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성서본문 누가복음서 12:29-31 
설교일 2013-09-29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고 찾지 말고, 염려하지 말아라. 이런 것은 다 이방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런 것이 너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런 것들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

<누가복음서 12:29-31>


■ 들어가는 이야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이 벌써 지났고, 이제 밤 시간이 점점 길어져가는 10월을 앞두고 있습니다. 잠을 잘 때 이불을 꼭 덮고 자야 하는 계절이지요. 우리 주님께서 여러분의 건강을 지켜주시기를 바라고, 이 가을에도 성령의 뜨거운 기운으로 여러분의 삶이 따뜻하게 이어져나가기를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겠습니다만, 겨울이 되면 가난한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지게 됩니다. 돈 쓸 일이 그만큼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오늘은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 우리 예수님께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까마귀와 백합꽃의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 까마귀 이야기

누가복음서 12:14입니다. “까마귀를 생각해 보아라. 까마귀는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또 그들에게는 곳간이나 창고도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들을 먹여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으냐?” 이제 조금 있으면 추수철이 될 텐데, 예전에는 아낙네들이 논밭에서 일을 하는 일꾼들을 위해서 밥을 내갔습니다. 그것을 ‘들밥’이라고 하지요. 논두렁 밭두렁에서 들밥을 먹을 때, 옛날 어른들은 고봉으로 밥을 한 숟가락 푼 다음 ‘고수레’ 하면서 그것을 논두렁이나 밭고랑에 내던졌습니다. 소설가 박범신 씨 이야기인데요, 그렇게 하는 어머니를 보고, 아까운 밥을 왜 그렇게 뚝 떠서 버리느냐고 타박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는 머리통을 쿡 쥐어박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놈아, 니 입만 입이냐. 개미도 입이 있고 개구락지도 입이 있고 참새 까마귀도 입이 있는 겨.” ― 박범신,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이룸, 2003), 53쪽. 까마귀가 ‘고수레 밥’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어쨌든 먹고 살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세상의 시스템을 만드셨습니다. 까마귀들 가운데서는 골고다 십자가 근처에서 예수님의 살을 뜯어먹은 놈도 있겠지요.

■ 백합 이야기

또 예수님께서는 백합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누가복음서 12:27입니다.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생각해 보아라. 수고도 하지 아니하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의 온갖 영화로 차려 입은 솔로몬도 이 꽃 하나만큼 차려 입지 못하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백합꽃을 참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이 꽃 이름을 우리말로는 ‘나리’라고 하는데요, 봄에 피는 개나리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말에서 뭔가 좀 부족한 듯 느껴지는 것들 앞에다가 보통 ‘개’ 자를 붙입니다. 개살구, 개머루, 개복숭아, 개다래, 개들쭉… 등등처럼 개나리도 나리꽃 가운데서는 등급이 좀 떨어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나리꽃은 상당히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구약성경 아가 2:1-2에 보면 청춘남녀가 부르는 노래가 나오는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먼저 여자가 노래합니다. “나는 샤론의 수선화, 골짜기에 핀 나리꽃이라오.” 남자가 대답합니다. “가시덤불 속에 핀 나리꽃, 아가씨들 가운데서도 나의 사랑 그대가 바로 그렇소.” 이처럼 나리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이요, 고귀함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솔로몬이 차려입은 옷보다도 백합꽃이 아름답다고 표현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나리꽃뿐만 아니라 개나리까지도 자라게 하십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그것들보다 얼마나 더 귀합니까?

■ 그의 나라 이야기

이 이야기에서 예수님께서 결론적으로 하신 말씀은 이겁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고 찾지 말고, 염려하지 말아라. 이런 것은 다 이방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런 것이 너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런 것들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누가복음서 12:29-31). 예수님께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은 일하지 말고 놀라는 뜻이 아닙니다. 공중의 까마귀가 먹이를 얻기 위하여 얼마나 쉼 없이 날갯짓을 하는지, 들의 백합화가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사는지 예수님은 아셨습니다. 이 말씀은, 누구든지 부지런히 움직여 일하면 먹을 것 입을 것 걱정은 없다는 말입니다. 바울은 신도들에게 명령했습니다(데살로니가후서 3:10).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 열심히 일해야지요.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체제 아래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인간다움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라고 강조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 맺는 이야기

김현승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하면서 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가을의 기도〉라는 유명한 시입니다. “가을에는 /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 굽이치는 바다와 /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남들은 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며 생존경쟁에 매몰되어 있을 때,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처럼 외로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를 보살피시듯, 주님께서 우리를 보살펴 주실 것입니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저와 여러분 사이에 언제나 함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363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362 꾸어주며 살자
361 꼭 필요한 것만 가지자
360 꼭 그분 같이 되기를!
359 꼬드김과 설득
358 깨끗하고 흠 없는 경건
» 까마귀 이야기, 백합 이야기
356 길을 만들어라!
355 길은 멀고 짐은 무겁지만
354 기적이 시작되는 지점
353 기적의 조건
352 기적을 베푸시는 하나님
351 기적? 지혜? 십자가!
350 기이한 일 몇 가지
349 기쁨이 넘치는 도시
348 기쁨을 주는 기쁨
347 기쁨을 가득 채워 주시는 분
346 기쁨을 가득 채워 주시는 분
345 기쁨으로 단을 거두려면
344 기쁨 공장

LOGIN

SEARCH

MENU NAVIGATION