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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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1-08-14 14: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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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가복음서 6:30-34 
설교일 2011-08-14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기념주일 

■ 성서 본문

사도들이 예수께로 몰려와서,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일을 다 그에게 보고하였다. 그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와서, 좀 쉬어라.” 거기에는 오고가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를 타고, 따로 외딴 곳으로 떠나갔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것을 보고, 그들인 줄 알고, 여러 마을에서 발걸음을 재촉하여 그 곳으로 함께 달려가서, 그들보다 먼저 그 곳에 이르렀다. 예수께서 배에서 내려서 큰 무리를 보시고, 그들이 마치 목자 없는 양과 같으므로, 그들을 불쌍히 여기셨다. 그래서 그들에게 여러 가지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마가복음서 6:30-34>


■ 들어가는 이야기

내일이 광복절입니다. 해방의 절기를 맞이하여, 혹시 여러분이 어딘가에 묶여 있는 데가 있다면 그 속박의 끈들이 다 술술 풀어지기를 바라고, 주님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시게 되기를 축원합니다. 광복절에 즈음한 8월 둘째 주일을 우리는 평화통일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남북의 교회가 해마다 공동기도문을 만들어서 평화통일주일에 함께 기도하고 있는데, 이는 남쪽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북쪽의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 합의해서 198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평화’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며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 평화를 위해 오신 예수님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실 때에,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만, 그 가운데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서민들이 예수님을 반겼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시던 날 밤, 메시아가 오셨다는 소식이 들에서 양을 치고 있던 목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러자 들판에서는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성경에 보니까 갑자기 하늘 군대가 나타나서 하나님을 찬양했다고 되어 있는데, 아마도 이것은 기쁨에 겨워서, 벅찬 마음으로 목자들이 함께 노래를 불렀던 것을 시적(詩的)으로 표현한 말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날 들판에서 울려퍼진 노래의 가사는 이랬습니다. “더없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누가복음서 2:14).

이 노래는 예수님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시그널이었습니다. 예수님 시대의 열쇠 말 곧 키워드는 ‘평화’라는 것을 알리는 노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평화를 위해서라는 얘기가 됩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특히 서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환영을 받으신 일이 일생에 두 번 있었는데, 그 첫 번째가 태어나실 때이고, 두 번째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였습니다. 누가복음서에 보니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실 때 사람들은 겉옷을 벗어서 길에 깔고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흔들면서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고 되어 있습니다. “복되시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임금님! 하늘에는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는 영광!”(누가복음서 19:38). 역시 평화의 노래였습니다. 처음 환영 때도 사람들은 예수님을 맞이하면서 평화의 노래를 불렀고, 두 번째 환영 때도 사람들은 평화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통해서 평화를 얻기 원했다는 뜻일 것입니다.

■ 밥, 평화, 휴식

예수님의 생애에 있어서, 탄생과 죽음―예루살렘 입성으로부터 시작되는―과 더불어 또 하나의 전기(轉機) 곧 전환점이 부활인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가장 처음으로 하신 말씀도 평화의 인사였습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이런 것을 보면 ‘평화’야말로 예수님의 삶의 알파와 오메가 곧 처음과 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평소에도 늘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시려고 애를 쓰셨습니다. 오늘 복음서 본문에 나오는 이야기를 봐도 그렇습니다.

마가복음서 6:30-44의 이야기에서 예수님께서는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앞부분은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셨다는 이야기이고 뒷부분은 군중들에게 평화를 주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와서, 좀 쉬어라.” 쉴 수 없다는 것은 평화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왜 평화롭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그들이 너무나 바빠서 밥 먹을 겨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좀 쉴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평화롭다는 것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뒷부분에 보면 예수님께서 군중들에게 음식을 먹게 한 내용이 나옵니다. 성경에 보니까 그때 모인 사람들이 성인남자만도 5천 명쯤이라고 되어 있는데, 어마어마한 숫자지요. 어떤 방법을 쓰셨는지는 모르지만 예수님은 그 많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도록 조치하셨습니다. 함께 먹는 곳에 평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 할 때 ‘화’(和) 자를 보면 벼 화(禾) 자 옆에 입 구(口) 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건 밥을 함께 먹을 수 있어야 평화라는 것이지요. 공평하게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거기서 평화가 생깁니다. 그리고 평화로울 수 있어야 휴식을 할 수 있습니다.

■ 남과 북의 평화

남과 북이 분단된 것이 1945년이니까 우리는 벌써 66년간이나 서로 갈라져서 대치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휴식’이 없었습니다. ‘휴식’이 아니라 ‘휴전’상태로 지금껏 살아오고 있습니다. ‘휴전’(休戰)이란 말에 ‘휴’(休) 자가 들어 있다고 그게 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남이든 북이든 두 다리 뻗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은 ‘휴식’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거 빨리 풀어야 합니다. 어떻게 풉니까? 예수님께서 주신 방책을 쓰면 됩니다. 밥을 함께 나누는 것이지요.

북녘에 굶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까 남쪽의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빨리 개방해서 머리 숙이고 나와, 그러면 먹을 것 줄게!” 66년간을 자존심 하나로 버틴 사람들인데 그런다고 나오겠습니까? 그런 방법으로는 안 됩니다. 무조건 먹을 것을 나누어야 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주어야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게 무기가 돼서 전쟁준비를 할 것 아니냐?” 그럴 수도 있겠지요. 설령 그런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평화를 원한다면 같이 먹어야 합니다. 만일 예수님이 군중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면 얼마나 웃기겠습니까? “어이, 자네! 자네는 내가 주는 밥을 먹으면 그 힘으로 나쁜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 저쪽으로 빠져!” 이런 식이라면 거기에 평화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 맺는 이야기

밥은 무조건 같이 먹어야 합니다. 한쪽에서는 굶고 한쪽에서는 배부르면 결코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치상황이 더 험악해집니다. 평화가 사라집니다. 서로 미워하며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휴식이 있을 수 없습니다. 발 뻗고 잘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위해서 밥 먹는 문제를 해결해주신 것입니다. 평화를 찾는 것은 휴식을 찾는 일입니다. 휴식을 찾으려면 먹을 것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가 오고, 평화가 있어야 쉼이 있습니다. 이것은 남북관계에도 해당되지만 우리 개인의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평화가 있어야 편안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편안하게 밥을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평하게 나누어 먹어야 합니다. 빈부의 격차가 커지면 안 됩니다. 우리 주님의 은총으로 저와 여러분의 삶에 진정한 평화가 있기를, 그리고 우리나라에 항구적인 평화가 있기를, 또한 온 세계에 온전한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83 귀인이 태어나다!
282 주님의 일에 적합한 사람
281 "칼을 주려고 왔다!"
280 "두려워하지 말아라!"
279 “두려워하지 마라!”
278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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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세 번 감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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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정화? 공해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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