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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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누가복음서 16:9-13 
설교일 2013-06-16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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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 그래서 그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처소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지극히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은 큰 일에도 충실하고, 지극히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 일에도 불의하다. 너희가 불의한 재물에 충실하지 못하였으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또 너희가 남의 것에 충실하지 못하였으면, 누가 너희에게 너희의 몫인들 내주겠느냐?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그가 한 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 쪽을 떠받들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누가복음서 16:9-13>


■ 들어가는 이야기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비가 오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일이지만, 장마철이 되면 왠지 모르게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한울교회 성도 여러분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평상심을 잃지 않고 쾌적한 생활을 이어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 요즘 살림살이는 어떻습니까? 어려우시지요. 늘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사는 것은 개인이 게으른 탓보다는 사회구조 탓이 더 큽니다. 제가 보기에 여러분 가운데는 게으른 사람이 한 분도 없습니다. 모두 열심히 일하며 성실하게 살고 있습니다. 옛날에 노예들이 힘겹게 산 것은 노예들이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 ‘노예제도’라는 구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요즘 서민들이 살기가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자유유의’라는 경제체제 아래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도 경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는데요, 오늘은 경제와 관련된 예수님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 불의한 청지기

예수님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많이 배운 사람이나 적게 배운 사람이나, 모든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말씀을 참 잘해주셨는데, 예수님의 말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기법이 ‘비유’입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드리려고 하는 이 비유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난 2천 년 동안 별의별 해석이 다 나왔지만 아직까지 시원한 풀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떤 부자가 있었습니다. 부자니까 재산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겠지요. 그래서 청지기를 하나 두었습니다. 요즘으로 치자면 회사의 2인자 자리쯤 되겠지요. 그런데 부자가 청지기를 잘랐습니다. 이 청지기가 부자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여기서 ‘낭비’가 청지기가 술 먹느라고 낭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일꾼들의 품삯을 후하게 주느라고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두 번째 이유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반란이지요. 어쨌든 주인은 얼마간의 여유를 두고 업무를 정리하라고 일렀습니다. 부자 밑에서 잘 먹고 잘 살다가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되었으니 이 사람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아닙니까? 청지기는 명퇴 이후에 자기가 갈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꾀를 냈습니다.

청지기는 자기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렀습니다. 첫째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내 주인에게 진 빚이 얼마입니까?” “기름 1백 말입니다.” 청지기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자, 우리 누이 좋고 매부 좋게 처리합시다. 여기 빚 문서가 있으니 쉰 말이라고 적으십시오.” 청지기가 다음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빚이 얼마요?” “밀 백 섬입니다.” “그래요? 그러면 여든 섬이라고 적으십시오.” 이렇게 청지기는 일일이 사람들을 불러서 차용증을 다시 썼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주인이 청지기를 칭찬했다고 합니다. 이게 이상합니다. 재산관리인이 주인의 채권을 자기 마음대로 조정했는데, 그걸 칭찬했다니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 그래서 그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처소로 맞아들이게 하여라”(누가복음서 16:9).

■ 청지기를 위한 변호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청지기는 배임(背任) 행위를 한 것입니다. 자기 직무를 제대로 감당하지 않은 죄이지요. 그 빚쟁이들에게 깎아준 돈 가운데서 일부를 자기가 먹었다면 그것은 횡령(橫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범법자를 칭찬하신 것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예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시기를 ‘부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보니까 예수님께서 부자를 칭찬하신 일이 있습니다. 그게 누구인가 하면 삭개오입니다. 예수님께서 삭개오를 왜 칭찬하셨습니까? 그것은 삭개오가 회개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부자로 살면서 불의한 방법으로 남의 것을 가로채서 호의호식했지만, 그것을 뉘우치고, 그동안 잘못했던 것을 바로잡았을 때 예수님은 그를 칭찬해주셨고,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누가복음서 19:9)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예수님은 범법을 칭찬하신 것이 아니라, 회개하고 뉘우친 것을 칭찬하신 것입니다.

부잣집 청지기는, 자기가 잘리는 일을 계기로 회개를 했던 것 같습니다. 회개했다는 말이 성경에 꼭 찍어서 적혀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런 생각은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부잣집 마름으로서 못된 짓을 많이 했다. 이제 어차피 잘리는 마당에, 마지막으로 좋은 일이나 하고 잘리자! 그러면 내가 이 집에서 나가더라도 사람들이 나를 박대하지는 않겠지.’ 그래서 빚진 사람들을 불러다가 원금의 일부분을 탕감해준 것입니다. 부잣집에서 빚을 얻어 쓰는 경우, 보통 이자가 비싼 경우가 많지요. 제가 어릴 때 동네 어른들이 주고받았던 말들을 기억해보면 그 당시 사채이자가 4부였습니다. 월 4%니까 연 48%입니다. 엄청난 이자였지요. 그걸 반 이하로 뚝 자른다고 하더라도 연 20%입니다. 요즘도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같은 것들은 이자가 이보다 비싸지 않습니까? 연 20%만 쳐도 이자를 꼬박꼬박 낸다고 할 때 5년이면 이자가 원금보다 많아집니다. 그러니까 청지기가 빚쟁이들에게 원금을 반으로 퉁 쳐주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런데 주인은 그걸 보고 칭찬을 했어요. 이런 것을 보면 이 일을 계기로 주인도 자기가 그동안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 최 부자 이야기

