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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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2-12-25 13: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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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누가복음서 2:8-12 
설교일 2012-12-25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성탄절 

■ 성서 본문

그 지역에서 목자들이 밤에 들에서 지내며 그들의 양 떼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주님의 한 천사가 그들에게 나타나고, 주님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니,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여 준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에게 구주가 나셨으니, 그는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너희는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다.”

<누가복음서 2:8-12>


■ 들어가는 이야기

참 기쁜 날입니다. 우리 같이 평범한 집에 아기가 태어나도 큰 경사인데, 오늘은 우리의 구세주, 메시아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날이니 그 기쁨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이 기쁜 날 주님 탄생을 축하하며 감사하기 위해 모인 여러분 위에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가 넘치도록 함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장미십자회

옛날 독일에 ‘장미십자회’(薔薇十字會, Rosenkreuzer)라는 비밀결사대가 있었습니다. 상당히 신비주의적인 성향의 조직이었다고 하는데요, 이 모임은 로젠크로이츠(Rosenkreuz)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람은 1378년 독일에서 태어났고 의사이자 신비주의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수도원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열여섯 살 때 수도원을 나와서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도 했고, 아랍지역과 유럽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지식을 습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장미십자회는 병든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것이 중요한 임무였는데, 17세기에 와서는 독일에서 유행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갔습니다. 이 사람들의 잠언을 보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측정할 수 없음을 말로 측정하지 말라!” “밑이 없는 심연에 줄을 늘어뜨리지 말라!” 얼핏 들으면 밑도 끝도 없는 말들이지요. 어떻게 보면 칸트의 사상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란 없다. 모든 지식은 우리의 직관으로 받아들여서 해석한 것일 뿐이다.’

■ 멈추어버린 시계

어쨌든 복잡하게 생각하실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그 사람들의 생각에서,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만 얻으면 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프랑스 사람이 자기 책에서 장미십자회의 잠언을 현대식으로 풀어서 해놓은 말이 있는데, 거기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시간을 알고 싶거든 시계를 보기 전에, 먼저 시간을 짐작해 보라. 전화벨이 울리거든 전화기를 들기 전에, 먼저 전화한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 보라.” ― 베르나르 베르베르(이세욱 임호경 역),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주식회사 열린책들, 2011), 541쪽. 여러분은 이런 습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 말을 들어서가 아니라 벌써 오래 전부터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주일날 배터리가 다 돼서 제 시계가 멈춰버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새벽 2:50인 겁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 다시 봤더니 초침이 멈추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시계를 보기 전에 ‘아마 지금은 몇 시쯤일 거야’ 먼저 짐작을 하고 시계를 보면 대개 잘 맞습니다. 전화가 올 때도 그렇습니다. 발신번호를 보기 전에 먼저 짐작을 해보지요. ‘이 신호는 그 아무개의 전화일 거야!’ 하고 전화기를 보면 짐작이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 들녘의 목자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현대인들은 감각이 너무 무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말로, 무디어져도 ‘너~무’ 무디어져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생들이 많아서 어떤 때는 오후반 수업을 하다가 어떤 때는 오전반 수업을 하고 그랬습니다. 오후반에서 오전반으로 바뀌는 날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얘들아, 내일부터 오전반이니까 아침에 일찍 와!” 그래서 제가 여쭈었지요. “몇 시까지 오면 되나요?” 그랬더니 선생님 말씀은 이랬습니다. “아침 먹고 바로 오면 돼!” 저는 그때 처음으로 황당함을 느꼈습니다. 요즘 아이들 같으면 “헐!” 했을 겁니다. 재차 질문을 했지요. 그러나 선생님의 답변은 똑 같았습니다. “아침 먹고 바로 오면 된다니까!” 당시 우리 집에는 시계가 있었지만, 우리 동네에 시계 없는 집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시계가 없을 때도 다 잘 살았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시계가 없으면 한 순간도 편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그렇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그걸 5~6년 사용하다 보니까 완전히 길치가 되어버렸어요. 예전에는 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이든 대구든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놓고 어디든 다닐 수 있었는데, 요즘은 어딜 가더라도 내비게이션 없으면 불편합니다. 바보가 다 된 것이지요. 옛날 어른들은 동네사람들 생일날이나 제삿날을 깨알같이 다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보지 않고도 옛날이야기 보따리를 수십 개씩은 풀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컴퓨터나 휴대폰 열어보지 않으면 식구들 생일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감각이 그만큼 무디어졌다는 것이지요. 기억력도 퇴화, 감각도 퇴화…, 아주 멍청이가 되어버렸습니다.

■ 맺는 이야기

옛날 사람들은 감각이 예민해서, 자연의 징조나 땅의 징조나 기후의 변화를 보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먼 산의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고도 세상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2천 년 전 어느 날 한밤중에 베들레헴 들녘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도 평소에 느끼지 못한 낌새를 알아차렸습니다. ‘한 갓난아기가 태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에 보면 하늘의 음성이 들리고 천사들이 등장합니다. 꼭 동화 같지요? 당시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써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게 허구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무디어질 대로 무디어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지만 영이 깨끗하고 맑았던 당시 목자들은 실제로 뭔가 매우 충격적인 계시를 받았을 것입니다. 동방의 박사들이 그 먼 길을 달려온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현대에 사는 우리는 어떻습니까? 도무지 영적 감각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슨 지시를 하시는지, 예수님께서 내 귀에 어떤 말씀을 담아주시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삽니다. 이번 성탄절을 맞이하여 저와 여러분의 영이 깨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기계에 의존하지 말고 기억력과 감각을 훈련해야 합니다. 시계를 보지 않고도 시간을 짐작할 수 있는 능력, 발신번호를 보지 않고도 상대를 파악하는 능력, 우선 이런 것부터 훈련하면 거의 점쟁이 수준으로 감각이 발달합니다. 우리가 심연을 경험하면서 기도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영감(靈感)이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해서, 더욱 가깝게 예수님과 교통할 수 있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기원합니다.

963 능력을 입을 때까지
962 "머물러 있어라!"
961 "능력을 입기까지"
960 “머물러 있어라!”
959 다르게 크는 아이들
958 베들레헴의 작은 길
957 방은 없었지만…
956 "그 때에 마리아는…"
955 하나님께 영광 사람에게 평화
954 아기야, 칼이 되어라!
953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952 예수님처럼
951 사랑 받는 사람이 되려면
950 "나는 못났으니까!"
» 목자들의 감각
948 하나님의 영광, 사람의 평화
947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946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945 성공한 예언자 벤치마칭
944 벼랑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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