪽. 아이 벌 세워놓은 것을 잊어버리고 자리를 뜬 것은 선생님의 잘못이지만, 결과를 놓고 본다면 그것으로 인해서 박지성 선수의 오기와 뚝심이 더 커진 것이기도 하니까, 잊어버리는 것이 꼭 나쁜 결과를 낳기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잊어버려야 할 것

잊어버려도 그만, 인 잊어버려도 그만인 일들도 많지만, 우리 삶에는 반드시 잊어버려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뭘 잊어버려야 합니까? 아메리카 인디언 족 가운데 체로키 족 사람들은 이런 격언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를 잊고, 마음에서 화를 지우라. 아무리 강한 인간도 그런 무거운 짐을 견뎌 낼 수는 없으니. ― 체로키 족의 격언. 에리코 로(김난주 역), ≪아메리카 인디언의 지혜≫(주식회사열린책들, 2004), 111쪽. 마음에 화를 쌓아두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것이다, 그런 말입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견뎌내기 어려운 짐, 그것을 우리가 왜 지고 살아야 합니까? 잊어버려야 합니다. 마음의 짐은 무조건 내려놓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짐이 무엇인지, 그것은 나중에 생각해도 됩니다. 마음속에 화가 있다면 일단 잊어버리고 볼 일입니다. 따지는 것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금붕어가 뭐든지 금방 잊어버린다고 하지요? 금붕어는 그 조그마한 어항 속에서도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금붕어가 그것을 견딜 수 있는 것은 기억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금붕어는, 장식용의 수중 식물을 발견하면 그것에 경탄을 하고 이내 잊어버린답니다. 그런 다음 유리벽에 닿을 때까지 헤엄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똑같은 수중 식물을 보고 다시 경탄합니다. 그러니까 금붕어의 기억력이 약한 것은 미치지 않기 위한 생존 전략일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이세욱 역), ≪뇌(하)≫(주식회사 열린책들, 2005), 541쪽. 사람도 그런 것 같습니다. 괴로운 현실을 더 붙잡고 있을 수 없을 때, 우리 몸은 그 괴로움과의 접촉을 끊어버립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지요. 머리의 가는 동맥이 터져서 피가 뇌를 압박하면 그 통증이 얼마나 심하겠어요? 그 아픔을 잊기 위해서 몸은 졸도합니다. 그런 경우, 우리가 볼 때는 환자가 참 안됐지만,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몸을 살아남게 하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신이상 현상이 오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 서정인, ≪모구실≫((주)현대문학, 2005), 313쪽. 하나님께서 그렇게 창조해 놓으신 것이겠지요. 화가 난다는 게 우리 마음에 불이 일어나는 것인데,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합니까? 불이 활활 타게 놓아두고 누가 불을 냈는지, 왜 불이 났는지 그것부터 찾는 사람은 없지요. 일단 불을 끄고 봐야 하는 겁니다. 원인은 나중에 밝혀내도 늦지 않습니다. 먼저 불을 꺼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집니다.

■ 잊지 말아야 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세는 백성들에게 누누이 당부합니다. ‘여러분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을요?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고, 하나님이 광야에서 어떻게 백성들을 보살펴주셨는지 그것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픈 역사를 잊지 말라는 이야기지요. 오늘이 8월 첫째 주일인데, ‘8월’ 하면 우리 민족에게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역사가 있습니다. 1910년 8월 29일은 일본에게 나라를 잃은 날입니다. 이른바 ‘경술국치’(庚戌國恥)라고 하지요. 그리고 1945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해방이 된 날입니다. 이날을 가리켜서 광복절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좋습니다. 빛을 다시 찾았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이 일을 자꾸 ‘독립’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천안에 가면 독립기념관도 있지요. 그게 왜 독립기념관이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민족은 반만 년 동안 독립해서 우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살아왔습니다. 1945년 8월 15일에 독립한 게 아니라 이미 독립국가로 수천 년을 살아왔지요. 일시적으로 일본에게 잠깐 주권을 빼앗겼던 것인데, 그런데 왜 그날이 독립기념일이 되어야 합니까? 아마도 그건 미국이 독립기념일을 지키기 때문에 그걸 모방한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은 1776년 7월 4일 ‘독립’한 게 맞지만 우리는 원래 독립민족입니다. 그러니까 1945년 8월 15일이 우리에게는 독립기념일이 아니라 해방 기념일이고 광복일입니다. 어쨌든 이 날은 영원토록 잊지 말아야 할 날입니다.

요즘 일본이 독도 문제를 가지고 자꾸 긁고 있지요. 얼마 전에는 일본 국회의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울릉도엘 가겠다느니, 독도를 보겠다느니, 하면서 하루 종일 죽치다 갔는데, 이런 일련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느냐, 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건 독도 문제가 아닙니다. ‘독도는 우리 땅!’ 하면서 아무리 외치고 다녀도 그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겁니다. 일본사람들이 아직까지 우리나라를 물렁하게 보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우리가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일반역자들 가운데서 공식적으로 처벌 받은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니, 친일파의 후예들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각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에 일본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만행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친일파들이 앞잡이 노릇을 했기 때문인데, 그걸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들을 처벌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그랬지요.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긴다.” 맞습니다. 그러나 원수가 분탕질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한 내부자, 곧 반역자는 금강석에 새겨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똑 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 국민이 일본의 침략과 친일파의 악행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면 어찌 감히 독도 문제 같은 것을 가지고 신경 쓰이게 할 수 있겠습니까? 대마도라도 줄 테니 제발 이제 그만하고 잊어달라고 해야 할 판일 텐데요.

■ 맺는 이야기

오늘 제가 드린 말씀의 결론은 이겁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잊어버려도 되고 안 잊어버려도 되는 일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그냥 순리에 맡기면 됩니다. 그리고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나를 화나게 하는 일들, 또는 나를 화나게 만드는 사람들, 그런 것들은 가능한 한 빨리 잊어야 합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화를 제거하되 어딘가에는 반드시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나나 우리, 곧 개인이나 공동체의 화를 돋우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잊어야 할 것은 얼른 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끝까지 잊지 않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그래서 우리가 다시는 아픈 역사를 되풀이해서 겪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002 그리스도인의 기본요건(1) - 기도
1001 사랑의 키워드
1000 기쁨 공장
999 세 가지 기쁨
998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997 평화 만들기, 세 가지 방법
996 기쁨이 넘치는 도시
995 평화와 밥
994 마음의 피부, 인내
993 정결한 예물, 친절
992 잊을 것과 기억할 것
991 복을 베푸는 사람, 선한 사람
» 잊어야 할 것, 잊지 말아야 할 것
989 신실한 사람
988 온유한 사람이란?
987 생명을 지켜주는 열매, 절제
986 멋쟁이 예수님
985 교회가 번성하려면
984 잘되는 집안, 세 가지 요건
983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