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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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2-10-07 14: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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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신명기 26:1-11 
설교일 2012-10-07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유산으로 주시는 그 땅에 당신들이 들어가서 그것을 차지하고 살 때에, 당신들은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주시는 땅에서 거둔 모든 농산물의 첫 열매를 광주리에 담아서,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자기의 이름을 두려고 택하신 곳으로 가지고 가십시오. 거기에서 당신들은 직무를 맡고 있는 제사장에게 가서 ‘주님께서 우리 조상에게 주시겠다고 맹세하신 대로, 내가 이 땅에 들어오게 되었음을, 제사장께서 섬기시는 주 하나님께 오늘 아룁니다’ 하고 보고를 하십시오.

제사장이 당신들의 손에서 그 광주리를 받아 주 당신들의 하나님의 제단 앞에 놓으면, 당신들은 주 당신들의 하나님 앞에서 다음과 같이 아뢰십시오.

‘내 조상은 떠돌아다니면서 사는 아람 사람으로서 몇 안 되는 사람을 거느리고 이집트로 내려가서, 거기에서 몸붙여 살면서, 거기에서 번성하여, 크고 강대한 민족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집트 사람이 우리를 학대하며 괴롭게 하며, 우리에게 강제노동을 시켰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 우리 조상의 하나님께 살려 달라고 부르짖었더니, 주님께서 우리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우리가 비참하게 사는 것과 고역에 시달리는 것과 억압에 짓눌려 있는 것을 보시고, 강한 손과 편 팔과 큰 위엄과 이적과 기사로, 우리를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이 곳으로 인도하셔서,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내게 주신 땅의 첫 열매를 내가 여기에 가져 왔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그것을 주 당신들의 하나님 앞에 놓고, 주 당신들의 하나님께 경배드리고, 레위 사람과, 당신들 가운데서 사는 외국 사람과 함께,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과 당신들의 집안에 주신 온갖 좋은 것들을 누리십시오.

<신명기 26:1-11>


■ 들어가는 이야기

불산 가스 유출 때문에 구미뿐 아니라 온 나라가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고 인근마을인 봉산리 주민 300여 명이 어제 다른 곳으로 다시 대피했습니다. 사실 뉴스에서는 봉산리 이야기만 나오지만, 산호대교 건너면서부터 식물들이 말라죽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니까 4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 근처 옥계동 양포동의 수만 명 주민들도 걱정입니다. 이런 큰 사고가 났는데도 환경부장관은 사고 열흘 만에야 잠깐 구미를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부의 늑장대응 때문에 앞으로 일이 얼마나 더 커질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고, 잘 수습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번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과, 상처를 입은 노동자들과, 피해지역에 살면서 불안한 마음에 싸여 있는 분들과, 이 일을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 있기를 기원합니다.

■ 불산 가스 유출 사건

유독가스 유출로 봉산리 일대 농작물들이 거의 말라죽었습니다. 가축들도 3천 마리 가깝게 피해를 입었습니다. 늘 말씀드렸던 것처럼, 동식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재난입니다. 식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식물들도 고통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번 사고처럼 직접 독가스를 뒤집어쓴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이나 다른 사물들의 고통도 지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실험을 해보았답니다. 한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서 칼로 자기 손가락을 베고 있을 때 또 한 사람은 검류게(檢流計, 미소 전류의 검출장치)의 전극을 나무껍질에 대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전기 저항이 변화하더라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상처가 날 때, 사람의 세포들이 파괴되는 것을, 옆에 있는 나무도 느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사실을 두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만일 어떤 사람이 숲에서 살해되는 경우에는 그 숲의 모든 나무들이 그것을 느끼고 그것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이세욱 임호경 역),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주식회사 열린책들, 2011), 483쪽.

나무들도, 들풀들도 이렇게 민감하게 남의 고통을 아는데, 정작 사람들은 남의 고통을 너무 모릅니다. 가스유출 사고가 지난 9월 27일 목요일 오후 3시 43분경에 일어났지요. 그 시각에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평소처럼 일을 하고 저녁때는 금오산에서 산책을 하고 왔습니다. 그 다음날인 금요일 오후부터는 사람들이 명절 대이동을 시작했지요. 저도 30일 주일예배 드릴 때만 구미에 있었고 그 밖의 시간에는 친척들과 지인들 댁을 찾아보고 성묘도 하고…, 그런다고 거의 구미를 떠나 있었습니다. 바쁘게 다니느라고 뉴스도 제대로 못 찾아봤지요. 그러다가 징검다리 화요일이 지나고 수요일(3일)이 저녁이 돼서야 여유가 좀 생겨서 뉴스를 검색해보는데, 독가스 유출사고, 이게 보통 일이 아닌 겁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대개 그 심각성을 늦게 느꼈을 겁니다. 그날 저녁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이 사고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글만 500회가 넘게 퍼 날라졌을 정도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언론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었고, 중앙정부에서도 조사단을 파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사고가 난 지 열흘이나 지나서야 함께 아픔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이렇게 둔합니다. 이웃의 아픔을 감지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있는 것 같습니다.

