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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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2-04-29 13: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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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이사야서 25:8 
설교일 2012-04-29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주님께서 죽음을 영원히 멸하신다.

주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말끔히 닦아 주신다.

그의 백성이
온 세상에서 당한 수치를
없애 주신다.

이것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사야서 25:8>


■ 들어가는 이야기

벌써 4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이제 올해의 삼분의 일이 지났습니다. 이렇게 빠른 세월 가운데서도 우리를 향한 세상의 도전은 멈추지 않습니다. 지난 한 주간 동안 혹시 여러분이 눈물을 흘려야 했던 안타까운 일은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 저런 일로 삶이 고달프더라도, 오늘 주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통하여 여러분의 눈물이 말끔히 씻어지기를, 그리고 슬픔의 눈물이 기쁨의 눈물로 변하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오늘은 이야기 두 가지를 소개해드림으로써 감동을 나누려고 합니다.

■ 소녀의 치마

첫째 이야기는 김후란 선생의 수필집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아카시아 향기가 온 동네에 진동하던 5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꽃들이 흐드러진 오솔길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허술한 차림의 어떤 여인이 등에 아기를 업고 머리에는 보퉁이를 인 채 어린 딸을 데리고 가고 있었습니다. 아기 엄마는 저녁밥 지을 걱정에 성급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아차차!” 서둘던 아기 엄마가 그만 돌부리를 차고 발을 헛디뎠습니다. 나동그라지는 것은 간신히 면했지만 엄마의 고무신짝이 저만치 날아가고 버선발이 흙먼지를 뒤집어썼습니다.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딸이 달려가서 고무신을 주워서는 인조견 분홍 치맛자락으로 깨끗이 닦았습니다. 그걸 보고 엄마가 소리쳤습니다. “에그, 그 치마가 뭐가 되냐!” 딸아이는 싱긋 웃었습니다. 꼬마가 이번에는 엄마의 버선발을 들어 손으로 톡톡 털어 주고는 고무신 위에 얹었습니다.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아카시아 가지 하나를 꺾어 딸아이 손에 쥐어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꽃은 먹는 꽃이야.” 아이는 기쁜 듯이 꽃잎 하나를 입에 넣고 타달타달 먼짓길을 걸어갔습니다. ― 김후란(金后蘭), ≪오늘 만나는 우리들의 영혼은≫(강성출판(降盛出版), 1985), 262-263쪽.

저는 마치 동화책을 보듯이 이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옛날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특히 딸내미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일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야단치듯 말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돌부리를 차고 넘어질 뻔했던 엄마를 위해 치맛자락으로 신발을 닦아주는 아이에게도 엄마는 그저 나무라는 투로 말합니다. 그러나 그 추궁은 칭찬의 다른 표현이겠지요. 자기 치마로 엄마의 고무신을 닦아주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의 버선을 털어주는 이 꼬마아가씨, 참 예쁘지 않습니까?

■ 김구의 걸레

둘째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지도자인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김구 선생은 항일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갇혔는데, 이 책에 보면 선생은 감옥에서 이런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나는 감옥에서 뜰을 쓸고 유리창을 닦을 때마다 하느님께 빌었다. ‘우리나라가 독립하여 정부가 생기거든 그 집의 뜰을 쓸고 유리창을 닦는 일을 하여보고 죽게 하소서!’” ― 김구(백범정신선양회 편), ≪백범일지≫(하나미디어, 1993), 169쪽.

친일 무리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나라와 민족을 팔았을 때, 김구 선생은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포기하였던 분입니다. 그 당시 그분의 소원은 오로지 대한의 독립이었습니다. 독립된 정부에서 마당을 쓸고 유리창을 닦아도 만족한다고 하셨습니다. 해방이 된 뒤에는 일부 인사들이 오직 정권을 잡기 위하여 남북을 분단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었지만, 김구 선생은 나라의 통일을 위하여 온몸을 던졌던 분입니다. 비록 그분은 역적의 총탄에 쓰러졌지만, 저승에서의 소원도 통일정부에서 마당을 쓸고 유리창을 닦는 일일 것입니다.

■ 하나님의 손수건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꼬마아가씨는 자기 치맛자락으로 엄마의 고무신을 닦아드렸습니다. 김구 선생은 걸레로 독립정부의 유리창을 닦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치마로, 또는 걸레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닦아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어떤 마음입니까? 예수님의 마음은 ‘눈물을 닦아주는’ 마음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분이고 예수님은 그분과 같은 성품을 가진 그분의 아드님이기 때문입니다. “주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말끔히 닦아 주신다”(이사야서 25:8). ‘새 하늘과 새 땅’을 말하는 요한계시록에도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이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니, 다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요한계시록 21:3-4).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나라란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와 함께 하시는 세상,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세상입니다. 구약의 하나님은 어떻게 보면 ‘복수의 하나님’이었습니다. 무서운 하나님이었지요. 그러나 신약시대에 와서 예수님이 등장하면서부터 우리에게 알려진 하나님은 ‘눈물을 닦아주시는 하나님’입니다. 어떤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혀왔을 때, 예수님은 그 여자를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하시면서 돌려보내셨습니다. 이 말씀은 ‘참 안타깝구나. 이게 네 잘못만은 아니니, 다음부터는 조심해라!’ 하는 뜻이지요. 실제로 손수건을 꺼내서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셨다는 기록은 없지만, 예수님은 그것보다 더 말끔히 그 여자의 눈물을 씻어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몹쓸 병에 걸려서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네 죄가 용서를 받았다!’ 이건 무슨 말씀입니까? ‘그래, 그 병은 네 죄 때문에 생긴 게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이제 편하게 생각해!’ 그런 뜻이지요.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해주심으로써 예수님은 병자들의 눈물도 닦아주셨습니다.

■ 맺는 이야기

지금도 제주 강정마을에서는 많은 성직자들과 시민들이 경찰들과 용역들에게 욕을 먹으며 매를 맞고 있습니다. 온갖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평화를 위하여 애쓰는 그들을 왜 그냥 버려두시는가, 그리고 왜 친히 나서서 불법을 자행하는 자들에게 벌을 내리시지 않고 방치하시는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만, ‘눈물을 닦아주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매를 맞을 때 우리를 대신해서 폭력을 써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매를 맞아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이 능력이 모자라서 그렇습니까? 힘이 없어서 그렇습니까?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폭력을 쓰시면 일시적으로는 악의 세력이 주춤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영원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영원한 승리를 주시기 위하여 우리와 함께 조롱을 받으시고 우리와 함께 매를 맞아주십니다. 그러시면서 ‘보이지 않는 손수건’으로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십니다. 하나님과 깊이 통하게 되면 하나님의 아들딸들인 우리도 이와 같은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 저와 여러분도, 치맛자락으로 어머니의 고무신을 닦아드리는 고운 사람들이 되시기를, 걸레로 더러운 곳을 닦아내는 정의로운 시민들이 되시기를, 그리고 고통당하는 이들의 눈물을 말없이 닦아주는 따뜻한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1062 한울교회
1061 한 몸이기에
1060 한 몸이기에
1059 한 많은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1058 하늘나라의 노동복지
1057 하나에 대하여
1056 하나님의 후회
1055 하나님의 한 가족
1054 하나님의 집에 갈 때에
1053 하나님의 일, 사람의 일
1052 하나님의 이름으로
1051 하나님의 영광, 사람의 평화
1050 하나님의 약속
» 하나님의 손수건
1048 하나님의 본심
1047 하나님의 밭, 하나님의 건물
1046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열심
1045 하나님을 찾는 열정
1044 하나님을 설득하는 방법
1043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산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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