경상북도 경주에 최부자 댁이라는 유명한 집안이 있습니다. 이 집은 가문의 11대 자손인 최국선(1631~1681) 씨 때부터 유명한 부잣집이 되었습니다. 한번은 명화적(조선시대 횃불을 들고 약탈하던 강도 집단)이 최국선 씨 집에 쳐들어왔습니다. 강도떼 가운데는 소작농과 그 자식들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 강도들은 양식은 안 가져가고 장리의 증표인 채권서류만 가져갔습니다. 빚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튿날 친척들과 가복들은 펄펄 뛰었습니다. “이놈들이 우리 덕분에 먹고살았으면서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지요. 배은망덕한 소작 놈들을 경주 부윤에 일러 처벌해야 한다며 열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최부자는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답니다. “그만 두어라. 그리고 남은 채권 문서도 모두 돌려주어라. 그리고 앞으로 소작료도 5할만 받도록 하겠다.” 당시 지주는 소작인에게 소작을 주고 8할을 거둬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소작인들은 섣달이 되면 양식이 떨어져서 주인집에서 장리를 썼습니다. 장리라는 게, 양식을 빌려서 두 배로 갚는 고리채였지요. 1923년에 경남 진주에서 열린 소작 노동자대회에서 나온 요구사항이 ‘소작료를 5할로 낮춰 달라’는 것이었으니까, 최국선 씨의 결정은 자그마치 300년이나 앞선 ‘진보적인’ 조처였던 것입니다.

최국선 씨는 강도사건을 계기로 깨달은 바가 있어서 그때까지의 빚을 모두 탕감해주었습니다. 빚 문서를 모두 빼앗겼지만 남은 것까지 모조리 폐기시켰습니다. 이때부터 최부자는 조선에서 존경받는 대표적인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300년이 넘도록 이 집안은 대대로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존재도 없이, 집 한 칸 남지 않고 폐문이 되다시피 했습니다만, 그 집안이 부자로 사는 동안 여섯 가지 가훈이 있었습니다. ① 벼슬은 하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② 만석 이상의 재산은 쌓지 마라. ③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④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⑤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⑥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도록 하라. ― 2013.2.1. 한겨레. 성경에 나오는 부자도 그렇고 경주 최부자도 그렇고, 그 밑에 있던 사람(또는 사람들)이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계기가 돼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 맺는 이야기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이 참 의미심장합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 잘못 들으면 이 말은, ‘나쁜 짓을 해서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친구들과 흥청망청 써라!’ 하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말이 아닙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재물을 가리켜 ‘불의하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아닌 재물은 불의한 재물인 것이 맞습니다. 부자들의 재산이란 게 거의 다 불의한 재물 아니겠습니까? 그 사람들이 땀 흘려서 노동해서 번 돈이 아니라 ‘돈 놓고 돈 먹기’ 해서 벌어들인 것이니까요. 그러나 좋습니다. 돈이라는 것이 원래 돌고 도는 것이니, 돈만 놓고 본다면 불의한 돈이 따로 있고 정의로운 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에는 사라진 말입니다만, 예전에 부잣집 선비들이 기생집에 가면 기생들에게 돈을 주는데, 요즘에는 그걸 ‘팁’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만, 옛날에는 ‘젓가락 돈’이라고 불렀습니다. 기생들과 재미는 보면서도 그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나의 이 귀한 손으로 어찌 천한 기생에게 돈을 줄 수 있는가’ 하면서 더러운 돈이니 손으로 안 주고 젓가락으로 집어서 줬다는 것인데, 웃기는 일이지요. 자, 어쨌든 돈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죄가 있다면 사람에게 있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그겁니다. 돈이란 깨끗한 돈, 더러운 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어떤 돈이든 가리지 말고, 일단 회개부터 한 뒤에, 하나님 나라를 만드는 일에 제대로 써라, 이겁니다. 제가 보기에 여러분은, 재물에 대해서는 회개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수입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부자들이지요. 저는 이 사람들이 회개하고 지금까지 모은 재물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제대로 쓰기를 늘 기도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늘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1043 "모두 흐뭇하게!"
1042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1041 "모든 사람이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1040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1039 "모든 일을 사랑으로 하십시오!"
1038 "모든 일이 잘되기를!"
1037 "모든 행실을 거룩하게 하십시오!"
1036 "무엇을 보러 광야에 나갔더냐?"
1035 "바로 이 사람이다!"
1034 "반역자들은 들으시오!"
1033 "배에서 생수가 강물처럼"
1032 "불을 지르러 왔다!"
»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
1030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1029 "빛 가운데로 함께 걸어가자!"
1028 "사람아, 어서!"
1027 "사랑은 아무나 하나"
1026 "새 사람을 입으십시오!"
1025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1024 "생명을 선택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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