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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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3-05-12 21:54:01
0 2662
성서본문 시편 1:1-3 
설교일 2013-05-12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사용처 1. 20240512 한울. 
■ 성서 본문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며,
오로지 주님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밤낮으로 율법을 묵상하는 사람이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함 같으니,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다.

<시편 1:1-3>


■ 들어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한 주간 동안도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우리 주님께서 여러분의 수고를 인정해 주시고, 위로해 주실 뿐만 아니라, 이 시간을 통하여 놀라운 에너지를 충만케 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는 모두 함께 야외 나들이를 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수고를 많이 했으니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우리가 야외로 나가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이 나무일 텐데, 오늘은 나무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합니다. 시편에 보니까 복 있는 사람은 나무와 같다고 했습니다. 나무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나무는 창조의 신비 그 자체입니다.

첫째, 나무는 창조의 신비 그 자체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들 가운데 신비스럽지 않은 것이 없지만, 나무도 찬찬히 뜯어보면 정말 신비스러운 존재입니다. 자주 가보지는 못하지만, 한 해에 몇 차례씩 아버지 어머니 산소에 가면 무덤 옆에 서 있는 나무나 무덤을 덮고 있는 풀들을 보면서 저는 하나님의 신비를 경험합니다. 거기서 저는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듯이 나무를 만져보고 풀을 쓰다듬어 봅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살을 먹고 자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것들에게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체온을 느낍니다. 더 넓게, 더 멀리 생각을 확장시켜보면 나무들은 예수님의 숨결도 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님께서 피를 쏟으셨지요. 그 피가 땅에 떨어져서 풀과 나무를 자라게 하지 않았겠습니까? 짐승들이 그 풀을 먹고 자랐겠지요. 그 짐승들의 호흡이 온 세상에 퍼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신을 거두기 전까지 벌레들과 날짐승들이 예수님의 피와 땀과 살점을 뜯어먹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몸뚱이는, 부활하시기 이전에도 벌써 전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 원소들이 그 당시는 물론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땅에까지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무를 볼 때마나 거기서 저의 부모님의 숨결을 느끼고 예수님의 기운까지 느낍니다.

■ 나무는 상처 입는 것을 꺼려하지 않습니다.

둘째, 나무는 상처 입는 것을 꺼려하지 않습니다. 이정록 시인이 아주 짧은 시를 하나 썼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마을이 가까울수록 / 나무는 흠집이 많다. // 내 몸이 성하다.” - 이정록, 「서시」, 안도현 편,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나무생각, 1999), 187쪽.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나무는 온갖 탁한 공기들을 빨아들여서 신선한 산소를 내뿜어줍니다. 그런데 마을과 가까이 있는 나무는 상처도 많이 입습니다. 그러나 나무는 거기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습니다. 이 시를 두고, 안도현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고승이 툭, 한 마디 던지고 간 화두 같다. 그러나 깐깐한 오기도 묻어 있다.” 사람과 더불어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상처가 나는 건 당연합니다. “내 몸이 성하다”는 것은 사람과의 부대낌이 없었다는 건데, 시인은 그걸 오히려 아쉬워하는 것입니다.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일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욕먹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제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나무와 같습니다. 오히려 상처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 나무는 언제나 제자리에 있습니다.

셋째, 나무는 언제나 제자리에 있습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연이든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품위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엊그제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이 미국에서 일행들과 함께 오지 않고 혼자서 서둘러 귀국했지요. 일행을 이탈한 것입니다. 그 내막을 새삼스럽게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제자리를 이탈하는 순간부터, 전 국민으로부터 오물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콧물이 코 속에 들어 있을 때는 매우 유용한 물건입니다. 그러나 콧물이 코 밖으로 빠져나오는 순간, 그것은 오물이 되어버립니다. 똥이 항문 안에 있으면 전혀 더럽지 않습니다. 저나 여러분이나 솔직히 말해서 다 똥자루 아닙니까? 그래도 좋다고, 사랑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똥은, 항문 밖으로 조금이라도 삐져나오는 순간, 가장 더러운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머리카락도 머리에 붙어 있으면 아름답지만, 머리에서 이탈하여 욕실의 하수구에 널려 있으면 얼마나 보기 싫고 불결합니까?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이처럼 중요합니다. 신앙인은 하나님의 품안에 있을 때 아름답습니다. 거기서 벗어나는 순간 오물이 되어버립니다. 그것을 알기에 나무는 한평생 제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서 있습니다.

■ 맺는 이야기

아무쪼록 저와 여러분이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어서, 언제나 신비스러움을 잃지 않기를, 그리고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그러면서도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신앙인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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