■ 초등학교의 흉기난동 사건

구미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는데 구미 사고 다음날 서울에서는 또 다른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8일 금요일이었지요. 서울 강남의 계성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부유층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사립초등학교입니다. 오전 11시 50분쯤이었다고 하는데요, 열여덟 살 쯤 되는 친구가 야삽을 들고 교실로 들어와서 그걸 휘둘러서 어린이 여섯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곧바로 교사들이 달려와서 난동을 막고 이 사람을 경찰에 넘겨서 사건은 거기서 그쳤지만,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참 무서운 세상입니다. 초등학교 교실에 가만히 있다가 이런 변을 당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안전지대가 없습니다.

난동을 부린 김 군이 붙잡혀서 유치장에 있을 때 한겨레신문 기자가 찾아가서 김 군을 만나봤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사정이 이랬습니다. 김 군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일을 그만두면서부터 집안에 빚이 생겼습니다. 7년째 일자리가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어머니가 공장에 다녔습니다. 아버지는 종종 술을 마셨는데, 술만 취하면 아버지는 늘 김 군에게 소리를 쳤다고 합니다. “나가 죽어버려라.” 부부싸움 때문에 집은 늘 어질러져 있었고, 아버지에게 맞은 엄마는 그걸 다 치우고 일을 나갑니다. 장롱을 사이에 두고 누나와 한 방을 같이 썼다고 하는데, 대학에 다니는 누나는 등록금 때문에 늘 힘들어했습니다. 김 군 자신도 희망을 잃고 고등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세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그러다가 시한폭탄 같던 김 군의 울분이 엉뚱한 데서 터진 겁니다.

■ 함께 누려야 합니다!

사고를 친 김 아무개! 이 아이가 원래 그렇게 나쁜 아이였을까요? 인천에서 열 평짜리 연립주택에서 가난하게 살았지만, 이웃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인사성 바르고 착한 아이였다”고 합니다. 정신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합니다. 김 군의 상태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반사회성 인격 장애’라기보다는, 가정환경이 불안한 데서 오는 ‘정신분열증’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초등학교에 난입해서 끔찍한 일을 저지른 김 군을 편들 생각은 없습니다. 분명히 나쁜 짓이지요.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죄를 이 아이 혼자에게만 물을 수는 없습니다. 교과부에서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2000년부터 많은 학교에서 ‘담장 없는 학교’를 만들었는데, 그 정책도 취소할 계획이랍니다. 그런데 이게 담장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이겠습니까? 대구지역에서 최근에 학생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많이 일어나니까 교육청에서는 학교 교실의 창문 크기를 줄이라고 지시했답니다. 자살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창문만 줄인다고 해결이 되겠습니까?

다른 이야기를 하느라고 많이 돌아왔습니다만, 성경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오늘 신명기의 말씀은 추수감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모세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당신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살게 되면 이제는 떠돌아다니면서 목축을 하지 않고 한 군데에 머물면서 농사를 짓게 될 것입니다. 그때 땅에서 거둔 모든 농산물의 첫 열매를 광주리에 담아서 하나님께 나아가서 감사하십시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말이 있습니다. 11절입니다. “레위 사람과, 당신들 가운데서 사는 외국 사람과 함께,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과 당신들의 집안에 주신 온갖 좋은 것들을 누리십시오.” 좋은 것들을 누리라는 당부에서, ‘레위사람과 외국 사람과 함께’라는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구약에서는 고아와 과부와 외국인노동자와 레위인, 이 네 가지 취약계층 사람들을 돌보라고 늘 강조하는데, 여기서는 고아와 과부가 빠져 있습니다만, 당시 독자들은 척 하면 알아들을 수 있는 일상어구이기 때문에, 같은 말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좋은 것이 생겼을 때 너희끼리만 누리지 말고 너희와 함께 사는 취약계층 사람들과도 함께 누리라는 엄명입니다.

■ 맺는 이야기

영어에 ‘엠퍼씨’(empathy)라는 말이 있습니다. 프랑스어로는 ‘앙파티’(empathie)라고 하지요. 같은 말입니다. 우리말로는 ‘감정이입’ 또는 ‘공감’(共感) 정도로 번역되는데요, 이것은 ‘엠’과 ‘파토스’를 붙인 말입니다. ‘파토스’(pathos)는 그리스말로 ‘고통’이라는 뜻이고 ‘엠’(em)은 ‘어디어디에 있다’는 뜻이니까, 풀어서 말하면 ‘고통 가운데 있다’는 말입니다. 한 하늘 아래 사는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자연이 공감하지 않으면 그 세상은 지옥입니다. 오늘 두 가지 이야기를 말씀드렸는데, 먼저 구미의 불산 가스 유출사고도, 그 사고로 인한 고통을 우리가 좀 더 일찍 함께 느끼고 발 빠르게 대처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난동을 일으킨 김 아무개를 비롯하여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우리가 좀 더 심각하게 함께 느끼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가족공동체나 국가공동체나 지구공동체나,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아픔을 그 구성원들이 함께 느끼지 못하면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혼자 누리지 말고 ‘함께 누리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좋은 일도 함께 누리고 궂은 일도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복된 세상을 만들어나가기를 바라시는 여러분 위에 주님의 놀라운 은총이 함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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